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순간에도' 듣고 싶었던 말이 있었다. 그 말을 듣지 못해 마음은 상했고 얼굴은 굳어졌다. 때로는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듣기도 했다. 그 말 한마디는-때로는 글말 한줄- 겨울내내 얼어있던 땅을 녹이는 봄비처럼,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랬던 삶의 순간들이 오롯이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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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주위에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지만 듣고 싶었던 말을 듣지 못한 이들이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그럴거 같고, 몇몇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런 이들의 마음을 알고, 애틋한 위로의 말을 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엄마, 아버지도 사는 게 무섭던 때가 있었단다'의 엄마처럼...

결국 인생은 인내심과 정성을 얼마나 쏟느냐의 문제임을 아버지는 말없이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지도 모르겠다. - P32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인정받아야 ‘쓸모‘ 있는 인간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이 있어야 ‘잘 쓰이는‘삶을 살 수 있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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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척'에 관한 것이다. 

'참척'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단어다. 뜻을 찾아보니 한자 참척(慘慽)의 뜻은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이다. 또 '참척'은 잠척(潛着)에서 온 말로 뜻은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골똘하게 씀'이다. 이 책은 참척(慘慽)을 겪고 그 일에 잠척(潛着)하며 살았던 기록이다.

  

박완서 작가님은 참척을 겪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5년 5개월밖에 안된 아들이 1988년 8월에 죽었다. 아들의 죽음 이후에 '만일 내가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 못하게 하련만. 미친년 같은 생각을 열정적으로 해본다.'(17쪽)라는 글귀처럼 고통과 절망, 그리고 분노 속에 지낸 박완서 개인의 내면 기록이다.

 

납득할 수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 절망 속에서 세상을 향해 분노하다 신을 향해 포악을 떨다가도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신의 도움을 간절히 구한다. 하지만 끝내 신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밥이 되어라' 사제관 응접실 탁자 위에 놓인 백자 필통에 쓰인 글귀를 보고 이전에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 속에 신의 응답이 담겨 있었음을 깨우친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박완서 작가는 조금씩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녀가 '다시 글을 쓰게 됐다는 것은 내가 내 아들이 없는 세상이지만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는 증거와 다르지 않다는 것'(173쪽) 이었다.

  

책을 내내 몇번이고 한숨이 터져나왔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리고 불현듯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로 위대한 일이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옵소서' (174쪽) 이 고백이 내 입술에서 나오는 날이 오기를 감히 기도해본다.

만약 내 수만 수억의 기억의 가닥 중 아들을 기억하는 가닥을 찾아내어 끊어버리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련만. 그러나 곧 아들의 기억이 지워진 내 존재의 무의미성에 진저리를 친다. - P26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옵소서.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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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언어가 되면 슬픔은 나를 삼키지 못한다. 그 대신 내가 슬픔을 ‘본다‘ 쓰기 전에 슬픔은 나 자신이었지만 쓰고 난 후에는 내게서 분리된다. 손으로 공을 굴리듯, 그것은 개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무엇이 된다. - P22

글을 쓴다고 실제로 뭐가 달라지는 건 물론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겪은 일을 언어로 재현할 수 있다는 믿음은 희한하게도 나를 일으켜 세웠다. - P33

기쁨은 언어가 되는 순간 불어나고 슬픔은 언어가 되는 순간 견딜 만한 것이 된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 P37

삶이 너무 지독할 때는 쓸 수가 없다. 하지만 지독하지 않으면 쓸 이유가 없다. 그 중간의 어딘가에 모든 글쓰기가 웅크리고 있을 것이다. - P49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옵소서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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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책 제목 때문이다. 도서관 신간 코너 책들을 쭉 훑어보다가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 하던 일을 그만둔 이유 중에 하나가 그때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로 '허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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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는 내 인생에 화두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대학교를 가고 대학원을 다니며 했던 일들이 어느날부터인가 위선적이라 느껴졌다. 이런 논리, 저런 명문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탐욕을 정당화시켜주는 일에 불과하다 생각되었다. '허무'했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 책의 제목일 뿐 아니라 내 인생의 화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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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을 말한다이것이 중요하다. 허무 극복이 인생의 목적과 목표가 될 수 없다. 인생은 허무하기 때문이다. 허무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허무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목적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다른 무엇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돈, 인정, 명예 등등이...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만 결코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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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나 '명예'가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더 고상한 가치를 말하는 이들 가운데 중에 결국 '돈'과 '명예'에 목매어 사는 걸 너무 많이 봤다. 특히 종교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기에 원한다면 당신이 무엇인가 담을 수도 있다. 인생의 정해진 의미가 없기에, 각자 원하는 의미를 인생의 담을 수 있듯이. - P43

나이가 들수록 경직이란 과제와 싸워야 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죽은 뒤에야 비로소 사후 경직이 찾아온다.
- P69

관건은 정해둔 목표의 정복이 아니라,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자기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 P103

노동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노동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원이다. 일로부터 벗어나야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 - P157

단지 팔기 위해 허겁지겁하는 노동이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공들인 노력, 그리하여 일상의 디테일이 깃든 작은 예술과 그 아름다움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것들이야말로 우리의 노동을 즐길 만한 것으로 만든다. - P159

구원은 비천하고 무의미한 노동을 즐길 만한 노동으로 만드는 데서 올 것이다. - P160

서둘러 판단하지 않고 구체적인 양상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것, 그것은 산산한 삶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레시피이기도 하다. - P177

대상을 좋아하되 파묻히지 않으려면, 마음의 중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마음의 중심은 경직되어서는 안 된다. 경직되지 않아야 기꺼이 좋아하는 대상을 받아들이고, 또 그 대상에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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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은 출판사를 소개합니다 - 혼자 일하지만 행복한 1인 출판사의 하루
최수진 지음 / 세나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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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는 나의 오랜 꿈이다. 나처럼 '1인 출판사 한번 해 볼까?'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에게 판단에 도움이 되자는 의도로 이 책을 썼다고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다. 이 의도대로 1인 출판사 대표로서 일상을 솔직 담백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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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출판사를 하고 싶지만, 출판업 경험이 전무하기에 '1인 출판, 독립 출판' 관련 책들을 읽으며 사전 준비를 하고 있다. 이 책은 1인 출판사를 하려면, 그것도 오랫동안 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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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1인 출판사는 만만히 볼 일은 아니며 먹여 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다면 제발 다시 잘 생각해서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선택하자'(23쪽) 는 말은 나의 폐부를 찌른다. '만약 내가 좋아하는 분야, 내고 싶은 책만 출판한다면 과연 책을 팔아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까?(32쪽)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대답할 자신이 지금은 없다. '일단 책을 한 권 내고 나면 꾸준히 계속 책을 내야만 출판사를 유지할 수 있다'(129쪽)고 하는데, 책 한두권은 낼 수는 있지만 꾸준히 책을 낼만한 콘텐츠가 없고 작가들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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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의 인생 이모작은 1인 출판사이다. 거기에 '귀농'과 '사회복지'까지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더 읽고, 더 쓰고, 더 알아보고, 더 준비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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