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송어낚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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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를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그렇다면, 미국의 송어낚시도 재미있을 겁니다.

하지만 뻥 좀 쳐서 미국인들 열에 대여섯은 좋아한다는 그 위대한 개츠비가 별반 재미없었던 나는.

따라서, 미국의 송어낚시에도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명사들의 추천 책 코너에서 하도 미국의 송어낚시를 추천하길래, 또 그놈의 "너도 읽었다면 어디 나도 한 번 읽어볼테다" 하는 오기가 발동해 집어들었건만, 그래도 나는 읽으면서도 갸우뚱, 다 읽고 나서도 갸우뚱. 맥주를 많이 마셔서 나온 배처럼 부드럽게 잔디 위에 펼쳐진 잔디랄지, 1분이 되기 직전의 영원한 59초랄지 하는 왠지 하루키스러운 표현들은 밑줄 긋고 실생활에서 써먹어 보고 싶을 정도고, 또 그외의 재기발랄한 문장들이 아 참 미국스럽구나, 혹은 미국인스럽구나 느껴지긴 하지만, 누가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겠다면, 나는 꼭 첫장을 열기 전에 그에게 묻고 싶다.

"위대한 개츠비를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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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송어낚시
리차드 브라우티건 지음, 김성곤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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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누군가가 석유를 붓고 성냥으로 불을 붙인 다음, "신문 가져올 동안 좀 들고 있어." 하며 내 손에 놓고 가서는 돌아오지 않아 불타고 있는 거대한 50세트짜리 동전 같았다. -27쪽

"자연은 코브라 릴리로 하여금 스스로의 먹이를 잡는 방법을 주었다. 그것의 갈라진 혀에는 꿀샘이 있어 먹이로 삼을 곤충들을 유혹한다. 일다 그 속에 빠져들면 아래로 향한 털들 때문에 곤충들은 다시는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된다. 그 식물의 아래에는 소화액이 기다리고 있다."-42쪽

막 1분이 되기 전의 영원한 59초-57쪽

거기서 하천은 맥주를 많이 마셔서 나온 배처럼 부드럽게 잔디 위에 펼쳐져 있었다.-108쪽

황어는 죽음의 어색한 물장구를 치더니, 이윽고 이 세상의 모든 교통법규를 준수하면서ㅡ학교지역 제한속도 시속 25마일처럼 천천히ㅡ호수의 차디찬 바닥으로 가라앉았다.-150쪽

아이는 곧 커다란 컷스롯 송어와 함께 뛰놀았다. 그 모습은 마치 연주회에 10분이나 늦었는데 버스나 택시가 없어 하프를 들고 달려가는 사람의 모습 같았다.-166쪽

"이걸로 써, 하지만 이건 세게 눌러쓰면 안 돼. 황금펜촉이거든. 황금펜촉은 예민해서 말이야. 얼마 지나면 이건 쓰는 사람의 성격을 닮게 돼. 다른 사람은 쓸 수가 없게 되는 거지. 이 펜은 쓰는 사람의 그림자와도 같아. 이 펜만 있으면 돼. 하지만 조심해야 해." -2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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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아이들] 서평단 알림
거울 속의 아이들 -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이야기
김정연 외 지음, 김준영 그림, MBC W 제작진 / 아롬주니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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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책을 받고 나서야 알았던 일. 어이쿠, 아동용 도서였네. 하지만 오랜만에 큼직큼직한 활자와 곱게 그려진 그림까지 보자니 이것도 괜찮네 싶다. 무엇보다도, 기존에 읽던 책보다 빨리빨리 읽혔다는 게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장점. 

W는 방송초기에 자주 챙겨보던 프로그램이었기에, 방송에 나왔던 해외토픽감의 악습들을 동화 형식으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은 쌍수 들어 환영. 그런데, 내용을 훑어보자니 그다시 '해외토픽'감의 아이템들을 소재로 삼진 않았다. 할례나 조혼, 거리의 꽃파는 아이들 같은 경우는 이미 꽤 오래 전부터 알려졌던 내용이고, 이마저도 "동화"의 형식을 빌려고 노력해서인지 너무나 행복하게, 그리고 급하게 이야기가 마무리지어진 느낌이 강하다. 꼭 행복하게 끝나지 않고, 그냥 해외 여러곳의 악습을 더 자세하게, 그리고 얼마나 더 많은 아이들이 그 악습에 빠져 있는지까지 상세하게 알려주는 것이 '동화'가 아닌 '책'으로서의 기능에 더 부합하는 게 아닐까.

좋은 기획의도가 '동화'형식 때문에 조금 묻힌 듯해 아쉽다.

하지만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책꽂이에 한번쯤 꽂아두어도 좋겠다. 시사정보 프로그램을 자주 접하지 않는 어린이, 청소년에게는 '우물 안 개구리'를 방지해 줄 좋은 지침서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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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서평단 알림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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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당첨 도서입니다.>

직업과 취미가 같다는 건 꽤나 이상적인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과연 몇 퍼센트나 그런 이상적인 삶을 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저자 릭 게코스키는 그런 이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 중 상위 1%의 소득을 갖지 않았을까 싶다.

나도 가끔 헌책방에 들어가 한두시간 먼지 잔뜩 뒤집어쓰고 책을 골라들긴 하지만, 그건 순전히 '소비'일 뿐이지 릭 게코스키처럼 '소득'은 아니다. 그것도 아주 어마어마한 소득. 직업이 부러운 건 둘째 치고, 그의 방대한 독서량과 지식량도 부럽다.

다시 한 번, 부러운 건 둘째 치고.

휘귀본 수집가라는 특이한 직업 세계를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특히나 대작가들의 소소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건 이 책의 최대 백미. 그 중에서도 꽤나 흥미가 동했던 작가들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윌리엄 골딩, J.D. 샐린저, 잭 케루엑, 조지 오웰, J.K.롤링.. '되게 대단하구나'가 아닌 '꽤나 꼬장꼬장하네.' 느낌이어서 한층 인간미가 느껴지기 때문인데... 그 중 잭 케루엑은 몰랐던 작가의 대발견 수준. 뉴욕 여행 갔을 때 뉴욕 공공도서관에서 잭 케루엑 특별 전시를 했었는데, 그 때는 누구인지도 제대로 모르고 그 사람이 남긴 만년필이며 회중시계(이것들은 원래 좋아하는 아이템이니까)를 몰래 찰카찰칵 해대고, 미국 젊은이들이 무지 좋아하는 작가인가보다, 온 더 로드가 뭐다냐 했었는데.. 역시나 무지의 소산이었구나. 잭 케루엑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도서관에서의 전시가 마음에 팍팍 와닿았었을 텐데. 이 책이 좀 더 일찍 출판되지 않았다는 게 개인적으로 참 아쉬운 부분. 본인의 무식함을 출판 시기 탓으로 돌리는 게 죄송스럽지만 말입니다.

각 챕터의 앞장엔 작가들의 사진과 함께 친필 사인이나 친필 헌사 등이 함께 인쇄돼 있는데,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필체를 감상하는 것도 잔재미 중 하나다.

하지만 굳이 별 하나를 뺀 건, 이 책이 마냥 재미있게만은 읽히지는 않는다는 점 때문. 작가별로 호불호가 다르기 때문이겠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 부분은 그냥 훌렁훌렁 넘기게 된다.  그러니까, 딱 절반만 재미있었다는 얘기. 이 책을 구매하기 전에 목차를 훑어보고 각자의 호불호를 먼저 따져보는 것도 좋을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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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서평단 알림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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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면 책 읽는 기쁨은 차츰 변해 예전에 읽은 것을 다시 읽는 데에서 생겨난다.-16쪽

케루엑은 쓴 커피로 6주 동안 버틴 끝에 1951년 이 원고를 완성했고, 이것이 '길 위에서'라는 제목의 책으로 발간되는 데에는 6년의 세월이 걸렸다.-140쪽

미심쩍은 전설이지만, 스파르타 사람들은 훈련과 명예를 생명으로 여겼기 때문에 여우를 훔쳐 뱃속에 감춘 스파르타 소년은 여우가 배를 물어뜯어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고 한다.-215쪽

"여러 가지가 얽혀 있다고 보여. 첫째, 처녀성을 소유하려는 욕망이지. 수집가란 수집 대상품을 순결한 상태로 획득해서 혼자서만 희롱한다는 특별한 성적 쾌락을 얻지. 그는-수집가는 일단 남자라고 하자고-수집대상과 자기만의 내밀한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지."-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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