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말들 -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은유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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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정쩡함이 글쓰기의 동력이었음을. 글 쓰는 일은 질문하는 일이다. 당연한게 당연하지 않고 혼란스러워야 사유가 발생한다. - P18

인간이 명료함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건 삶의 본질이 어정쩡함에 있다는 뜻이겠구나. - P19

자신의 고정된 위치를 버리고 다른 존재로 넘어가기. 한 사람의 놀이 능력은 곧 교감능력이자 변신 능력이고 사랑 능력이나 다름없었다. - P37

합리성으로 포획되지 않는 삶, 실패로서만 확인되는 앎이 있다. 그것은 나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 P47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은 침묵하는 법을 익히고 남성은 감정을 도려내는 법을 배운다. - P53

여자의 몸이 무거워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삶도 무거워진다. - P65

내 자식만 감싸고돌면서 ‘지금 세상이 어떤 줄 아느냐‘고 하면서 그 세상을 고착시켰다. - P71

나는 수업과 강연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 아니 자기-삶을 진득하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걸 자주 느낀다. - P74

서로가 경쟁자 아닌 경청자가 될 때, 삶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관찰자가 될 때 우린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 - P83

내게 사랑은 나 아닌 것에 ‘빠져듦‘ 그리고 ‘달라짐‘이다. - P87

삶은 늘 우리의 경험과 인식을 초과한다. 문학으로 타인의 삶을 상상할 수는 있다. - P131

삶의 아이러니 앞에서 말은 무력하다. - P148

용서는 신이 지급하는 쿠폰이 아니고 인간의 용기를 거름 삼아 자라는 나무라는 것. 가해자와 피해가, 공동체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용기 내어 정성스럽게 가꾸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179쪽) - P179

‘해봐서 아는데‘를 넘어 해보지 않고도 아는 척하는 사람이 되는 것, 몸보다 말이 나아가고 살아내기보다 판단하기를 즐기는 것, 그게 바로 나이름의 징조임을 일깨워준 젊은 동료들이 귀인이다. - P189

자기 안에 숨은 나태함, 눈속임, 냉혹함과 끊임없이 싸우기.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확신에 빠져 있는 한, 나는 ‘옳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한, 사람은 차별 감정과 진지하게 마주할 수 없다." - P197

살면서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정신차리고 피해자가 됐을 때 대응하자며 공부하지만 시급한 건 목격자로서 행동 메뉴얼, 남의 일에 간섭하고 목소리를 내는 훈련 같다. - P209

크는 동안 어른들에게 들어온 익숙한 말들을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적용한 것뿐. 대개의 선악 판단이 그러하듯 낯섦에 대한 저항, 익숙함에 대한 옹호일 따름이다. - P224

나와 상관없어 보이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자기 삶의 문제인지도 몰랐던 문제가 드러나는 경험은 언제나 신비롭다. - P238

페미니즘이 외모 평가를 금지하는 메뉴얼이 아니라 어떤 말과 행동이 놓인 상황과 맥락을 다층적 관점으로 헤아리는 공부라고 할때, 외모 평가라는 해위 자체만 떼어놓고 죄의식을 갖는 건 올바른 접근이 아닐 것이다. - P251

다른 삶을 상상하라고 말하지만, 그러한 "세상은 우리의 깊은 관심과 소중히 여김의 소용돌이와 회오리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 P260


작은 조언도 큰 이론도 자신의 몸으로 영접하지 않은 한 자신의 앎이 되지 않는다.내용 없는 희망은 불행을 대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주 그 불행의 씨앗이 된다.

 - P275

성찰 없는 순종이 몸에 배면 자기의 좋음과 싦음의 감각은 퇴화한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를 지키기 어렵다. 시급한 건 ‘자기 돌봄‘이다. - P289

‘관대함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는 말은 진리다. - P298

늘 단순한 상황 판단은 타인의 구체적 처지에 대한 고려 없음에 기반한다. - P323

돈에만 매수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게 없습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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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까지는 주로 업무와 관련된 책만 읽었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 올해 연초부터 '글쓰기' 관련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은유 작가님의 책,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을 읽었다. 다른 글쓰기들을 읽을 때보다 은유 작가님의 책을 읽을 때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았고 밑줄친 문장들이 눈에 많이 들어왔다. '글쓰기의 최전선'은 주요 내용을 뽑아서(발췌)하며 읽었다. 

왜 다른 작가님들의 글보다 은유작가님의 글이 내 마음에 더 와닿았을까? 그 정답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은유 작가님의 글에는 '삶의 세목'(226쪽)이 들어가 있고 일상과 이웃의 삶이 녹아져 있기 때문이다. 은유 작가님은 글쓰기 전과 후에 달라진 점이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하게 됐다는 것, 타인을 존중하게 되었다는 것'(285쪽)이라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내가 가장 바라는 점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온유 작가님의 글쓰기 수업을 듣고 나온 기분이다. 잘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듣고 싶은 거만 들었지 싶다. 괜찮다. 아직 들어야할 수업이 많다. 이제 겨우 '글쓰기의 최저선, 쓰기의 말들'에 이어 3교시를 들었을 뿐이닌까. 조금 쉬었다가 4교시는 '다가오는 말들' 수업을 들으러 가야겠다.

타인의 구체적 삶과 닿아 있는 문장. 너무 날것이라서 아픈 문장, 아픔이 길이 되는 문장.  - P16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고 생각한다는 것은 늘 모든 것을 낯설게 본다는 뜻입니다. - P37

사물과 현상을 낯설고 예민하게 보는 눈을 지닐 때 가능한 ‘생활의 발견‘이 글 쓰는 의미와 재미를 가져다줍니다. 그래서 글이 늘지 않는다는 건 ‘새롭게 보이는 게 없다‘ ‘늘 하던 소리를 한다‘ 혹은 ‘하나 마나 한 말을 한다‘라고 바꿔 말할 수 있게어요. - P38

슬럼프를 극복하는 방법은
1. 늘 하던 익숙한 글쓰기를 그만둔다.
2. 쉬면서 쓸데없는 일을 하거나 나를 가만히 둔다.
3. 익숙하지 않은 분야의 글쓰기를 시도해본다. - P40

쓰는 고통이 크면 안 쓴다. 안 쓰는 고통이 더 큰 사람은 쓴다. 글 쓸 때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자기 의심은 오직 쓰는 행위에 몰입할 때만 자취를 감춥니다. - P45

토로가 토론으로 이루어지는 곳, 사회적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곳. 성취와 결실의 언어만 허용하는 장이 세속의 현실이라면, 좌절과패배의 언어도 수용하는 장은 글쓰기 수업이 아닐까요. - P54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 - P72

직면하고 싶지 않은 일에 글감의 광맥이 있다. 그 광맥에서 글감이 계속 나올 것이다. - P93

글쓰기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남이 읽고 싶게 쓰는 것, 이 두가지를 조합시키는 부단한 노동 - P95

좋은 책이란 읽는 사람을 다른 생각,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 P214

소설가 박완서 선생님은 책 쓰는 이유를 이렇게 밝혔어요. "나는 이웃들의 삶 속에서 존재의 혁명을 일으키고 싶기 때문입니다" - P218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교하게 한다. - P218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 P251

결국 작가의 일이란 잘 듣고 들은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세상에 내놓은 일 같아요. - P270

글쓰기란 자기 관점을 세우고 그걸 부수고, 남들의 생각을 쫓는 게 아니라 내 생각에 몰입하고 그걸 다시 의심하고. 그렇게 내가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일입니다. - P288

‘삶에서 버릴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아는 사람이 작가다‘ 기존에는 쓸모를 기준으로 어떤 존재나 경험을 생각하고 평가하는 사람이었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된 이후로 어떤 사물과 현상과 존재에서 다른 의미를 발굴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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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글쓰기의 최전선'에 이어 올해 세번째로 읽은 은유 작가님 책이다. 모두 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다 읽고 난 후 사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읽은 세 권 모두 다 그랬다. 사서 가까이 놓고 다시 읽고 싶은 책,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이 책 좋더라. 너도 한번 꼭 읽어봐'라고 말해주고 싶은 책, '그렇게 좋아 그럼 나 좀 빌려 줘'라고 친구가 말하면 친구에게 사서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이 난 그리도 좋았다. 친구들 중에서 특히 유부남들에게 사서 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아내들은 아마도 위로를 받을 거 같다. 그런데 정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남자들, 특히 나를 비롯한 유부남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내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말이다. 이 책을 유부남 친구들에게 소개해주며 '올드보이가 되자' 고 말하고 싶다. 장도리를 휘두르는 올드보이(박찬욱 영화)가 아니라 이 책에서 말하는 올드걸과 같은 올드보이가 되자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 나에게 올드걸의 정의를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돈이나 권력, 자식을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고 본래적 자아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 늘 느끼고 회의하는 배우는 ‘감수성 주체‘라고. - P14

시를 읽는 동안 나 역시 생각에서 생각으로 돌아눕고 곱씹고 되씹고 뒤척이기를 반복했다 - P18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되지 않고 성과를 축적하지 않는 삶은 설명하기도 이해받기도 어려웠다. 오직 노릇과 역할로 한 사람을 정의하고 성과와 목표로 한 생애를 평가하는 가부장제 언어로는 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말이 바닥났을 때 시가 내게로 왔다. - P21

삶의 길이보다 밀도가 중요해졌다

- P98

여자로 태어나서 미친년으로 진화한다는 말은 여자의 연대기에 관한 핵심적 진술이다 - P216

사는 일이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 - P246

같이 뭉개는 시간의 양, 묵은 정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는 상호촉발을 일으키는 강도가 인연을 키우는 힘 같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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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 앞에 서서 가르쳐야 했다, 그 전에 글을 써서 준비했고, 그 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말을 했다. 20 여 년 동안 그 일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때 썼던 내 글들이 모두 다는 아니었지만 상당수가 참 부끄러워졌다. 나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동식물 포함해서)에 대한 살핌과 헤아림은 전혀 없지는 않았으나 겉만 슬쩍 보아 넘기기 일쑤였다. 그러면서도 뭔가 깊고 넓고 큰 가르침인냥 심각한 표정에 잔뜩 힘을 준 목소리로 말했다. 글은 삶의 거울(173쪽)이라는데 내 삶은 실속은 없고 겉멋만 잔뜩 들어서 대단한 사람이라는 착각에 허우적거렸던 거 같다. 다시 찬찬히 깊이 살펴보고(관찰), 그 뜻을 헤아려서(통찰), 내 삶으로 품어내는(성찰) 글을 쓰고 말을 하며 살아야 겠다. 

나만의 언어 발명하기. 이것이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까닭이다. - P16

자기 이해를 전문가에게 의탁하기보다 스스로 성찰하고 풀어가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며 그 중 가장 손쉬운 하나가 내 생각에는 글쓰기다. - P43

글쓰기는 곧 남들에게 보여지는 삶, 해석당하는 삶에 대한 두려움을 벗어버리는 일이다. - P60

‘질문하는 글‘은 ‘생성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 P118

우리는 경험이라는 체에 걸러진 것만을 본다. - P96

글에는 적어도 세 가지 중 하나는 담겨야 한다. 인식적 가치, 정서적 같이, 미적 가치. 곧 새로운 지식을 주거나 사회의 지평을 넓혀주거나 감정을 건드리거나. - P65

글은 삶의 거울이다 - P173

작가는 삶에 대한 옹호자 다. 모든 생명은 그 땅의 최상이고 그 세월에 최선이었음을 기록하는 것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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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말들 -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 문장 시리즈
은유 지음 / 유유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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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두고 읽어도 좋을 책이다. 글쓰기 책인줄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삶 살피기 책이다. 글이란 쓰기 전에 먼저 살펴야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나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다른 이들의 삶을 찬찬히 살피고 곱씹은 후에야 비로소 글을 쓸 수 있음을 알게되었다.
이제껏 너무 교만하게 살아왔다. 들여다보지 않았고 살피기도 전에 함부로 제단했다. 곱씹지도 않고 너무 많은 말을 했다.

무시나 과장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인정과 옹호의 글쓰기는 이 부조리한 사회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일까 - P41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자기가 발 디딛 삶에 근거해서 한 줄씩 쓰면 된다. - P49

공부는 독서의 양 늘리기가 아니라 자기 삶의 맥락 만들기다. - P109

Man(인류)에 대해 쓰지 말고 man(한 인간)에 대해 쓰라.
E. B. 화이트 - P204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건 건조한 정답이 아니라 육성이 담긴 질문, 진실을 추구하는 목소리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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