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예술의 만남은 왠지 다른 어떤것보다도 잘 어울리는듯 하다. 게다가 시와 유명화가의 만남은 더더욱!
이 책은 20세기 프랑스 문학계에 큰 영향을 미친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선별해 20세기 회화의 위대한 혁명을 이끈 앙리 마티스가 자신의 에칭화를 넣어 직접 편집한 원전을 완벽 재현한 판본을 바탕으로 삼은 시화집이다. 20세기의 위대한 문학과 미술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지는 책이면서 누구나 아는 화가 앙리 마티스의 그림이 삽화로 들어 있어 더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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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스테판 살라메르
달은 슬퍼졌다. 눈물 젖은 천사들이손가락에 활을 걸고, 어렴풋한 꽃들의 고요 속에서 꿈을꾸며,
잦아드는 비올라 소리에서
하늘빛 꽃부리 위로 미끄러지는 하얀 흐느낌을 끌어내고있었기에.
- 너와 첫 입맞춤을 한 축복받은 날이었다.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는 몽상은
슬픔의 향기에 묘하게 취했었네
후회도 환멸도 없다 해도
꿈이 꺾인 가슴에 슬픔의 향기가 남게 마련이니.
낡은 포석만 내려다보며 배회하던 내 앞에
머리에 햇살 두르고, 그 거리에,
그 저녁에, 환히 웃으며 네가 나타나
응석받이 아기였던 그 옛날 내 단잠 위로
살며시 쥔 향기로운 별들 하얀 다발을
눈처럼 뿌려주고 가던
빛의 모자를 쓴 요정을 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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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마티스가 다른 시들의 풍미는 손상되고 말았다고 했을 정도로 단숨에 반했다는 스테판 살라메르의 시, 함축적이고도 은유적인 표현들이 쉽게 이해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여겨지는건 간결한 선만으로 우아함을 살린 앙리 마티스의 삽화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의 두 예술가를 직접 만나지 못하는 우리는 두 거장의 만남으로 예술적 가치를 높인 목신의 오후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황홀감에 빠져들게 된다.
간결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마티스의 그림들, 인간의 고뇌와 슬픔 그리고 사랑과 죽음등을 아름다우면서 의미심장하게 글로 적은 살라메르의 시가 더 아름답게 빛나기를 바라면서 심혈을 기울여 그림을 배치했을 앙리 마티스! 그리하여 어디선가 아름다운 선율이 흘러나오는 것 같은 시 한구절 한구절을 머리와 가슴에 담아 곱씹어 읽게 되고 그렇게 드문 드문 등장하는 그림에 한참이나 쉼표를 삼아 멈추게 된다. 종이의 질감마저 책장을 쉬이 넘기지 못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책!
햇살이 아스라하고 애틋하게 비치는 오후, 자신이 만든 첫책이라 자랑스럽게 말하는 앙리 마티스의 뿌듯함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목신의 오후 이 한권으로 로맨틱한 티타임을 가질 수 있을 듯 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