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수트를 맞춰입고 맨발로 서서 각자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도 그냥 마냥 웃음이 나오게 하는 개그맨들, 일요일 저녁 9시가 넘으면 우리 가족들은 누가 조종하는것도 아닌데 자동적으로 티비앞으로 모여든다. 어딘가 멀리 나들이를 갔다 왔다면 실컷 웃으면서 나들이의 여독을 풀수도 있을테고 무료한 주말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개운하게 온마음과 몸의 지루함을 털어낼 수 있을 그 시간의 개그콘서트는 이제는 안보면 뭔가 빼먹은 기분이 들게 할 정도로 우리식구들에게 행복충전의 시간이다. 한때는 배꼽잡게 웃기는 유행어를 따라하는 우리 아이들이 혹 개그맨의 끼를 가지고 있는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따라하게까지 만드는 개그의 힘! 그 힘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것일까?
이 책은 개그콘서트를 대표한다고 할수 있는 박성호, 김준호, 김현호, 최효종, 신보라 5인의 인터뷰를 실어 놓은 책이다. 혹자는 '웃음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는 책 제목때문에 개그콘서트를 보듯 그렇게 웃을수 있는 책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은 그들의 무대 뒤의 모습을 담아 놓은 책으로 각각의 솔직한 이야기로 웃음으로 우리를 구원해주는 그들의 힘이 어디서부터 나오고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떤 마음으로 개그를 생각해내는지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번쯤 무대뒤가 궁금했던 사람들이거나 개그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수도 있을 책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박성호, '살림 좀 나아지셨습니까?' ' 뾰로롱 감사합니다 떙큐' 등의 유행어를 남기고 요즘은 한창 '사람이 아니므니다'라는 말과 특이한 분장으로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는 자신이 하기 싫은건 절대 하지 않으는 행복한 리버럴리스트(자유주의자)다 .참 각양각색의 캐릭터를 지닌 그는 개콘 최장수 개그맨이며 캐릭터 최다 보유자이면서 아이디어뱅크로 불릴만큼 무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초창기 뮤직토크를 떠올리면 그가 왜 아이디어뱅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지 알듯 하다. 특이하게 서양화과를 전공한 그는 그 장점을 살려 무한한 개그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며 50세까지 지금 일을 계속할 수 있다면 그보다 행복한게 없을거라 말한다.
김준호, 그는 지금 수많은 후배를 거느린 코코엔터테이먼트의 ceo다. 그 또한 개콘의 장수 맴버인 그는 단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sbs공채개그맨으로 합격하고 개그콘서트에 들어간 엘리트코스를 밟은 개그맨이지만 남들보다 뛰어난 연기실력과 남들을 웃기는 재주를 갖추고 있으며 후배들을 아우르는 개그를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는 개그맨으로 점 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개그맨들의 입지를 넓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 밑밥을 깔아주는 역할 또한 중요시 하는 그가 많은 개그맨들이 좀 더 많은 곳에서 자신들의 끼를 발휘할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제리맥과이어를 꿈꾸고 있다.
김원효, '안돼~ 안돼~'를 외치는 멀대처럼 키가 크고 사투리가 구수한 그는 하이톤의 목소리를 살려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멀쩡한 외모와 달리 튀어나오는 사투리와 목소리는 사람들에게 반전의 웃음을 주는 김원효 그 자체가 웃음 코드다. 유일한 나쁜 경험이란 경험자체를 해보지 않는것이란 신조를 가진 그는 무엇이건 반드시 도전해보고야 마는 성격을 가졌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인기개그맨이 된것이다. 회의도 생활도 즐겁게 웃으면서 하는 그는 긍정의 대표 개그맨이다.
최효종, 시사적이고 직설적인 토크로 사람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그는 한때 국회의원에게서 소송을 당하고 자신의 실수로 사람들의 악플에 시달려야 했던 힘겨운 시기를 겪었다. 하지만 애정남인 그를 애정하지 않은 대한민국 여성들이 얼마나 있을까? 또한 일수꾼 캐릭터로 등장한 그의 입담에 속시원하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그만큼 그가 보여준 개그는 그냥 웃고 마는 단순함을 넘어서 사람들의 속에 담겨 있는 답답함을 풀어내거나 누군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주는 캐릭터로 거기다 웃음까지 얹어준다. 사람들의 웃는 모습이 좋다는 최효종 그도 더이상 찡그리지 않고 더 많은 웃음을 주며 자신도 웃을수 있으면 좋겠다.
신보라, 개콘에서 가장 핫한 개그우먼인 그녀는 연기면 연기 개그면 개그 게다가 노래까지 완벽하다. 그래서 그녀가 개그우먼이라는 사실이 더 웃긴건지도 모른다. 한번도 그녀의 개그를 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그녀의 그루브한 노래를 듣게 되면 온몸에 소름이 쫙 돋는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녀가 가수가 아닌 개그우먼이라니 가수들이 가슴을 쓸어 내릴지도 모를 일. 사회와 자신의 신념사이에서의 내면적인 갈등을 겪으면서도 참 바르게 성장하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녀는 앞으로도 충분히 더 성장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존재다.
개그콘서트를 대표하는 개그맨들이 어디 이 다섯뿐일까? 그동안 개그콘서트를 이끌어 왔던 선배들과 지금 현장에서 열심히 웃기는 개그맨들이 없었다면 개그콘서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그들이 한시간이라는 짧은 그 순간의 웃음을 위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어떤 노력을 하는지 뒷배경을 알고 보니 그들에게는 우리가 배꼽빠지게 뒤로 자빠지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것만이 더 웃기는 개그를 만드는 동력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장의 서수민피디가 말하는 이 다섯 개그맨의 자랑 또한 듣기에 싫지 않은 이 책은 그들의 성장통을 담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