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스파이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22
김대조 지음, 이경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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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학교, 어느 교실에서나 있을법한 알콩달콩 교실 모습에 주인공 조은수 역시 공부에는 큰 관심 없지만 악의 없는 장난끼가 넘치는 어찌보면 평범하기까지한 전형적인 초등학생들의 이야기.  주니어 김영사에서 출간된 <우리반 스파이>에는 우리네 교실 풍경과 너무나 닮은 낯설지 않은 풍경이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지고 주인공의 마음과 심리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것은 초등학교에서 매일매일을 학생들과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저자의 직업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코흘리개들의 소소한 이야기 속에 스파이가 들어왔다. 초등학생과 스파이 묘한 조화이지만 저자는 그 둘을 맛깔나게 잘 버무려냈다.

 

70점짜리 시험지를 받고도 맞힌 7문제보다 틀린 3문제에 더 신경쓰는 어른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안 돼!"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장난끼 넘치는 주인공 은수는 학교에서도 알아주는 말썽꾸러기이다. 장난이 심하고 말썽꾸러기이지만 어른들의 눈에 비친 이상한 기준에 힐쭉거릴줄도 알고 벌을 서는 순간에도 칠판 위의 글씨들을 공중분해 시켜버릴 만큼 상상력도 풍부한 미워할 수 없는 아이이다. 그런데 어느날 부터 교실에서 생긴 모든 문제과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되어 버린다. 평소 반성문 쓰기의 달인이 된 탓에 자기가 하지 않은 일도 적당한 써줘야 쉽게 용서되는 것임을 알게 된 탓에 없던 잘못을 만들어 버리기도 했지만 억울하고 답답한 누명이 계속해서 은수를 짓누른다. 본인이 한 일이 아니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은수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은수는 의례 그런 일을 할 아이라는 선입견과 편견이 은수를 목죄어 온다.

 그러던 어느날 벤자민 갓난아기의 통통한 허벅지를 닯은 화분에 압정을 박은 범인을 찾는 소동에 범인으로 지목되고 은수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다 교실에 있던 화분 꽃나무를 뽑고 과자 봉지를 쑤셔 넣은 일까지 들통나고 만다. 하지만 아이들을 특히 은수를 더욱 패닉상태로 몰아 넣은건 선생님의 말씀 때문이었다.

 

 "선생님이 아무도 모르게 스파이 심어둔 것 모르지? 이 중에 한 사람은 선생님 스파이야.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니? 너희들 한테서 일어난 일들이 다 나한테 전해진단 말이야. 너희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다 알아. 그러니 조심해!"

 

 초등학교 교실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스파이라니. 어쨌든 그날부터 은수는 선댕님이 말씀하신 스파이가 자신이 저지른 일이 아닌 것까지 고해바친다고 생각하고 스파이 찾기에 혈안이 된다. 급기야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엑스트라 배우 아저씨가 라면박스를 뜯어서 어설프게 만들어준 피켓용 목걸이를 걸고 1인 시위까지 하게 되지만 이 일은 선생님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 은수는 이상한 짓을 하는 괴짜라는 인식만 더 강하게 심어주었을 뿐이다. 어떻게든 스파이를 찾아 자신의 결백을 알리고 싶은 은수. 과연 은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오죽 억울하면 교실에서 1인 시위까지 했을까? 물론 배우 아저씨의 조언이 있었지만 간절한 은수의 마음이 느껴진다.>

 

 

 은수의 억울하고 답답한 십정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에게 이입되며 나 역시 결론이 어떻게 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의 해결은 뜻밖에도 은수의 진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스파이를 찾기 위해 고슴도치 같이 뾰족한 수진이와 선생님만 계시면 기세등등한 소심쟁이 승규의 가방에 미끼용 쪽지를 넣다가 다른 친구의 가방을 뒤진다는 누명을 쓴 것이다. 은수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선생님은 은수가 잘못한게 아닌거 같다며 은수 말을 믿어주자고 수진이를 달랜다. 그 뒤 은수는 말라가는 교실 화분에 물을 주고, 친구들이 아무렇게나 던져둔 우유통을 정리하면서 자신의 옛 모습을 떠올리며 장난만 가득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된다. 결국 은수가 스파이를 찾는데는 실패했지만 진실한 마음은 통한다는 걸 느끼며 이야기가 매듭지어진다.

 

 

 사실 학교현장에서 나 역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느 입장에서 보자면 은수의 갑작스런 깨달음(?)과 변화가 약간의 논리적 비약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갑자기 은수의 행동이 너무 달라진거 아닌가 생각이 들며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어찌보면 나 역시 저런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는 쉽게 바뀌지 않다는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아 억울했지만 단 한번의 진실이 통한다는 경험만으로도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충분히 바뀔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게 나이 어린 초등학생이라면 더욱더 간절할 것이고 더욱더 내가 챙겨야 할 일일 것이다.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르는 아이가 있었다. 1, 2학년때부터 꼬리표를 달고 올라온 녀석. 정말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그 아이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상황을 정확히 훑어 보려해도 아이들의 웅성거리는 불평의 목소리가 가끔은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나의 마음을 짓누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반의 그 아이 역시 은수처럼 장난끼 많고 말썽을 피우지만 그냥 순하고 여린 3학년 학생일 뿐이다. 또래 다른 친구들보다 에너지가 많아 더 많이 움직이고 더 많이 뛰고 싶고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은 충동이 클 뿐. 난 우리반에 스파이를 만들기 보다 내 먼저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려고 한다. 은수의 진실이 모두에게 통했듯이 나의 진실 또한 통하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아참, 스파이가 누군지 궁금하시다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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