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 융과 사라진 성 푸른숲 역사 동화 4
박효미 지음, 조승연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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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이 방영될 때마다 반복되며 따르는 논쟁거리가 있다. 바로 역사 왜곡 논란이다. 특히 인기리에 방영되는 사극이 있을 시에는 그 논란이 더욱 가열되기 마련이다. 제작진들은 드라마는 드라마 일 뿐이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할지 모르지만 사극은 그 태생이 역사적 사실의 바탕 위에서 소재와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것이고 무엇보다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대중이나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의 쉽게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푸른숲 주니어의 역사동화 <왕자 융과 사라진 성>도 잘 만들어진 드라마를 보는 듯 읽는 내내 흥미 진진했다. 마치 명탐정 추리 소실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를 끌었던 <다모>, <별순검>이나 김명민 주연의 영화 <조선 명탐정>을 떠오르기도 했다. 백제시대 철기방의 뛰어난 장인이었던 백도라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서 시작된 백제 왕자 "융"의 숨막히는 머리싸움과 추적. 그리고 왕자 융의 스승이자 어라하(백제 왕)의 정치 중심에 섰던 도림스님의 아찔한 정체 탄로와 왕족과 귀족의 다툼, 백제 서민들의 고달픈 삶까지. 멸망해 가는 한성 백제의 쓰라린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왕자 융과 사라진 성>은 그렇게 술술 읽혀 내려갔다.

 

 사실 본문을 읽기 전 에필로그만 읽었을 땐 <왕자 융과 사라진 성>이 700년 백제의 역사 중 500년 동안의 수도였던 위례성 지금의 서울 지방에서 위세를 떨쳤던 그 시기의 찬란한 백제 문화와 유구한 전통을 다루는 작품이라 생각했었다. 일반적으로 공주와 부여만으로 한정해 백제의 도읍지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백제 문화의 중심에는 위례성이 그 바탕에 있고 이 소설 역시 그 위례성을 바탕으로 500년 동안 감춰왔던 새로운 백제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패망한 나라의 역사가 보존될 수 없는 역사적 물결처럼 고증할만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는 걸 알면서도 나의 기대가 너무 거창했었나 보다. 공부, 부여로 수도을 옮기기 전 한성에서의 500년 백제 역사의 모습이 아니라 백제 마지막 의자왕보다 더 패망의 그늘이 짙었던 개로왕의 마지막 순간이 소설의 주 무대를 이루고 있다. 또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개로왕은 고구려 세작(첩자)였던 도림스님의 꾐에 빠져 정사를 팽개치고 바둑과 여색에만 빠져들어 고구려 장수왕에게 무참히 짓밟히고 죽임을 당하는 어리석인 왕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왕자 융과 사라진 성>에서의 어라하(왕)은 어떤 이보다 날카롭고 정의로운 눈빛을 가진 위엄있는 군주로 곧 닥쳐올 비운의 그림자를 암시하고 맞서려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또한 주인공 왕자 융은 "무령왕"을 모태로 하고 있는데 사실 백제왕의 계보를 짚어보면 21대 개로왕-22대 문주왕-23대 삼근왕-24대 동명와-25대 무령왕 순이기에 융의 아버지인 어라하가 개로왕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처음 언급했던 사극의 역사왜곡 논란과 창작물로서의 역사 소설이 같은 맥락에 놓여진다. 그렇다면 드라마 사극과 마찬가지로 창작물로서의 소설이 허용될 수 있는 기준과 원칙은 어디까지 일까? 역사의 역자도 모르는 문외한인 내가 감히 건방지게도 기준을 제시하자면 역대 왕의 등극 순서나 주요 인물의 생몰연도 그리고 엄연히 사서에 기록되어있는 역사적 사건 등은 그대로 묘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고대사로 올라가 사료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삼국사기 같이 미심쩍은 기록이나 기록 자체에 대한 신뢰가 낮을 경우에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재미있게 읽었고 흥미 진진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지만 읽는 재미에 빠져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쉬지 않고 읽어 내려갈 수 밖에없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 선 교사로서 객관적이로 사실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역사 교육은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는 지나치게 딱딱한 나의 교육적 가치관만 저만치 던져 버린다면 500년 한성 백제의 아련함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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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ta98 2012-10-04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라마의 역사왜곡 문제점을 지적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동감합니다.
하지만 "백제왕의 계보를 짚어보면 21대 개로왕-22대 문주왕-23대 삼근왕-24대 동명왕-25대 무령왕 순이기에 융의 아버지인 어라하가 개로왕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하신 부분은 리뷰를 쓰신 선생님께서 잘못 아시고 계신 내용이네요.
일단 24대 왕은 동명왕이 아니라 동성왕이구요.
웅진닷컴에서 발간한 <한권으로 읽는 백제왕조실록(증보판), 박영규, 2004-11-18>에 나온 무영왕실록편 240쪽을 보면 무령왕은 삼국사기 기록에 나온 것처럼 동성왕의 아들이 아니라 일본사기에 나온것처럼 개로왕의 후처가 낳은 아들이이라는 설이 정설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작가들이 역사적 사실을 차용해서 작품을 쓰느라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하시려면
진짜 역사적 사실이 무엇인지 차근차근 검토부터 하시고 나서 이런 리뷰도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