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무심코 웃고 넘어가던 나를 콕콕 찌르는 글들에 내가 정말 아무 생각없이 살고 있구나 하는 자아반성을 하게 만드는 책.

누군가의 웃긴 포즈나 어눌한 말에 그저 재밌다고 웃었을뿐 정작 그런 사람의 입장은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고 무서워서 설설 기는 사람이 번지점프를 해내거나 귀신의 집을 통과하는 과정을 보며 즐기고 있었을뿐 겁많은 내가 그런 순간에 닥쳤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조차 하지못했다.

누구나 한번쯤 즐겨 보았을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 이야기를 하고 있어 더 흥미로운지도 모른다. 따뜻하고 정많고 순수한 시골 이미지로만 그려지는 [갯마을 차차차]의 이야기를 들어 결코 낭만적이기만 한 시골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들의 블루스]의 원치않는 임신을 한 영주를 통해 여자에게만 지어지는 죄책감과 낙태죄폐지에 대한 문제점을, 사랑도 하지만 일할때는 확실한 정금자식 직장내 로맨스 드라마 [하이에나]를 통해 공식같은 틀을 깨고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음을!

‘그렇게 서로에게 다가가며, 속속들이 알지 못하더라도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공존할 수 있다.‘

여자라는 이유로 사관이 되지 못했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신입사관 구혜령]의 이야기로 차별금지법에 대해, 재주 많은 덕임과 정조의 로맨스를 그린 [옷소매 붉은 끝동]를 통해 결혼과 비혼에 대해, 출산을 누아르로 다룬 [산후조리원]을 통해 진정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해, 박나래 한혜진 화사의 [여은파]를 통해 형아우가 아닌 누구누구라인도 아닌 미녀 어쩌구도 아닌 그저 자신들만의 개성을 맘껏 표출하고 즐길줄 아는 것에 대해, [스우파]를 통해 좋아하는 것을 하며 서로를 챙기고 동고동락하는 댄서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다는 것을, 남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축구를 하는 [골때리는그녀들]을 통해 스포츠의 남녀차별적인 편견이 사라질 수 있음을!

‘진짜 이상한것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사람과 사랑이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리는 서로 다른 성별만이 사랑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다고 배웠을까? ‘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나의 시각을 깨주는 이야기, 또한 건강한 몸이 정답인것처럼 이야기하는 사회 인식에 딴지를 걸며 아픔을 잘 통과하며 살아가는 이야기와 노화는 비극이 아니며 늙어가는건 나의 역사이므로 나의 몸에 한뼘 더 너그러워지라는 말에 은근 위안을 얻게 된다. 더 많은 딴지걸기가 궁금하다면 책을 만나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노다 간지는 여든여섯살,
시게모리 츠투무다 여든살,
미야시타 치사코는 여든두살!
86, 80, 82
뜨문뜨문이지만 끊이지 않고 우정을 이어온
여든의 나이대인 세사람이 두달만에 한자리에 모여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는 식의 아야기들을 하며
옛시절을 회상한다.
그리고 새해가 시작되고
뉴스에서는 노인 셋이 엽총으로 자살했다는 속보가 흘러나온다.
더불어 새해를 맞이하는
전혀 낯선 풍경으로 시작되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작장편소설,

세사람은 분명 친구지간이지만
가족과는 서로 안면이 없고
한사람은 암으로 어차피 죽을 목숨에
또 한 사람은 친척조차 없는 진짜 독거 노인,
그리고 또 한사람은 정말 자살 할 이유가
하나도 없는 노인인데
이들은 왜 그것두 하필 새해 첫날 자살을 해야했을까?
그들이 남긴 유서의 첫마디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라는 문장이 마치 가슴속에 품고있더 비둘기 한마리가 푸드득 날아가는 그런 기분이 들게 한다.

세사람의 자살을 풀어가는 이야기의 구조가
마치 한편의 추리소설 같다는 생각,
우리 생은 알고보면 한편의 미스터리추리소설 같은건지도!



이미 충분히 살았습니다.
그 한 문장이 치사코 씨의 목소리를 동반하고 다시 되살아난다. 치사코 씨는 여든두 살이었다. 그 말마따나 이미 충분히 살았는지도 모르지만, 그런 이유로 사람은 엽총 자살 따위를 하진 않을 거라고 도우코는 생각한다. 경찰 이야기로는 사망한 다른 두노인 중 한 사람은 암을 앓았고, 나머지 한 사람에게는 일가친척이 없고 경제적으로도 곤궁한 데다 빚도 있었던 듯하다. 양쪽 다자살의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치사코 씨는? 할머니의 자살동기가 무엇인지, 유서를 읽어도 도우코는 알 수 없었다. - P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챕터3
그 연애만이 정답이라는 착각,
미디어속 퀴어는 안녕하십니까?
나는 빠질께. 너네 둘이 연애해줘!

어떻게든 무엇에건 딴지를 걸어대는 글이 잔뜩인데
나도 모르게 자꾸 빠져들고
과몰입하게 되고
흥분하게 되고
또 전혀 예상치 못한 시각으로까지 생각이 넓어지는 책,
사랑에도 편파적인 시각이 있었으니
이성애가 아니라면 이상하게 여기고
죄의식을 느끼며
동성애를 보는 관점조차 이성애적인 시각으로
생각하고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책,
동성애, 양성애, 트랜스젠더 등등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에 예상치 못한
한방을 맞는 글들에
그들도 사랑을 하고 나도 사랑을하는데
그 사랑에 왜 죄를 부여하는 것일까?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사랑이라는 단어자체가
이미 크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

꽤나 통쾌하게 글을 쓰는 이 작가가 문득 궁금해지네.
다음 주제가 또
하,
나를 벌써 흥분하게 만드는구나!

이토록 쉽게 불평등해지는 아내라는 위치!


 ‘진짜‘ 이상한 것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사람과 사랑이 이렇게 많은데, 왜 우리는 서로 다른성별만이 사랑하는 이야기가 자연스럽다고 배웠을까? 어째서 동성애 연기에는 꼭 배우를 이성애자로 전제한 후, ‘내가진짜 동성애자는 아니며 그 경험이 불쾌했다‘라는 대답을유도하듯 질문할까? 성정체성이나 지향성과 무관하게, 다른 성별의 사랑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은 왜 문제라고 여겨질까? 아 오늘 밤도 리디북스에 충전이 스치운다. - P17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을의 전설?의 패러디?
뭐 아무튼 이 가을에 어울리는 그림책 추천이라니
센스 짱!
재밌게 읽었던 팥빙수의 전설
이지은 작가님의 친구의 전설은 아직인데
궁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진짜,
김종민의 어설프고 어눌한 말과 행동을 보며
웃는게 맞나?
그는 난청이어서 못알아듣는거라는데...
시커멓게 분장하고 나온 코미디언을 보고
또는 어눌한 말투를 흉내내는 개그를 보고
무서워서 벌벌 떠는데
번지 점프를 시키는 장면을 보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을 보고 웃을뿐
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걸까?

가끔 아이들이나 신랑이랑 대화를 하거나
티비를 보다 보면
문제제기를 당할때가 있다.
나는 그냥 못생긴데 웃긴다고 했을뿐인데
남의 외모를 가지고 판단하고 웃으면 안된다고 하고
남자가 왜 그래? 또는 여자가 왜그래?
라고 했다가 왜 남자 여자를 따지냐는등의 이야기를 들어 실랑이를 벌일때가 있다.
전에는 너무 웃겼던 코미디언들의 분장과 대사가
진짜 그렇게 웃는게 맞나? 하는
진짜 왜 아무렇지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때인가보다!




지금 우리가 아무 문제 없다고 생각하는 재미의 기준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타인의 문제제기를 예민하고 피곤한 것으로 몰아가기보다, 왜 나는 아무렇지 않은지 생각해 봐야 한다. 누군가를 푹푹 찌르는데 내 입에서는술술 넘어가는 웃음의 달콤함, 그게 바로 정작 가진 자는모른다는 특권의 맛이다. - P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