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의 말들, 글쓰기의 최전선'에 이어 올해 세번째로 읽은 은유 작가님 책이다. 모두 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었다. 다 읽고 난 후 사고 싶어졌다. 지금까지 읽은 세 권 모두 다 그랬다. 사서 가까이 놓고 다시 읽고 싶은 책,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이 책 좋더라. 너도 한번 꼭 읽어봐'라고 말해주고 싶은 책, '그렇게 좋아 그럼 나 좀 빌려 줘'라고 친구가 말하면 친구에게 사서 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이 난 그리도 좋았다. 친구들 중에서 특히 유부남들에게 사서 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아내들은 아마도 위로를 받을 거 같다. 그런데 정말로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은 남자들, 특히 나를 비롯한 유부남들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내의 마음을 아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다면 말이다. 이 책을 유부남 친구들에게 소개해주며 '올드보이가 되자' 고 말하고 싶다. 장도리를 휘두르는 올드보이(박찬욱 영화)가 아니라 이 책에서 말하는 올드걸과 같은 올드보이가 되자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 나에게 올드걸의 정의를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돈이나 권력, 자식을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고 본래적 자아를 동력으로 살아가는 존재, 늘 느끼고 회의하는 배우는 ‘감수성 주체‘라고. - P14
시를 읽는 동안 나 역시 생각에서 생각으로 돌아눕고 곱씹고 되씹고 뒤척이기를 반복했다 - P18
하나의 목적으로 수렴되지 않고 성과를 축적하지 않는 삶은 설명하기도 이해받기도 어려웠다. 오직 노릇과 역할로 한 사람을 정의하고 성과와 목표로 한 생애를 평가하는 가부장제 언어로는 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말이 바닥났을 때 시가 내게로 왔다. - P21
여자로 태어나서 미친년으로 진화한다는 말은 여자의 연대기에 관한 핵심적 진술이다 - P216
사는 일이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 - P246
같이 뭉개는 시간의 양, 묵은 정도 의미 있지만 그보다는 상호촉발을 일으키는 강도가 인연을 키우는 힘 같다 - P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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