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정쩡함이 글쓰기의 동력이었음을. 글 쓰는 일은 질문하는 일이다. 당연한게 당연하지 않고 혼란스러워야 사유가 발생한다. - P18
인간이 명료함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건 삶의 본질이 어정쩡함에 있다는 뜻이겠구나. - P19
자신의 고정된 위치를 버리고 다른 존재로 넘어가기. 한 사람의 놀이 능력은 곧 교감능력이자 변신 능력이고 사랑 능력이나 다름없었다. - P37
합리성으로 포획되지 않는 삶, 실패로서만 확인되는 앎이 있다. 그것은 나를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 P47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은 침묵하는 법을 익히고 남성은 감정을 도려내는 법을 배운다. - P53
여자의 몸이 무거워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삶도 무거워진다. - P65
내 자식만 감싸고돌면서 ‘지금 세상이 어떤 줄 아느냐‘고 하면서 그 세상을 고착시켰다. - P71
나는 수업과 강연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것, 아니 자기-삶을 진득하게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는 걸 자주 느낀다. - P74
서로가 경쟁자 아닌 경청자가 될 때, 삶의 결을 섬세하게 살피는 관찰자가 될 때 우린 누구나 괜찮은 사람이 된다. - P83
내게 사랑은 나 아닌 것에 ‘빠져듦‘ 그리고 ‘달라짐‘이다. - P87
삶은 늘 우리의 경험과 인식을 초과한다. 문학으로 타인의 삶을 상상할 수는 있다. - P131
삶의 아이러니 앞에서 말은 무력하다. - P148
용서는 신이 지급하는 쿠폰이 아니고 인간의 용기를 거름 삼아 자라는 나무라는 것. 가해자와 피해가, 공동체 구성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용기 내어 정성스럽게 가꾸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179쪽) - P179
‘해봐서 아는데‘를 넘어 해보지 않고도 아는 척하는 사람이 되는 것, 몸보다 말이 나아가고 살아내기보다 판단하기를 즐기는 것, 그게 바로 나이름의 징조임을 일깨워준 젊은 동료들이 귀인이다. - P189
자기 안에 숨은 나태함, 눈속임, 냉혹함과 끊임없이 싸우기.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는 확신에 빠져 있는 한, 나는 ‘옳다‘는 태도를 견지하는 한, 사람은 차별 감정과 진지하게 마주할 수 없다." - P197
살면서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정신차리고 피해자가 됐을 때 대응하자며 공부하지만 시급한 건 목격자로서 행동 메뉴얼, 남의 일에 간섭하고 목소리를 내는 훈련 같다. - P209
크는 동안 어른들에게 들어온 익숙한 말들을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들에게 적용한 것뿐. 대개의 선악 판단이 그러하듯 낯섦에 대한 저항, 익숙함에 대한 옹호일 따름이다. - P224
나와 상관없어 보이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자기 삶의 문제인지도 몰랐던 문제가 드러나는 경험은 언제나 신비롭다. - P238
페미니즘이 외모 평가를 금지하는 메뉴얼이 아니라 어떤 말과 행동이 놓인 상황과 맥락을 다층적 관점으로 헤아리는 공부라고 할때, 외모 평가라는 해위 자체만 떼어놓고 죄의식을 갖는 건 올바른 접근이 아닐 것이다. - P251
다른 삶을 상상하라고 말하지만, 그러한 "세상은 우리의 깊은 관심과 소중히 여김의 소용돌이와 회오리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 P260
작은 조언도 큰 이론도 자신의 몸으로 영접하지 않은 한 자신의 앎이 되지 않는다.내용 없는 희망은 불행을 대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주 그 불행의 씨앗이 된다.
- P275
성찰 없는 순종이 몸에 배면 자기의 좋음과 싦음의 감각은 퇴화한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를 지키기 어렵다. 시급한 건 ‘자기 돌봄‘이다. - P289
‘관대함은 탄수화물에서 나온다‘는 말은 진리다. - P298
늘 단순한 상황 판단은 타인의 구체적 처지에 대한 고려 없음에 기반한다. - P323
돈에만 매수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게 없습니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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