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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타 뮐러.밀란 쿤데라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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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강물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게 한 후 그녀의 뒤를 따라갈 것이다. 사랑스러운 삶처럼 서로를 껴안으면서 우리는 천천히 한밤중의 강물을 따라 굽이까지 나아가다가 거기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모든 바다 중에서 가장 검은 바다로 들어갈 것이다. <게오르게 타보리>-72쪽

그녀의 가슴은 너무도 풍만했기 때문에 우리들 중의 그 누구도 그녀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기억해 내지 못했다. <밀로라트 파비치>-79쪽

사진사의 더러운 놀이에 탐닉하는 화가들에게 재앙 있어라! <밀란 쿤데라>-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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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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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센스를 본 후에도 그렇고, 도플갱어를 읽은 후에도 똑같은 나의 반응. 뒷산에 구덩이를 파고 외치고 싶어 죽겠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스포일러라고 돌팔매 맞을까봐 혼자만 속으로 끅끅 삭이고 있느라 아주 죽을 맛인데, 또 한편으로는 그 비밀을 아직은 나만 알고 있는 것 같아 괜히 우쭐하다. 흔히들 드라마틱한 상황을 목격할 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라는 말을 거리낌없이 쓰곤 하는데, '도플갱어'에선 그런 관용어구조차 무색할 정도다. 반전의 지뢰밭이다. 큰 반전 2건은 압권이다. 소설 중반에 잠깐 호기심 들게 했던 부분이 나중에 큰 태풍이 되어 돌아온다. 

특이한 건, 여느 소설처럼 장마다 장소가 바뀌거나 주제가 바뀌는 게 아니라 순전히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식이라는 것. 이런 것도 의식의 흐름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철저히 제 3자가 되어 그들의 불행을 관찰하는 건 못된 짓이다 싶지만, 뜨악하게 '상식'이 등장하는 건 또 뭔가. 새롭다. 이것도 내가 제 3자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매력. 특히,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가 차 안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노랫가락에 맞춰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두드리고 있을 때 차에 올라탄 상식이 해준 말이 기억에 남는다. "당신네 종족의 역사에서 상식의 역할은 특히 어리석음이 고개를 들고 고삐를 쥐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때 조심하라며 닭고기 수프를 권해주는 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어." 아, 얼마나 자기 처지를 잘 아는 상식이란 말인가. '내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를 한때 재미있게 읽었던 게 슬그머니 미안해지기도 한다.

그 외,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 아마도 '도플갱어'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주제 사라마구의 전작 '눈먼 자들의 도시'도 섭렵했을 터. 그렇다면 '도플갱어'에 나오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라마구가 자신의 전작들에 변함없는 애정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이 또한 고맙다.

하지만! 쉼표와 마침표를 잘 구분해가며 읽어야 한다는 것! 처음엔 굉장히 신경쓰느라 읽는 속도가 더뎠는데, 익숙해지니까 이게 또 별미다. 사라마구는 언제나 이렇게 글을 쓰는 것 같은데, 처음엔 독자 생각 안 하는 고집불통 늙은이라는 생각이 들다가, 또 '유명 작가니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고 싶은 게지'라며 동조하게 된다. 어쨌건 자신만의 스타일이라는 건 중요한 거니까. 덕분에 내용을 살펴보지 않고 쓰윽 페이지만 훑어봐도 사라마구의 책은 티가 난다. 그의 다른 책들도 마찬가지라면,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잘난 척 할 수 있겠다. ㅋ 

한 가지 조심할 점은, 저 어려운 '테르툴리아노 막시모 아폰소'라는 이름이 한동안 입안에서 맴돌것이라는 것. 절대 잊히지 않는 이름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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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갱어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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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지금 사람들이 흔히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말하는 걸 자네 머릿속에서 만들어 낸 거야, 그런 태풍이 불 때는 배가 난파하더라도 항상 해변이 보이는 곳에서 그렇게 되기 때문에 물에 빠져 죽는 사람이 없다는 게 다행이지.-87쪽

예를 들면, 우리가 친구이고 앞으로도 항상 친구일 것이라는 저 끔찍할 정도로 진부한 말. 그건 연애를 끝내려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말 중에 최악이다. 마치 우리가 어떤 문을 닫았는데, 알고 보니 아직도 그 문 사이에 단단히 끼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과 같다.-90쪽

결정을 미루는 것도 다른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공격하는 의식적인 무기가 될 수 있어.-187쪽

당신네 종족의 역사에서 상식의 역할은 특히 어리석음이 고개를 들고 고삐를 쥐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때 조심하라며 닭고기 수프를 권해주는 수준을 벗어난 적이 없어.-214쪽

우리가 상상을 쫓아버리려고 하면 할수록 갖가지 상상이 우리의 갑옷에서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무방비 상태로 남아 있는 지점을 찾아 공격하며 더욱 즐거워하는 것 같다.-255쪽

현명한 속담처럼 어떤 것을 오 년 동안 보관하다 보면 항상 그것을 쓸 곳이 생기는 법이다.-261쪽

조심, 또 조심해야 돼요, 상자 속에 숨었지만 깜빡 잊고 꼬리를 집어넣지 않은 고양이처럼 굴면 안 돼요.-4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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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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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존재한다. 왜냐하면 수학에 모순이 없으니까. 그리고 악마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그것을 증명할 수 없으니까."-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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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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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성격을 바꿔보면 어때? 아침마다 간호사 엉덩이를 더듬는다거나."
"바보 같은 소리. 성희롱이라고 난리칠 게 뻔하지."
"그럼, 책상 서랍 속에다 장난감 뱀을 몰래 숨겨둔다거나."
"간호사 센터에서 항의할 텐데."
"그런 행동을 1년 동안 계속해봐. 그럼 주위에서도 포기해. 성격이란 건 기득권이야. 저놈은 어쩔 수 없다고 손들게 만들면 이기는 거지."-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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