천사는 여기 머문다 - 2007년 제3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전경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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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르르르. 마음이 울린다.

"우린 만나자마자 헤어지기 시작했어."

묻어두고 싶을만치 슬픈 연애를, 그러나 있음직한 연애를 어쩌면 이다지도 잘 표현했을까. 실은, 나도 그런 연애를 해봐서인지, 찌르르르, 정말로 마음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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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여기 머문다 - 2007년 제3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전경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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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만나자마자 헤어지기 시작했어."

<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경린>-61쪽

그러나 말은 오줌 누는 것과 같아 시작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으나 한 번 나오기 시작하면 도중에 끊기는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다.

<아버지와 아들, 한창훈>-100쪽

들이대는 꼴을 보고 있자면 선산 팔아먹은 오촌 같을 때가 있지만 그래서 이르기를 불알과 자식은 짐스러운지 모른다고 했던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 한창훈>-112쪽

상욱이 이제껏 지켜봐온 노인이나 폐인들은 집요하게 현재적이었다. 죽음에 가까울수록 그들은 현재에만, 오직 찰나에만 집착했다. 그렇게 기억의 보따리가 지나치리만큼 가벼워져 거의 비인간에 가까워진 종족을 일컫는 이름을 상욱은 얼마 전 책에서 발견했다. 그 이름은 보보크 또는 보보보크였다.
어느 러시아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서 죽은 자들이 죽은 후에도 얼마간 삶을 지속한다는 흥미로운 주장을 펴고 있었다. 그 작가에 따르면 육체적 생명이 끊어진 후에도 정신적 생명은 마치 자신의 관성을 쉽게 그만두기 아쉽다는 듯 여분의 삶을 산다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무덤 속에 거의 완전히 부패된 시체가 있다고 하자. 육체는 썩었어도 죽은 자의 의식은 몇 주일이나 몇 달에 한 번씩 깨어나 갑작스레 무슨 말인가를 내뱉는다는 것이다. 귀를 기울여보면 콩알이란 의미인지 뭐라는 의미인지 보보크, 보보보크라고 하는데, 물론 아무런 의미도 없는 말이었다.

<약콩이 끓는 동안, 권여선>-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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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 한수산 에세이
한수산 지음, 오수환 그림 / 해냄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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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읽을 때마다 마음이 좋아지는 한수산의 글. 헤밍웨이, 마르케스, 톨스토이 등 뵌 적도 없는 대작가들의 인간다운 면모를 알게 되는 건 덤이다. 간혹 비열하고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걸 굳이 감추지 않고 평범한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는 모양이다. 당연한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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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 한수산 에세이
한수산 지음, 오수환 그림 / 해냄 / 2001년 5월
절판


거실 창에 수평선이 걸리고, 그 위로 잠자리처럼 비행기가, 서울로 떠나고 내려오는 비행기가 오가는 내 거실 창은 200호짜리 정물화였습니다.

<내 안의 푸른 바다>-29쪽

아무리 글을 쓰려고 해도 글이 안 써지거든 목을 매라고 말한 사람은 '노인과 바다'의 작가 헤밍웨이입니다.
목을 매었다가 죽게 되면 하는 수 없는 일이고,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서 구해주면 그때 당신이 체험한 그 이야기, 목을 매었을 때의 이야기는 당신만이 아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것을 쓰면 되지 않느냐는 역설 가득한 말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으세요>-37-38쪽

원고가 다 되어서 출판사로 그것을 부치러 간 날, 마르케스가 가지고 있는 돈은 원고를 부칠 우편 요금에도 모자랐습니다. 그는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그의 표현에 의하면 식칼로 고기를 두 동강 내듯이 원고를 반으로 뚝 잘라서 앞부분 반만 부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아내의 헤어드라이어,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머리 말리는 기계를 들고 나와 팔았습니다. 그 돈으로 그는 나머지 원고를 부칠 수 있었습니다. 헤어드라이어가 없어진 아내는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여 출판사로 넘어간 작품이 '백년 동안의 고독'.
20세기 최대의 명작입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42-43쪽

지나간 시간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음악에는 있습니다. 뚜벅뚜벅 잊혀졌던 어제를 일으켜세워서 걸어오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음악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간에 물이 들고, 우리는 어느 날 달콤하게 그 음악으로 하여 추억이라는 손으로 위안받습니다.

<한 인간이 된다는 것>-54쪽

포크너는 왜 작가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연필과 종이, 그리고 약간의 담배만 있으면 되는 게 작가인데, 이 간단한 직업을 내가 왜 선택하지 않았겠느냐고 되묻습니다.

<예술가의 자존심>-55쪽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손녀 이름이 마고(정상의 자리에서 의문사를 한 세계적인 모델)인데, 바로 그 이름은 헤밍웨이가 마고라는 포도주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지어준 이름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 분도 최 박사님입니다. 그때 나는 혼자 킬킬거렸습니다. 헤밍웨이가 '참나무통 맑은 소주'가 아니라 '마고'를 마셔서 참 다행이구나 하고. 그랬다면 그 손녀의 이름이 뭐가 될 뻔했겠습니까.

<내 젊은 날을 흔들어놓은 논 플러스 울트라>-63쪽

사랑하면서 동시에 현명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럴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면서 또한 닿을 수 없는 길이라는 이율배반의 구조 위에 있으니까요.

<연인들, 사랑이 있는 풍경>-88쪽

"왜놈도 사람 같은 게 다 있네..." 중얼거리며 일본 소설 '인간의 조건(고미카와 준페이)'을 읽다가 울어버린 것도 거기에서였습니다.

<도서관과 반미 감정> -137쪽

제주의 좀 오래된 욕 가운데, 여자끼리 싸움을 하다가 "남편 돈벌이 시키는 년이!"하는 욕이 있었다고 들었다.-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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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여자는 사랑 때문에 울지 않는다
시오나기 요스케 지음, 이수경 옮김 / 미디어윌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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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해를 살아오면서 만만찮게 겪어온 실연의 아픔. 매번 왜 자갈밭에 넘어진 듯 아픈지 모르겠다. 이만하면 무뎌질만도 한데.

또다시 아파하던 몇 달 전. 술 사줄 테니 나오라는 말이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질 즈음, 그냥 내버려뒀으면 하고 웅크리고 있을 때, 존경하고 좋아하는 여자 선배가 추천해 준 책이다. 술보다 책이 무척 고맙다. 타이레놀 먹는 기분으로 아껴가며 읽으려는데...

그런데.

아껴가며 읽을 새도 없이 후루룩 읽혀 버리던 책. 한 줄 읽고 생각하고, 한 줄 읽고 마음 아파하고, 한 줄 읽고 치유해버릴 생각이었는데, 행간을 훑을 새도 없이 그냥 읽힌다. 책 내용보다는 오히려 후배를 생각해주는 선배의 마음이 고마워 마음이 조금은 나아졌다.

역시, 시오나기 요스케보다는 알랭 드 보통이다. 그리고, 알랭 드 보통보다는 뭐니뭐니 해도 쇼펜하우어다. 마음을 토닥여준 수많은 책들 중 단연 쇼펜하우어가 챔피언감이다. 다음에 또다른 강아지를 입양한다면 'Dr. 쇼펜'이라고 이름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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