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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건 원래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거라서 자신을 더 근사한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에너지라는 걸 인생의 미로에 얽히고설킨 길에서 목적지를 잃어버로을 때, 가만히 속삭여 주는 목소리 같은 거였어.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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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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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과남자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학부, 대학원에서 인문계열 공부를 했다. 나름 책읽기를 좋아한다고 자부하지만 과학교양서는 거의 읽지 않았다. 그러다가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에 나온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과학에 관해 내가 얼마나 무지한 지, 다른 한편으로는 과학이 얼마나 흥미로운 지를 알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 발간 소식을 전해듣고 사 읽었다.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며 올라온 첫 느낌이다. 과학은 여전히 어려웠다. '물리학, 화학'이 특히 그랬다. 뇌과학과 생물학은 아주 흥미로웠다. 두 분야는 내가 공부했던 인문계열과 연관된 부분이 많아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부끄럽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이다. 파인만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스스로는 지혜롭다고 믿는 거만한 바보'를 말한다. 거만한 바보 중에 한 명이 바로 나였다. 있는 그대로 세계를 이해하지 않고 이해하고 싶은 대로 세계를 봤다. 물질 세계에 대해 너무 무지했다. 그런데 무지하다는 것조차 모르고 뭔가 대단한 영적 깨달음은 이룬 냥 떠들어댔다. 그런 내가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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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트로피 법칙은 영원성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고 말한다. 이 우주에는 그 무엇도, 우주 자체도 영원하지 않다. 오래간다고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존재의 의미는 지금, 여기에서, 각자가 만들어야 한다. 우주에도 자연에도 생명에도주어진 의미는 없다. 삶은 내가 부여하는 만큼 의미를 가진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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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진짜 위기에 빠지는 경우는 단 하나뿐이다. 나 자신을 이해하는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때다. - P27

과학은 단순히 사실의 집합이 아니다. 과학은 마음의 상태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본질을 드러내지 않는 실체를 마주하는 방법이다. - P31

과학의 질문은 인문학의 질문에 선행한다. 인문학은 과학의 토대를 갖추어야 온전해진다. - P47

뉴런은 서로 연결함으로써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만들어내고, 사람의 생각과 행동은 거꾸로 뉴런의 연결 패턴에 영향을 준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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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참척'에 관한 것이다

'참척'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단어다. 뜻을 찾아보니 한자 참척(慘慽)의 뜻은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는 일'이다. '참척'은 잠척(潛着)에서 온 말로 뜻은 '한 가지 일에만 정신을 골똘하게 씀'이다. 이 책은 참척(慘慽)을 겪고 그 일에 잠척(潛着)하며 살았던 기록이다.

  

박완서 작가님은 참척을 겪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55개월밖에 안된 아들이 19888월에 죽었다. 아들의 죽음 이후에 '만일 내가 독재자라면 88년 내내 아무도 웃지도 못하게 하련만. 미친년 같은 생각을 열정적으로 해본다.'(17)라는 글귀처럼 고통과 절망, 그리고 분노 속에 지낸 박완서 개인의 내면 기록이다.

 

납득할 수 없고, 감당할 수도 없는 절망 속에서 세상을 향해 분노하다 신을 향해 포악을 떨다가도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신의 도움을 간절히 구한다. 하지만 끝내 신은 아무 말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밥이 되어라' 사제관 응접실 탁자 위에 놓인 백자 필통에 쓰인 글귀를 보고 이전에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 속에 신의 응답이 담겨 있었음을 깨우친다.

 

그리고 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박완서 작가는 조금씩 다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녀가 '다시 글을 쓰게 됐다는 것은 내가 내 아들이 없는 세상이지만 다시 사랑하게 되었다는 증거와 다르지 않다는 것'(173) 이었다.

  

책을 내내 몇번이고 한숨이 터져나왔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리고 불현듯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로 위대한 일이다'는 생각이 올라왔다.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옵소서' (174) 이 고백이 내 입술에서 나오는 날이 오기를 감히 기도해본다.

만약 내 수만 수억의 기억의 가닥 중 아들을 기억하는 가닥을 찾아내어 끊어버리는 수술이 가능하다면 이 고통에서 벗어나련만. 그러나 곧 아들의 기억이 지워진 내 존재의 무의미성에 진저리를 친다. - P26


주여 저에게 다시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주여 너무 집착하게는 마옵소서.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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