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관련된 에세이는 읽으며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어요.
나는 전혀 몰랐던 음식의 세계와 나와는 많이 다르거나 혹은 비슷한 감성적인 이야기등등!
설 아침을 책과 함께 시작합니다.


‘나태하다‘는 말을 좋아한다. 일견 비슷해 보이는 ‘게으름을피우다‘라는 말에는 질책이나 한심함 같은 게 들어 있다면,
‘나태하다‘라는 말에서 자유의지 같은 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천천히 하려는 의지, 여유를 가지려는 의지가.
그래서일까. 나태하게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기 전에콩을 불렸다가 일어나야 콩을 삶고, 다시 식혔다 만드는 요리 같은 건 빨리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 이런 시간을 들이는 요리를 할 때, 시간의 마디마디에 다른 일을 끼워 넣는걸 좋아한다. 나태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원고 한 편 쓰기‘ 혹은 ‘단편소설 한 편 읽기‘ 같은 걸 하는거다.

- P31


이 운수 좋은 날, 아빠는 날계란을 숟가락으로 톡톡 깨트려 밥에 올렸다. 여기에 밥숟가락으로 진간장 하나. 아빠의계란밥을 한 숟갈 맛보고는 나도 달걀을 깨뜨리곤 했다. 숟가락으로 깰 자신은 없어서 식탁 모서리에 계란을 깨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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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햅번의 홀리 고라이틀리를 만나게 되는 책.
간만에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보고 싶어지는 책!^^



여기 한 여자가 있다. 모두가 잠든 새벽,
고급 상점이 즐비한 맨하탄 5번가 거리에서서 아침을 먹는다. 화려한 목걸이에 티아라, 검은 장갑까지 영락없이 어느파티장에서 튀어나온 모습이다. 커다란선글라스에 가려 어떤 표정인지는 알 수없다. 지방시 드레스를 입고 티파니 매장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새벽. 대도시 뉴욕을한 장면으로 압축하면 이런 느낌일까.
여자는 쓰레기통에 남은 음식을 버리고는흰 숄을 두르고 거리 속으로 사라진다. - P45

영화는 초반부터 홀리 고라이틀리를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소품을 택했다.
이사를 오기로 한 폴이 열쇠가 없어 홀리의집에서 전화를 빌리러 가는 것을 계기로관객은 홀리의 공간에 들어간다. 그리 길지않은 이 시퀸스 안에서 우리는 홀리가 어떤사람인지 소품을 통해 단서를 얻게 된다.
폴이 벨을 누르자 홀리는 남성용 턱시도와이셔츠를 잠옷으로 걸쳐 입고 문을연다. 전화를 빌리고 싶다는 폴의 말에전화기를 찾다 거실 한구석의 여행용가방을 열자 전화기가 나온다. 이어 홀리가냉장고를 여니 플랫 슈즈가 나오는데, 힐끗보더니 다시 냉장고에 집어넣는다. 우유를꺼내는가 싶더니 칵테일 잔에 부어 마신다.
거실에 있는 소파는 사실 반으로 가른욕조이고, 외출을 하기 위해 찾던 검은색구두는 침대 옆 꽃바구니에 처박혀 있다.
도무지 어느 하나 제자리에 있는 게 없다.
- P66

처음 홀리를 자세히 소개하는 첫 장면안에 이렇게 괴짜스러운 물건들을한꺼번에 집어넣은 의도는 무엇일까.
언뜻 보면 이러한 소품이 홀리가 진실을외면하고 환상만을 좇는 ‘가짜‘임을보여준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욕조(소파)에 앉아 티파니 같은 집을 갖고싶다고 말하는 홀리에게서 허영이 아니라솔직함을 본다. 이는 홀리가 물질을본질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물건의 ‘가짜‘
용도를 ‘진짜‘라고 믿고 그것이 다시 ‘진짜용도로 둔갑하는 것이다. 홀리는 물건을특정 방식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라벨을버리고 본질만을 본다. 욕조는 앉을 수있으므로 소파가 되고, 냉장고에는 선반이있기에 신발을 넣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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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양국선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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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삶과 사랑과 성장과 치유를 하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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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영화관을 못가는 요즘, 안방 극장에서라도 영화가 보고 싶은데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된다면 쿡언니의 방구석 극장 추천!

요즘은 지난 추억속에 봤던 영화가 다시 보고 싶어지곤 하는데 마침 쿡언니의 방구석극장을 읽으며 추억의 영화목록을 만들게 된다. 영화 한편을 들어 영화에 대한 평을 하는 책이 아니라 영화를 소재로 일상의 이야기를 하고, 나는 물론 가족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치유와 힐링을 이야기하는등 삶을 관통하고 있다. 영화를 보면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과 달리 이상하게 결말이 생각나지 않고 배우의 표정이나 대사가 가물거리게 되는데 쿡언니 덕분에 다시 되감기하듯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서로 직접적인 사랑의 표현은 하지 않지만 분명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8월의 크리스마스속 주인공역 한석규가 사람좋은 웃음을 웃던 장면이 떠오른다.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살고 사랑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던 두 사람을 보며 살아가는동안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게 된다. 숲과 같은 공간에서 과거를 회상하게하고 마음속 앙금처럼 남아있는 상처를 치유하는 [마담 푸르스트의 비밀정원]을 보며 나의 기억속 앙금은 어떤걸까 생각하기도 한다. 괴팍한 남편과 살며 그림으로 스스로의 삶에 행복을 찾아낸 화가 모드의 일생을 담은 내사랑속 그림이 모드뿐 아니라 보는 이도 행복하게 했던 기억도 난다.

‘그저 살아간다는 것, 소중한 사람이 옆에 있다는것이 누군가에게 기적일지도 모른다. 그저 살아가는것이.‘

영화를 보며 과거를 추억하고 누군가를 떠올리고 공감하고 위로받는 포인트는 사람마다 다르다. [카모메 식당]의 전혀 다른 세여자의 이야기가 느릿느릿 흐르고 [비긴어게인]속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영화 [그녀]의 사랑에 빠질정도로 아름다운 가상의 여자가 진짜로 존재할지도!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은 아이들이 등장하는 영화지만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기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어른들이 봐줘야하는 영화였던것 같다.

영화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삶의 의미를 찾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앙금처럼 남아있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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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듯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소설! 가끔 이런 소설을 만나면 글을 읽으며 방황하게 되지만 약간은 미스터리한 느낌이 묘한 기분에 빠져들게도 한다.

독특하다. 단순 명료한 짧은 문장들이 그저 쉽게 읽히는 소설일거 같은데 읽다보면 복잡한 미로속을 헤매고 있거나 혹은 컴컴한 벽을 더듬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기억의 혼돈과 망각속에서 헤매는 한남자의 이야기! 그는 과연 어떤 상태이며 그의 이야기는 진실은 무엇일까?

​8개월전 5미터 밑의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R! 종종 등장하는 아내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간것일까? R의 기억속에 등장해 문장으로 등장하는 사람들과 장소와 사정들이 혼돈스럽기만 하다. 함께 있던 아내가 어느순간 사라져버리고 아내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해 혼란스러운 남자만 갈곳을 찾지 못한듯 호수언저리를 방황하고 있다. 사람들이 몸을 던진다는 제인 호수! R은 그 호수 바닥 어디쯤에 있는걸까?

마음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고,
기억은 단순한 것이 아니다.
기억은 모든것이다.
모든,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R은 생각했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시간과 상황들속에 놓이게 되고 또 그것들을 기억함에 있어 수많은 오류를 일으킨다. 기억과 기억속을 유영하는 인간들을 그리고 있는듯한 이 소설,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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