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와 이토라는 작가의 [따뜻함을 드세요]라는 책으로
이미 음식으로 마음이 따뜻해지는 단편들을 만나
무척 훈훈한 이야기에 감동을 먹었었는데
이 책은 좀 더 깊이 있게 쓰여진 작품이랄까?
인도인 애인이 도망가버려 그 충격에 실어증에 걸린 린고가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식당을 열어
사람들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기적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가 하면
엄마와의 갈등을 하나 둘 풀어 나가면서 자신의 실어증을 고치게 되는 이야기다.
사실 린고는 엄마네 집에 얹혀 사는 대신 엄마가 기르던 돼지를 돌보기로 하는데
이야기의 마지막에는 이 돼지가 피로연 주 메뉴가 되어 하나도 버리는것 없이 요리가 되어진다.
이 책은 가만 읽다보면 요리에 대한 설명이 무척 자세히 나와 있어
꼭 한권의 요리책을 보는듯 착각을 하게 된다.
린고는 사실 음식점을 하나 차릴 생각이었을 정도로 요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요리의 재료는 모두 주변 자연에서 얻거나 누군가의 집에서 얻어오거나 하며
늘 재료들과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다해서 요리를 한다.
그건 모두 린고의 할머니로부터 배운 것으로
린고의 요리는 바로 할머니로부터 시작된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린고는 어릴적 자신을 다독여주곤 했던 아저씨를 다시 만나 도움을 받고
그리고 실어증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린고는 사람들과 필담을 주고 받곤 하는데
어쩌면 그것이 많은 말을 나누는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는듯 해서 색다른 느낌이다.
그리하여 린고는 그 식당 이름을 달팽이라고 짓는다.
달팽이 식당에서는 한번에 한팀만 손님을 받아 음식을 정성껏 만든다.
그 첫번째 손님으로는 식당을 만들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었던 구마 아저씨다.
아르헨티나 부인과 딸이 도망가버린 사연을 알고 있는 린고는 아저씨를 위한 석류 카레를 만들고
그 카레를 먹은 아저씨는 꼭 한번이라도 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소원을 이루게 된다.
기적을 만드는 음식점의 시작이 너무 뻔하지만 그래도 기분좋게 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 책은 계속해서 주인공과 엄마와의 사연에 얽힌 여러가지 반전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엄마가 암이라는 것일텐데 그 이후로도 계속 충격적인 일들이 많다.
애인이 도망가버려 실어증에 걸린 주인공의 병이 언제쯤 고쳐질까 싶은 호기심이 극에 달할때쯤
역시 주인공 린고가 만든 음식으로 혀가 녹아내리듯 하는 이야기에서는
내가 그 음식을 먹는 느낌이 든달까?
길가에 뒤집어져 있던 공벌레를 구해주는 것이 나는 행복했다.
닭이 막 낳은 달걀을 뺨에 대고 온기를 느끼는 것도,
아침 이슬에 젖은 풀잎 위에 맺힌 다이아몬드보다 예쁜 물방울을 발견하는 것도,
대나무 숲 입구에서 발견한 레이스 컵 받침처럼 아름다운 비단 무늬 버섯을 겨된장에 넣어서 먹는것도 ,
내게는 이 모든것이 신의 뺨에 감사 키스를 보내고 싶은 사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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