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자동차 잘 그리지? - 탈것 편 똑똑해지는 그리기책
앙꼬와 찐빵 지음 / 꿈터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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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터에서 새로 출간된 <아빠! 나 자동차 잘 그리지?>를 펼쳐드는 순간 떠오르는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곧잘 즐겨보던 EBS에서 방영되었던 "그림 그려줘! 루이"이다. 그림 그리는 토끼 루이와 그의 단짝 친구 무당벌레 루비가 붓으로 쉽게 쓱쓱 선을 긋고 세모, 네모를 몇 번 그리고 색칠을 하고 나면 근사한 그림 하나가 뚝딱 완성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유독 그림 그리는 기능이 부족한 탓에 미술 시간이면 늘 곤욕스럽다. 색감도 디자인도 테크닉도 부족하기에 아이들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린이집에서 하원하자마자 스케치북과 색연필부터 꺼내드는 딸아이의 그림 봐주는 일은 온전히 엄마의 몫이다. 난 그저 "잘 그렸어! 멋져! 최고인데."라는 기 살리는 감탄사만 연발할 뿐 이렇게 저렇게 지도할 엄두도 못낸다. 솔직히 실력도 없지만 그림 그리는 방법까지 일일이 간섭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앙꼬와 찐빵이라는 귀여운 필명의 저자가 쓴 <아빠! 나 자동차 잘 그리지?>도 그림 그리기를 어려워하는 또는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다. 화가 루이가 동물, 식물, 도형, 탈것, 먹거리, 계절, 우주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그림을 그린다면 앙꼬와 진빵은 그 범위를 "탈 것"이라는 분야에만 국한 시킨 것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이라 하겠다.

     <그림 그려줘! 루이>

 

<아빠! 나 자동차 잘 그리지?>에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방차, 경찰차, 구급차, 트럭, 어린이집 버스 같은 자동차류에서부터 배, 비행기, 헬리콥터, 기차, 로켓, 잠수함, 우주선, 포클레인, 자전거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탈 것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하지만 어떠한 탈것이든 6단계만 거치면 몇 조각의 선들이 모여 원하는 모습으로 뚝딱 탈바꿈한다. 탈것의 종류에 따라 복잡한 단계와 단순한 단계로 나뉘지 않고 모든 단계가 6으로 끝난다는게 매력적이다. 책의 구성은 왼쪽 페이지에는 6단계의 그림 그리는 순서가 안내되고 오른쪽 페이지에는 완성된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6단계만 따라가다보면 어떤 탈 것이든지 그릴 수 있다.>

 

 

 솔직히 이런 부류의 책은 사물에 대한 관찰력을 기르기보다 아이들의 사고를 고정시키고 정형화 시킨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져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무런 정보 없이 그냥 그림을 그리도록 할 경우와 그림 그리는 순서와 방법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그림을 그리게 할 경우 차이가 있었다. 우선 그림의 수준차가 분명히 존재했다. 원래 그림 그리기에 익숙했던 아이들에게는 <아빠! 나 자동차 잘 그리지?>에서 제시하는 방법이 자유로운 창작을 방해하는 "독"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림 그리기는데 익숙치 않거나 그리는 활동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아이들에게는 좋은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나침반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아래 사진들은 우리반 아이들을 대상으로 아무런 정보 없이 막연히 그려보라고 했을 때와 그리는 순서를 알려준 뒤 그리게 한 것을 비교한  것이다. 각 사물의 어느 정도 기본적인 틀을 알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소방차를 그린 아이들의 그림 비교>

 

 

 둘째, 미처 생각지 못하고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부분도 <아빠! 나 자동차 잘 그리지?>의 그림 그리는 단계를 밟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챙길 수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의 날개 부분은 동체부분만큼이나 크지만 아이들의 그림에서는 동체가 강조되어 있고 날개 아래의 엔진부분을 그린 경우도 거의 없었다. 오히려 로케트처럼 비행기의 뒷꽁지 부분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형태로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책의 순서대로 방법을 제시한 후에는 뒷날개와 엔진, 출입문, 안개 등 기존 그림에서는 미처 그릴 수 없었던 세심한 부분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

 

<비행기를 그린 아이들의 그림 비교>

 

 

 셋째, 아이들의 그림 그려 달라는 요구에 한번쯤 근사한 그림으 그려주고 싶었던 부모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림 그려 달라는 아이들의 요구에 어린왕자에 나오는 비행사처럼 박스만 그려주고 "여기 안에 니가 원하는 그림이 들어 있다."고 하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물론 그렇게 그려준다고 해서 동화속의 어린왕자처럼 뛸듯이 기뻐하는 일이 없다. 오히려 갖은 원망과 푸념만 늘어 놓게 될 뿐이다. 하지만 손으로 연필만 쥘 수 있다면 6단계 따라하기를 통해 누구든지 어느 정도의 그림은 그려낼 수 있다.

 

 그림 그리기를 주저하고 그리기 활동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아이, 그림 그리기에 첫 재미를 붙인 아이, 폼나는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아이. 그리고 그림에 자신이 없는 부모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다만 책에 부록처럼 딸려오는 찢어쓰는 스케치북 대신에 책값을 500원이라도 깎을 수 없을까 생각될 정도로 찢어쓰는 스케치북은 말그대로 얇은 연습장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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