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 문학사상사 / 199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우리집 가훈이 '범사에 감사하라'였다. 국민학교 때 (난 초등학교 안 나왔다) 선생님이 가훈을 적어오라고 숙제를 내주셨을 때 온가족이 모여 황급히 정했던 가훈이다. (그 이후 가훈은, 공식화한 건 아니었지만, 아빠가 늘 강조했던 '우애'라고 난 생각한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범사에 감사'하게 되기 때문. 아니 뭐 야구 경기 하나 보는 거, 맥주 한 잔 들이키는 거, 두부 한 쪽 먹는 거에도 '행복'이란 단어를 붙이냐 싶다가도, 아 맞아 이런 게 진짜 행복이지 싶어서 무릎을 탁!!

또한, 하루키 책을 읽는 독자들 중 많은 수가 나와 같을 것 같은데, 읽다 보면 토마토 스파게티와 맥주, 두부가 무진장 먹고 싶어진다. 이 책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나는 정사 후에 먹는 두부가 정말로 궁금해지고 말았다. 달리는 기차 안에서 아침부터 마시는 맥주는 또 어떨까. 언어도 안 통하는 낯선 도시의 영화관은 어떤 냄새가 날까. 쌍둥이 보이프렌드가 생긴다면 남들에게 어떻게 소개를 할까. 지하철 표를 돌돌 접어 귀에 넣고 다니면 어떨까 등등. 일테면 삶 속의 '위시 리스트'가 많아지는 셈. 좋게 말하면 으쌰으쌰 목표가 생기는 책이다!

한 가지 이상한 점은, 어찌하다 보니 이 책을 세 번 읽게 되었는데, 그 날짜가 묘하게 겹친다는 것. 첫번째는 2004년 1월 18일. 두 번재는 2005년 1월 19일, 그리고 가장 최근엔 2008년 1월 29일. 왜 하필 나는 1월 중순에서 말일 경 하루키의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천착하는 걸까. 두부랑 맥주가 겨울과 잘 어울려서ㅡ? 음. 꽃샘 추위 가시기 전, 삶은 두부와 맥주 한 잔 하자.

가장 맛있다는, 정사 후에 먹는 두부는 일단 보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