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만감일기 - 나, 너, 우리, 그리고 경계를 넘어
박노자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1월
장바구니담기


탈북자들을 '배신자'로 취급하는 일부 강경 NL에서는 파시즘의 냄새가 그대로 묻어난다. 그러면 평민에게 제 몫을 제대로 내주지 않았던 폭압적인 근대화를 피해 1950~70년대 일본으로 밀항한 제주도민들도 '배신자'인가? 오사카 쪽에 가서 음식장사로 생계를 힘들게 꾸려나가는 그분들에게 그러한 말을 한 번 해보시라.-246쪽

청년 레닌의 둘도 없는 지기로서 1890년대 중반에 그와 함께 '노동계급 해방 투쟁 동맹'을 이끌었다가 나중에 멘셰비키의 길을 걷게 된 율리 마르토프 선생은 1918년 레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낮에 총살 명령에 사인해놓고 편안히 밤잠을 잘 수 있는 이 사람을, 난 이해 못한다." 마르토프의 노선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촌철살인의 평이다.-324쪽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중국의 도회지 중간 계층들에게 금전적 여유가 생길수록, 일본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심화될수록, 영어 학습 시장은 계속 넓어져 가고 있다. 그렇게 되는 요인들은 매우 복합적이라서 여기에서 전부를 상론하기 어렵지만, 분명히 그중의 하나는 동아시아인들에게 공동의 근대적인 언어가 없다는 것이다.-3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어느 곳에 '심경루만행'이란 다섯 글자가 있다. 마음에 만 줄기 눈물이 흐른다는 뜻.

읽는 내내 마음에, 얼굴에, 만 줄기 눈물이 흐른다.

소설과는 하 상관 없던 유부녀가 어느날 갑자기 휙 내놓은 소설. 독자에게는 어느날 갑자기 휙 던져진 책이지만 작가에게는 만 줄기 피고름과 눈물이 흘러서 탄생했을 책. 이 역시 '키친 노블'의 한 종류이겠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키친을 넘어 우주 삼라만상에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양판 '백년의 고독'이라고 하면 너무 넘치는 칭찬일까. 읽고 나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책은 정말 오랜만이다. 참 고맙고 고맙다.

(고마운 마음에 김진규 작가님에게 살짝 메일을 보냈었는데, 돌아온 답장이 또 너무나 고맙다. 자랑삼아 메일을 슬쩍 공개하자면..

감사하다는 님의 마음을 저는 더 고맙게 받겠습니다. 오늘 산에 올랐는데 우리 왈왈양이 평소와는 다르게 심할 정도로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봄의 기운을 느껴서 흥분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저도 약간 달뜬 상태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님의 이번 봄이 향기롭기를 바랍니다.)

서태지한테 팬레터 쓴 이후로 처음 쓴 나름의 팬레터였는데 답장이 오다니.. 메일 속 문체 하나하나가 소설의 연장인 것 같아서 나 역시 달뜬 상태가 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을 먹다 -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장바구니담기


'길인취 선심로, 조인취 한기포'라 해서 좋은 사람은 술에 취하면 착한 마음이 나타나고 조급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사나운 기운이 나온다고 했다.-28쪽

말도 고드름처럼 지나치게 얼면 흉기였다.-34쪽

우물은 땅의 드러난 눈이기도 했다. 지나치게 고요하여 자신의 저 깊은 데 무엇이 있는지 전혀 보여주지 않는 우물 벽에 매달려, 사람들은 마치 안정된 눈동자를 가진 사람 앞에서처럼 조금씩 기가 죽곤 했다.-162쪽

강제 추방이 아닌 다음에야 떠나는 사람에겐 무엇보다 스스로의 의지가 개입되게 마련인지라,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때까지 모두가 자신의 선택하에 있다. 덤으로, 맞닥뜨린 공간이 낯설면 낯설수록 두고 온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간절함이 얼마큼은 밀려나고 말 터이니 아무래도 여유롭다. 능동의 영역이다. 그렇지만 남겨진 사람은 다르다. 그저 남아, 떠난 사람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익숙한 공간에서 떠난 사람의 흔적을 감당하는 일이 고통스러워도 남은 채로 있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188쪽

심경루만행. 마음이 놀라 만 줄기 눈물이 흐르네.-210쪽

요절한 이들이 남기고 간 글에는 독이 있다. 한 번에 보내는 맹독이라기보다는 시간의 힘을 빌려 체내에 차곡차곡 쌓이다가 결국엔 중독과 마비를 동반하는, 하지만 처음엔 표 하나 안 났을 그런 독. 그들이 남기고 간 글에서는 또한 묘한 냄새가 난다. 매혹적인 불안함과 야릇한 평안함을 동시에 던져주고는 잘난 척, 독자의 영혼까지 구석구석 집적대는 여하간의 냄새. -215쪽

언제나 그랬다. 누군가를 간절히 찾아헤맬 땐 그리도 넓은 척하던 세상이, 만나서 좋을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만은 여실하게 좁은 티를 냈다.-23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크릿키] 마스크 체험단 당첨자 발표
시크릿키 콜라겐 모델링 마스크팩 + 휴대비비 2종 추가증정
젠피아
평점 :
단종


[이벤트 당첨 사용후기입니다.]

피부에 탄력이 없어지는 30대 초반.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피부 탄력. 그래서 세 가지 마스크팩 중 콜라겐을 신청하게 됐다.

우선, 받아본 첫 느낌은... 용기보다 내용물에 신경을 썼나..? 제품 케이스는 별로네.. 라는 생각. 그리고 세트 제품이 아니어서 그런지 고무볼이나 스파츌라, 계량컵 같은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이건 웬만한 여성들이라면 대부분 집에 있을 테니 일단 패스. 제품을 열 때 가루가 많이 날려서 의도치 않게 향을 깊숙이 들여마셨는데, 딱 콜라겐스러운 향이다. 색감은 아주 예쁜 분홍. 베스킨라빈스 숟가락으로 떠서 볼에 담고 정수기 물을 받아 개면 준비 완료. 숟가락으로 섞으니 왠지 잘 풀어지지 않는 것 같아 소형 거품기로 저어줬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듯. 시간을 두고 찬찬히 개면 완벽하게 풀린다. 거즈를 대지 않고 직접 맨얼굴에 브러쉬로 펴발랐는데 되직하게 개지 않으면 흘러내리기 쉽겠다. 사용감은 꽤 괜찮다. 얼굴을 쫀쫀하게 잡아주는 느낌이다. 게다가 떼어내고 나니 내 모공 하나하나까지 다 찍혀 있더라. 그만큼 잘 밀착된다는 얘기. 제품을 열 때마다 가루가 날리는 것만 개선된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우리집 가훈이 '범사에 감사하라'였다. 국민학교 때 (난 초등학교 안 나왔다) 선생님이 가훈을 적어오라고 숙제를 내주셨을 때 온가족이 모여 황급히 정했던 가훈이다. (그 이후 가훈은, 공식화한 건 아니었지만, 아빠가 늘 강조했던 '우애'라고 난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범사에 감사'하게 되기 때문. 아니 뭐 야구 경기 하나 보는 거, 맥주 한 잔 들이키는 거, 두부 한 쪽 먹는 거에도 '행복'이란 단어를 붙이냐 싶다가도, 아 맞아 이런 게 진짜 행복이지 싶어서 무릎을 탁!!

또한, 하루키 책을 읽는 독자들 중 많은 수가 나와 같을 것 같은데, 읽다 보면 토마토 스파게티와 맥주, 두부가 무진장 먹고 싶어진다. 이 책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나는 정사 후에 먹는 두부가 정말로 궁금해지고 말았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아침부터 마시는 맥주는 또 어떨까. 언어도 안 통하는 낯선 도시의 영화관은 어떤 냄새가 날까. 쌍둥이 보이프렌드가 생긴다면 남들에게 어떻게 소개를 할까. 지하철 표를 돌돌 접어 귀에 넣고 다니면 어떨까 등등. 일테면 삶 속의 '위시 리스트'가 많아지는 셈. 좋게 말하면 으쌰으쌰 목표가 생기는 책이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어찌하다 보니 이 책을 세 번 읽게 되었는데, 그 날짜가 묘하게 겹친다는 것. 첫번째는 2004년 1월 18일. 두 번재는 2005년 1월 19일, 그리고 가장 최근엔 2008년 1월 29일. 왜 하필 나는 1월 중순에서 말일 경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천착하는 걸까. 두부랑 맥주가 겨울과 잘 어울려서ㅡ? 음. 꽃샘 추위 가시기 전, 삶은 두부와 맥주 한 잔 하자.

가장 맛있다는, 정사 후에 먹는 두부는 일단 보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