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떨리게 하는 것들 - 한수산 에세이
한수산 지음, 오수환 그림 / 해냄 / 2001년 5월
절판


거실 창에 수평선이 걸리고, 그 위로 잠자리처럼 비행기가, 서울로 떠나고 내려오는 비행기가 오가는 내 거실 창은 200호짜리 정물화였습니다.

<내 안의 푸른 바다>-29쪽

아무리 글을 쓰려고 해도 글이 안 써지거든 목을 매라고 말한 사람은 '노인과 바다'의 작가 헤밍웨이입니다.
목을 매었다가 죽게 되면 하는 수 없는 일이고,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있어서 구해주면 그때 당신이 체험한 그 이야기, 목을 매었을 때의 이야기는 당신만이 아는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그것을 쓰면 되지 않느냐는 역설 가득한 말이었습니다.

<글을 쓰고 싶으세요>-37-38쪽

원고가 다 되어서 출판사로 그것을 부치러 간 날, 마르케스가 가지고 있는 돈은 원고를 부칠 우편 요금에도 모자랐습니다. 그는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그의 표현에 의하면 식칼로 고기를 두 동강 내듯이 원고를 반으로 뚝 잘라서 앞부분 반만 부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아내의 헤어드라이어, 따뜻한 바람이 나오는 머리 말리는 기계를 들고 나와 팔았습니다. 그 돈으로 그는 나머지 원고를 부칠 수 있었습니다. 헤어드라이어가 없어진 아내는 불같이 화를 냈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여 출판사로 넘어간 작품이 '백년 동안의 고독'.
20세기 최대의 명작입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42-43쪽

지나간 시간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음악에는 있습니다. 뚜벅뚜벅 잊혀졌던 어제를 일으켜세워서 걸어오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음악은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시간에 물이 들고, 우리는 어느 날 달콤하게 그 음악으로 하여 추억이라는 손으로 위안받습니다.

<한 인간이 된다는 것>-54쪽

포크너는 왜 작가가 되었느냐는 질문에, 연필과 종이, 그리고 약간의 담배만 있으면 되는 게 작가인데, 이 간단한 직업을 내가 왜 선택하지 않았겠느냐고 되묻습니다.

<예술가의 자존심>-55쪽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손녀 이름이 마고(정상의 자리에서 의문사를 한 세계적인 모델)인데, 바로 그 이름은 헤밍웨이가 마고라는 포도주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지어준 이름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 분도 최 박사님입니다. 그때 나는 혼자 킬킬거렸습니다. 헤밍웨이가 '참나무통 맑은 소주'가 아니라 '마고'를 마셔서 참 다행이구나 하고. 그랬다면 그 손녀의 이름이 뭐가 될 뻔했겠습니까.

<내 젊은 날을 흔들어놓은 논 플러스 울트라>-63쪽

사랑하면서 동시에 현명해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럴 것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르는 가장 가까운 길이면서 또한 닿을 수 없는 길이라는 이율배반의 구조 위에 있으니까요.

<연인들, 사랑이 있는 풍경>-88쪽

"왜놈도 사람 같은 게 다 있네..." 중얼거리며 일본 소설 '인간의 조건(고미카와 준페이)'을 읽다가 울어버린 것도 거기에서였습니다.

<도서관과 반미 감정> -137쪽

제주의 좀 오래된 욕 가운데, 여자끼리 싸움을 하다가 "남편 돈벌이 시키는 년이!"하는 욕이 있었다고 들었다.-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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