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북모닝은 이 책, 시소!
시소란 시와 소설을 줄여 쓴 말로
봄여름가을겨울 좋은 시 한편과 좋은 소설 한편을 뽑아
널리 알리고자 만든 시와소설 문집!
시와 소설이 진짜 시소처럼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는것 같은 책!

그 첫번째 봄의 시가 먼저 눈길을 끌었습니다.
알듯 모를듯한 시가 주는 그 느낌,
그래서 참 좋은 시!

그리고
시에 대한 시인과의 인터뷰도 재밌습니다.
육아를 하며 쓴 사랑시라는데
같은 육아를 하는 사람과의 사운드북에 대한
아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등의
공통된 수다를 들으며
20년도 훨씬 전인 그때의 옛 일이 떠올라
함께 수다가 떨고 싶어집니다.

인터뷰속 시인의 이야기가 또 인상적입니다.

‘내가 이렇게 격정적이구나, 내 안에 이렇게 다양한 내가 들어 있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아이도 굉장히 낯선 존재이지만, 그보다 육아는 나 자신이 낯설게 여겨지고, 그런 낯선 나와 화해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중략) 육아 이후에 뚜껑이 열리고 여기저기 구멍이 생겨서 뭔가가 내 안에서 막 빠져나가고 바깥에서 내 안으로 막 들어오는 걸 극심하게 느끼고 반응하는 존재가 되더라고요.‘

지금 돌이켜 그때를 생각해보니
정말 아이는 물론 나 자신조차 낯설었던 그때,
아이도 나도 함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성장하지 못해 그렇게 힘이 들었나 보다는 깨달음이 이제사....

‘활짝 핀 꽃은 마르면서 작은 꽃으로 자랍니다‘

화초를 키우면서 늘 꽃이 피고 지는걸 보지만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니,
역시 시를 쓰는 시인의 표현력은 놀라운거 같아요.

후렴부터 시작하지만 노래가사는 없는
사랑 노래 사운드북!
시 한편으로 시작하는 월요일이 왠지
참 기분 좋게 느껴집니다.

사운드북/안미옥

노래는 후렴부터 시작합니다

후렴에는 가사가 없어요
사랑 노래입니다.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모르겠어요 잘하고 있는 건지
마지막에 했던 말을 자꾸 번복합니다

주소도 없이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는 엽서도 있습니다.

모든 일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나는 궁금합니다.

꽃병에 담긴 물은
언제부터 썩을까

믿음을 강조하던 사람이
귀퉁이에 써놓은 작은 메모를 볼 때마다 알게 됩니다.
그가 무엇을 염려하는지

꽃은 식탁 위에 뒀습니다
활짝 핀 꽃은 마르면서 작은 꽃으로 자랍니다.

말린 꽃의 온도로
깨진 조각을 공들여 붙인 그릇의 모양으로
오늘도 웃게 됩니다

어느 날엔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긴 울음은 이해가 되는데 긴 웃음은
무서워서

이 꿈이 빨리 깨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왜 슬픔이 아니라 공포일까

이해는 젖은 신발을 신고
신발이 다시 마를 때까지 달리는 것이어서

웃음은 슬프고 따듯한 물 한 모금을
끝까지 머금고 있는 것이어서

깨어난 나는
웃는 얼굴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페이지를 열고
버튼을 누르면 노래가 나와요

사랑 노래입니다.

그냥 배울 수는 없고요.
보고 배워야 가능합니다.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 P9

내 안에 이렇게 다양한 내가 들어 있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아이도 굉장히 낯선 존재이지만, 그보다 육아는 나 자신이 낯설게 여겨지고, 그런 낯선 나와 화해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아이를 낳고 키우며 나도 다시태어나 엄마로 자라는 거라는 이야기를 주위에서 많이 들었는데, 이전엔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어요. 육아 이전의 나는 나로서 완성까지는아니더라도 이렇게 딱 닫혀서 어느 정도의 형식이랄까 항상성이랄까 그런 걸 유지하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육아 이후에 뚜껑이 열리고 여기저기 구멍이 생겨서 뭔가가 내 안에서 막 빠져나가고 바깥에서 내 안으로 막 들어오는 걸 극심하게 느끼고 반응하는 존재가 되더라고요.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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