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만드는 방법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7
에블린 드 플리허 지음, 웬디 판더스 그림, 최진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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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당부한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즐거운 방학 보내기. 학교와 학원에 쫓기느라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찾아 도전해 보고 공부와 시험 스트레스로부터 잠시나마 해방되어 신나게 놀아보라는 의미로 정한 첫 번째 목표입니다.

둘째, 건강한 방학 보내기. 자기 몸을 스스로 지키고 방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각종 수인성 전염병이나 교통사고, 안전사고로부터 위협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하자는 의미로 건강한 방법을 보내자고 약속했습니다다.

셋째, 알찬 방학 보내기. 정신없이 신나게 노는 것도 좋고 도서관의 책 속에 푹 빠져 지내는 것도 좋고 무엇이든 좋으니 하기 싶은 일을 실컷 해보고 후회 없이 보내보자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방학을 제대로 보내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다짐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과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시간 계획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찰나에 눈에 띈 책이 바로 책속물고기의 신간 <시간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책의 제목만 보고 혼자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시간 활용법에 관한 서적일까? 고학년과 저학년 수준에 나눠서 설명이 되어 있으면 더 좋을텐데. 하지만 받아서 막상 읽어보니 <시간을 만드는 방법>은 어린이에게 시간 관리 방법을 일깨워주는 실용서적이 아닌 시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소재로 한 철학 동화책이었습니다.

 

126일 토요일, 주인공 펠릭스에게 끔찍한 미션이 주어집니다. 그것은 다음날 일요일 오후 3시에 독신으로 살고 게신 즈베임 이모를 펠릭스 혼자 찾아가 생일 축하 인사를 드리고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11살이 된 지금까지 펠릭스는 단 한번도 즈베임 이모를 혼자 찾아간 적이 없고 이모를 좋아하지도 않습니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게 아니라 이모를 마녀쯤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뼈까지 다 보일 정도로 마른 상체와 상체에 비할 수 없을만큼 거대한 하체를 가진 이모는 겨우 1시간 정도 레모네이드를 마시며 푹 꺼진 쇼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조차 몸서리 치질 정도로 펠릭스에게는 가깝지 않은 인물입니다. 어떻게든 혼자서 이모를 찾아가야하는 순간만큼은 피하고 싶은 펠릭스가 내세운 변명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에게서 되돌아온 단호한 대답은 시간이 없으면 만들라!”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부터 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한 펠릭스의 좌충우돌기가 시작됩니다. 엄마의 안경을 찾으로 갔다 만난 이상한 펩 아저씨, 할아버지 유령, 친구 피터의 조언과 도움으로 즈베임 이모네 집에 있는 큰 괘종시계의 바늘을 돌려놓아서 1시간을 10분쯤으로 만들어 보자는 계획을 세우지만 펠릭스의 계획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고양이가 달아나면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됩니다. 결국 독특한 외모에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이모와 꼬박 온 시간을 다보내야 하는 펠릭스.

 

처음 내가 생각했던 시간 관리 실용서적은 아니었지만 시간이라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묵직하지만 우리가 뗄레야 뗄 수 없는 주제를 펠릭스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장면 장면이 엉뚱하면서도 기발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시간 만들기의 계힉은 터무니 없지만 공감할 수 있엇고 결국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시간 만들기의 실마리를 찾은 펠릭스의 마짐가 모습도 희망적이었고 시사하는 점이 있었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생각이 들고 그 값진 시간은 또다른 시간의 여유를 만들어 내는 듯 합니다. <시간을 만드는 방법>를 읽고 서평을 쓰는 지금 이 시간은 소중한 제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준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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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를 거야 우리 집 도서관 1
구드룬 파우제방 지음, 안상임 옮김, 송경옥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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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모를거야"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먹일듯한 표정을 한 채 맨발로 어디론가 뛰어 나가는 남자아이"

제목과 표지만이 주는 첫 느낌은 부모와의 불통과 트러블로 집을 뛰어나가며 겪게 되는 좌충우돌 성장 소설이 아닐까 하는 정도였다. <엄마는 모를거야>를 만난 첫인상은 그러했었다. 하지만 가족간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던 내 예상은 책을 읽으며 "이게 아닌데.."로 바뀌어갔다.

 

 독일의 시골마을 슈타인바흐에서 나고 자란 다비트는 도시에서 직장을 구한 엄마를 따라 정든 고향을 등지고 낯선 도시로 이사를 오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따스한 품을 가진 할머니와 기억에도 없는 아빠를 대신해주는 든든한 로베르트 삼촌과 엄마를 세상의 전부로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았던 슈타인바흐를 떠나와 만나게 되는 도시의 풍경들은 낯설고 황량하기만 하다. 높은 고층건물들, 영영 익숙해 지지 않을거 같은 엘리베이터와 낯선 장소의 낯선 냄새들. 그리고 작은 가지 하나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한 발코니 창문까지. 열살 꼬마 어린 다비트에게는 모든 것이 두렵고 불편하기만 하다. 더군다가 이사온 첫날 잠자리에 들며 보았던 보라색 형체의 시커먼 괴물은 다비트를 움츠려 들게 만들었고 그러한 공포심은 악몽으로 되살아났다. 설잠을 자고 일어난 낯선 방에는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새 직장을 구한 엄마가 벌써 출근하신 탓에 외톨이가 된 다비트는 어젯밤 꿈에서 보았던 보라색 괴물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고 두려운 마음에 신발도 신지 못하고 밖으로 도망쳐 나오게 된다. 문이 잡겨버린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동전하나 챙기지 못한채 길거리로 뛰어나와버린 다비트는 엄마가 일하신다는 병원을 찾아 길을 떠나게 되고 여러 인물들을 만나면서 낯선 환경에 익숙해 지고 성장해 나가게 된다. 반나절 동안 다비트가 만난 사람들은 지금껏 다비트가 만나온 모든 사람들을 다 모아도 모자랄 만큼 다양하였다.

 

 맨발로 다니는 모양새가 의심스럽다며 다짜고짜 도둑으로 몰아세운 슈퍼마켓 아줌마

 바퀴에서 연기가 날 정도로 유모차를 빠르게 모는 수다쟁이 아줌마

 자신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고 말하는 자건거 탄 소년

 엄마가 근무하는 병원까지 다비트를 데려주려고 애썼던 친절한 토르스텐 아저씨

 아이들의 짖꿏은 장난에도 하모니카 불기에만 열중했던 노숙자 할아버지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러웠던 떠돌이 강아지 모노클까지

 

아침 8시 30분 경부터 오후 3시 사이의 짧았지만 다비트에게만은 너무나 길었던 그 시간의 기록들을 보고 있자니 잊고 있던 어릴적 기억이 떠오른다. 내가 초등학교 4학년쯤 되던 때, 지금은 없어진 "백만인의 모금걷기 운동"이란 걷기 대회에 친구들과 참가한 적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친구와 단둘이서 지금도 기억나지 않는 낯설기만 했던 어느 출발지점에 섰고 수많은 인파에 쉽싸여 걷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주변을 빽빽히 메우던 사람들이 서서히 줄어들고 어느 샌가 친구와 나만 남아버린 믿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내가 주무대로 삼고 놀았던 우리 동네가 아닌 한번도 와보지 못한 곳에 달랑 친구와 나 둘만 있는 끔찍한 상황. 게다가 정신없이 길을 헤메고 있는 와중에 난생 처음으로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현장을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된다. 안그래도 불안한 심리에 눈앞에 펼쳐진 끔찍한 광경. 그 때의 기억이 한동안 트라우마가 되어 낯선 장소에 가는 걸 극히 두려워 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다비트는 어릴적 나보다 더 상황이 안 좋아 보인다. 더군다나 분수대에서 씻기고 털을 다듬어 준 덕분에 둘도 없이 예쁜 강아지로 탈바꿈했던 떠돌이개 모노클의 갑작스런 죽음은 보는 내 가슴을 다 철렁하게 만들었다. 낯선 곳에서 그렇게 헤매며 엄마를 찾는 것만으로도 열살 짜리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시련인데 서로 마음을 주며 짧은 시간이었지만 슈타인바흐를 떠나 도시로 이사 온 것을 잘 한 일이라고까지 생각하도록 만들었던 모노클과의 만남이 그렇게 허무하게 끝내 버린건 문학 작품에서 해피엔딩만을 바라는 지나친 나의 욕심일까?

 

 이쯤 되니 갑자기 궁금증이 솟아오른다. 왜 제목이 "엄마는 모를거야"인걸까? 원제를 찾아봤더니 <Barfuss durch die grosse stadt>이라는데 우리말로 풀이하면 "맨발로 만나는 거대한 낯선 도시"정도 될 듯 하다. 아이들 책이라 제목을 저리 정한 것도 이해는 되지만 반나절 동안 펼쳐진 다비트의 도전과 경험을 온전히 엄마에게 돌려버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건 왠지 아쉽기도 하다. 엄마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일을 이리저리 부딪히며 풀어나간 다비트가 대견한 건 맞지만 그토록 간절히 만나고자 했던 엄마를 찾았을 때 다비트의 마음 속에 "엄마는 모를거야"라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을거 같진 않다.

 

 열살 꼬마가 낯선 환경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은 나약하기만 요즘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하다. 하지만 큰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마련된 장치인듯 보이나 내내 아쉽기만 한 모노클의 죽음, 중간중간 몇번이나 언급되었음에도 결국에는 흐지부지 되어버린 아빠와의 얽힌 이야기, 그리고 모노클 죽음 이후 너무 갑작스레 마무리 지어진듯한 결말은 다소 아쉬웠다. 어찌보면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 방향과 달라서 생기는 느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동화는 언제나 긍정적으로 결론 나야 한다는 나의 옹졸한 마음을 접어두고 다시 한번 펼쳐들고 읽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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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스파이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2
김대조 지음, 이경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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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서나 있을법한 알콩달콩 교실 모습에 주인공 조은수 역시 공부에는 큰 관심 없지만 악의 없는 장난끼가 넘치는 어찌보면 평범하기까지한 전형적인 초등학생들의 이야기.  주니어 김영사에서 출간된 <우리반 스파이>에는 우리네 교실 풍경과 너무나 닮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지고 주인공의 마음과 심리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것은 초등학교에서 매일매일을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저자의 직업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코흘리개들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 스파이가 들어왔다. 초등학생과 스파이 묘한 조화이지만 저자는 그 둘을 맛깔나게 잘 버무려냈다.

 

70점짜리 시험지를 받고도 맞힌 7문제보다 틀린 3문제에 더 신경쓰는 어른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안 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장난끼 넘치는 주인공 은수는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말썽꾸러기이다. 장난이 심하고 말썽꾸러기이지만 어른들의 눈에 비친 이상한 기준에 힐쭉거릴줄도 알고 벌을 서는 순간에도 칠판 위의 글씨들을 공중분해 시켜버릴 만큼 상상력도 풍부한 미워할 수 없는 아이이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교실에서 생긴 모든 문제과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버린다. 평소 반성문 쓰기의 달인이 된 탓에 자기가 하지 않은 일도 적당한 써줘야 쉽게 용서되는 것임을 알게 된 탓에 없던 잘못을 만들어 버리기도 했지만 억울하고 답답한 누명이 계속해서 은수를 짓누른다. 본인이 한 일이 아니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은수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은수는 의례 그런 일을 할 아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이 은수를 목죄어 온다.

 그러던 어느날 벤자민 갓난아기의 통통한 허벅지를 닯은 화분에 압정을 박은 범인을 찾는 소동에 범인으로 지목되고 은수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 교실에 있던 화분 꽃나무를 뽑고 과자 봉지를 쑤셔 넣은 일까지 들통나고 만다. 하지만 아이들을 특히 은수를 더욱 패닉상태로 몰아 넣은건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아무도 모르게 스파이 심어둔 것 모르지? 이 중에 한 사람은 선생님 스파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니? 너희들 한테서 일어난 일들이 다 나한테 전해진단 말이야. 너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다 알아. 그러니 조심해!"

 

 초등학교 교실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파이라니. 어쨌든 그날부터 은수는 선댕님이 말씀하신 스파이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닌 것까지 고해바친다고 생각하고 스파이 찾기에 혈안이 된다. 급기야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엑스트라 배우 아저씨가 라면박스를 뜯어서 어설프게 만들어준 피켓용 목걸이를 걸고 1인 시위까지 하게 되지만 이 일은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 은수는 이상한 짓을 하는 괴짜라는 인식만 더 강하게 심어주었을 뿐이다. 어떻게든 스파이를 찾아 자신의 결백을 알리고 싶은 은수. 과연 은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오죽 억울하면 교실에서 1인 시위까지 했을까? 물론 배우 아저씨의 조언이 있었지만 간절한 은수의 마음이 느껴진다.>

 

 

 은수의 억울하고 답답한 십정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이입되며 나 역시 결론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의 해결은 뜻밖에도 은수의 진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스파이를 찾기 위해 고슴도치 같이 뾰족한 수진이와 선생님만 계시면 기세등등한 소심쟁이 승규의 가방에 미끼용 쪽지를 넣다가 다른 친구의 가방을 뒤진다는 누명을 쓴 것이다. 은수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선생님은 은수가 잘못한게 아닌거 같다며 은수 말을 믿어주자고 수진이를 달랜다. 그 뒤 은수는 말라가는 교실 화분에 물을 주고, 친구들이 아무렇게나 던져둔 우유통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리며 장난만 가득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결국 은수가 스파이를 찾는데는 실패했지만 진실한 마음은 통한다는 걸 느끼며 이야기가 매듭지어진다.

 

 

 사실 학교현장에서 나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느 입장에서 보자면 은수의 갑작스런 깨달음(?)과 변화가 약간의 논리적 비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갑자기 은수의 행동이 너무 달라진거 아닌가 생각이 들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나 역시 저런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는 쉽게 바뀌지 않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 억울했지만 단 한번의 진실이 통한다는 경험만으로도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충분히 바뀔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게 나이 어린 초등학생이라면 더욱더 간절할 것이고 더욱더 내가 챙겨야 할 일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아이가 있었다. 1, 2학년때부터 꼬리표를 달고 올라온 녀석. 정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그 아이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상황을 정확히 훑어 보려해도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불평의 목소리가 가끔은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나의 마음을 짓누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반의 그 아이 역시 은수처럼 장난끼 많고 말썽을 피우지만 그냥 순하고 여린 3학년 학생일 뿐이다. 또래 다른 친구들보다 에너지가 많아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뛰고 싶고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 충동이 클 뿐. 난 우리반에 스파이를 만들기 보다 내 먼저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은수의 진실이 모두에게 통했듯이 나의 진실 또한 통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아참, 스파이가 누군지 궁금하시다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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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사 이야기 3 - 카이스트 신동원 교수님이 들려주는 기술과 발명.현대 과학 100년 한국 과학사 이야기 3
신동원 지음, 임익종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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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래희망을 조사한 신문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100명 중 1명 정도만이 과학자를 꿈꾼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는 전체 응답자의 1%에 불과한 수치이며 직업 선호 순위로는 19위였다. 과학자는 70~80년대 어린이들의 선호 장래희망 중 하나였고 1990년대에도 어느 정도 인기를 유지했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공계 기피현상이 이제는 어린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창조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대표되는 셰게적인 IT 기업 애플의 전직 CEO인 스티브 잡스의 업적에는 열광하면서도 정작 우리 나라를 대표할 만한 과학자는 언뜻 기억해내기 어려울 만큼 우리네 과학, 과학자 그리고 그 업적에 대해서는 업신여긴 사회적 영향 때문은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의 무역을 주도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과학 기술을 바탕에 두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경쟁력 있는 산업의 밑바탕에는 과학이 그 밑바탕이지만 이는 서양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런 까닭에 우리의 옛 과학자들과 그들이 연구한 결과가 매우 훌륭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에게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학생들도 읽기 쉽도록 풀이된 한국 과학사 이야기의 등장은 환영할만 하다 하겠다. <한국 과학사 이야기3>은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에서는 위대한 발명과 기술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성덕대왕신종, 석굴암, 고려청자, 금속활자, 한지, 화약과 화포, 거북선, 수원 화성, 석빙고, 온돌, 한글까지 모두11가지의 창의성이 빛나는 기술과 발명품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문화재로서의 가치와 우수성만을 강조하며 기술하지 않고 우리 조상의 창의적인 생각과 각각의 유물에 녹아 있는 과학적인 정보를 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잇다. 또한 우리 조상들의 과학 발명품과 기술이 무조건 최고라는 국수주의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그 한계도 언급하며 과학적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엿보인다. 2부에서는 현대과학 10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100년전부터 현재까지 서양 과학을 받아들여 높은 수준에 도달하기 까지의 이야기이다. 또한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의 지침이 될만한 과학고, 카이스트, 포항공대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기에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좀더 선명하게 그리며 과학자의 꿈을 꼭 이루고자 하는 동기부여의 효과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한국 과학사 이야기>는 총 3권으로 <한국사편지(박은봉)>로 유명한 "책과함께어린이" 출판사에서 펴냈다. 한국사편지 1편을 읽고 5편까지 소장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처럼 <한국 과학사 이야기>의 1, 2권도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다만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문체로 읽기 쉽도록 구성하려고 노력하였으나 책의 분량이 370여쪽에 달할 정도로 많고 어려운 용어도 제법 등장하기에 평소 독서량이 풍부하거나 관련 분야에 관심이 높은 고학년 학생들에게 먼저 권하고 싶다. 우리 3학년 아이들에게 이 책을 들어보여주니 책만 보고도 놀란 눈치다. 단순히 어린이용 도서라기 보다는 어른들에게도 한번쯤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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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 융과 사라진 성 푸른숲 역사 동화 4
박효미 지음, 조승연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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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이 방영될 때마다 반복되며 따르는 논쟁거리가 있다. 바로 역사 왜곡 논란이다. 특히 인기리에 방영되는 사극이 있을 시에는 그 논란이 더욱 가열되기 마련이다. 제작진들은 드라마는 드라마 일 뿐이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할지 모르지만 사극은 그 태생이 역사적 사실의 바탕 위에서 소재와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것이고 무엇보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이나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의 쉽게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푸른숲 주니어의 역사동화 <왕자 융과 사라진 성>도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는 듯 읽는 내내 흥미 진진했다. 마치 명탐정 추리 소실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다모>, <별순검>이나 김명민 주연의 영화 <조선 명탐정>을 떠오르기도 했다. 백제시대 철기방의 뛰어난 장인이었던 백도라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서 시작된 백제 왕자 "융"의 숨막히는 머리싸움과 추적. 그리고 왕자 융의 스승이자 어라하(백제 왕)의 정치 중심에 섰던 도림스님의 아찔한 정체 탄로와 왕족과 귀족의 다툼, 백제 서민들의 고달픈 삶까지. 멸망해 가는 한성 백제의 쓰라린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왕자 융과 사라진 성>은 그렇게 술술 읽혀 내려갔다.

 

 사실 본문을 읽기 전 에필로그만 읽었을 땐 <왕자 융과 사라진 성>이 700년 백제의 역사 중 500년 동안의 수도였던 위례성 지금의 서울 지방에서 위세를 떨쳤던 그 시기의 찬란한 백제 문화와 유구한 전통을 다루는 작품이라 생각했었다. 일반적으로 공주와 부여만으로 한정해 백제의 도읍지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백제 문화의 중심에는 위례성이 그 바탕에 있고 이 소설 역시 그 위례성을 바탕으로 500년 동안 감춰왔던 새로운 백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패망한 나라의 역사가 보존될 수 없는 역사적 물결처럼 고증할만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나의 기대가 너무 거창했었나 보다. 공부, 부여로 수도을 옮기기 전 한성에서의 500년 백제 역사의 모습이 아니라 백제 마지막 의자왕보다 더 패망의 그늘이 짙었던 개로왕의 마지막 순간이 소설의 주 무대를 이루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로왕은 고구려 세작(첩자)였던 도림스님의 꾐에 빠져 정사를 팽개치고 바둑과 여색에만 빠져들어 고구려 장수왕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죽임을 당하는 어리석인 왕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왕자 융과 사라진 성>에서의 어라하(왕)은 어떤 이보다 날카롭고 정의로운 눈빛을 가진 위엄있는 군주로 곧 닥쳐올 비운의 그림자를 암시하고 맞서려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또한 주인공 왕자 융은 "무령왕"을 모태로 하고 있는데 사실 백제왕의 계보를 짚어보면 21대 개로왕-22대 문주왕-23대 삼근왕-24대 동명와-25대 무령왕 순이기에 융의 아버지인 어라하가 개로왕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처음 언급했던 사극의 역사왜곡 논란과 창작물로서의 역사 소설이 같은 맥락에 놓여진다. 그렇다면 드라마 사극과 마찬가지로 창작물로서의 소설이 허용될 수 있는 기준과 원칙은 어디까지 일까? 역사의 역자도 모르는 문외한인 내가 감히 건방지게도 기준을 제시하자면 역대 왕의 등극 순서나 주요 인물의 생몰연도 그리고 엄연히 사서에 기록되어있는 역사적 사건 등은 그대로 묘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고대사로 올라가 사료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삼국사기 같이 미심쩍은 기록이나 기록 자체에 대한 신뢰가 낮을 경우에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재미있게 읽었고 흥미 진진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지만 읽는 재미에 빠져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밖에없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선 교사로서 객관적이로 사실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 교육은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는 지나치게 딱딱한 나의 교육적 가치관만 저만치 던져 버린다면 500년 한성 백제의 아련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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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ta98 2012-10-0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의 역사왜곡 문제점을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하지만 "백제왕의 계보를 짚어보면 21대 개로왕-22대 문주왕-23대 삼근왕-24대 동명왕-25대 무령왕 순이기에 융의 아버지인 어라하가 개로왕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하신 부분은 리뷰를 쓰신 선생님께서 잘못 아시고 계신 내용이네요.
일단 24대 왕은 동명왕이 아니라 동성왕이구요.
웅진닷컴에서 발간한 <한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증보판), 박영규, 2004-11-18>에 나온 무영왕실록편 240쪽을 보면 무령왕은 삼국사기 기록에 나온 것처럼 동성왕의 아들이 아니라 일본사기에 나온것처럼 개로왕의 후처가 낳은 아들이이라는 설이 정설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작가들이 역사적 사실을 차용해서 작품을 쓰느라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시려면
진짜 역사적 사실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검토부터 하시고 나서 이런 리뷰도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