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전히 책 제목 때문이다. 도서관 신간 코너 책들을 쭉 훑어보다가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책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에 하던 일을 그만둔 이유 중에 하나가 그때 하고 있는 일이 무의미하고 무가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바로 '허무'이다.
'허무'는 내 인생에 화두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대학교를 가고 대학원을 다니며 했던 일들이 어느날부터인가 위선적이라 느껴졌다. 이런 논리, 저런 명문을 내세우지만 결국은 탐욕을 정당화시켜주는 일에 불과하다 생각되었다. '허무'했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이 책의 제목일 뿐 아니라 내 인생의 화두이다.
이 책은 '허무와 더불어 사는 삶'을 말한다이것이 중요하다. 허무 극복이 인생의 목적과 목표가 될 수 없다. 인생은 허무하기 때문이다. 허무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허무와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목적 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 다른 무엇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돈, 인정, 명예 등등이... 이런 것들이 필요하지만 결코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돈'이나 '명예'가 인생의 목적이 될 수 없다며 더 고상한 가치를 말하는 이들 가운데 중에 결국 '돈'과 '명예'에 목매어 사는 걸 너무 많이 봤다. 특히 종교인들이 그렇게 하는 것을 너무 많이 봤다.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기에 원한다면 당신이 무엇인가 담을 수도 있다. 인생의 정해진 의미가 없기에, 각자 원하는 의미를 인생의 담을 수 있듯이. - P43
나이가 들수록 경직이란 과제와 싸워야 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죽은 뒤에야 비로소 사후 경직이 찾아온다. - P69
관건은 정해둔 목표의 정복이 아니라, 목표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자기 스타일을 찾는 것이다. - P103
노동을 없애는 것이 구원이 아니라 노동의 질을 바꾸는 것이 구원이다. 일로부터 벗어나야 구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을 즐길 수 있어야 구원이 있다. - P157
단지 팔기 위해 허겁지겁하는 노동이 아니라, 실생활에 필요한 좋은 물건을 만들기 위한 공들인 노력, 그리하여 일상의 디테일이 깃든 작은 예술과 그 아름다움이야말로 우리를 구원할 것이라는 말이다. 그것들이야말로 우리의 노동을 즐길 만한 것으로 만든다. - P159
구원은 비천하고 무의미한 노동을 즐길 만한 노동으로 만드는 데서 올 것이다. - P160
서둘러 판단하지 않고 구체적인 양상을 집요하게 응시하는 것, 그것은 산산한 삶의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레시피이기도 하다. - P177
대상을 좋아하되 파묻히지 않으려면, 마음의 중심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마음의 중심은 경직되어서는 안 된다. 경직되지 않아야 기꺼이 좋아하는 대상을 받아들이고, 또 그 대상에게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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