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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소원
톤 텔레헨 지음, 김소라 그림, 유동익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2월
평점 :
아, 이 고슴도치를 어쩌면 좋은가! 혼자인게 외로워서 친구들을 초대하려니 가시에 찔리지는 않을까? 케익이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어쩔까? 자기를 비난하지는 않을까? 참 오만가지 걱정을 하느라 초대장을 썼다 지웠다를 수십번! 결국 서랍속에 넣어 두고는 각각의 동물친구들이 찾아오는 혼자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이 고슴도치!
늘 혼자여서 외로운 고슴도치는 친구를 초대할까 말까 누구를 초대할까 망설이면서 자신의 머리속으로 친구들의 방문을 받는다. 엉뚱하고 말도 안되는 상황들! 친구들이 자신의 가시를 두려워할까봐 무서워할까봐 노심초사하는 고슴도치는 방문 온 친구들과 영 엉뚱한 대화를 하고는 오지도 않은 편지를 상상하며 답장을 쓰기도 한다. 오고 싶어하는 건 알지만 안와도 괜찮다는 식의 초대장을 쓰거나 어차피 안 올 친구들이라 생각하면서도 오기를 바라고 함께 차를 마시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하나둘 떠나보내고 불러들이는 온갖 동물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하나둘 풀어놓는 고슴도치! 무척 심오해서 마치 철학하는 고슴도치의 생각을 읽는것 같은 이 책! 벌과의 대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물론 상상이지만! 아무도 쏘고 싶지 않지만 쏠 수 밖에 없는 벌처럼 고슴도치 또한 망설이고 싶지 않지만 망설일 수 밖에 없는 숙명 같은 삶! 왠지 고슴도치의 신세가 안쓰러워서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친구가 없어. 그리고 나도 가지 않아.‘
고슴도치는 문득문득 거울을 보며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듯 자신에게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의 이야기를 마치 남에게 들려주듯 그렇게 이야기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고슴도치! 자신조차 스스로가 먼저 친구에게 다가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친구들을 초대할지 말지에 대해 끝까지 고민하고 결정하지 못한채 상상만 하는 모습이라니 이 고슴도치를 어쩌면 좋은가!
거북이와 달팽이! 고슴도치의 상상속 이 두 동물은 고슴도치가 친구들을 하나둘 상상으로 불러들일때도 계속 고슴도치의 집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느림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두 친구의 대화도 참 해학적이다. 움직여도 멈춰있는것 같은데 잠깐 멈추라느니 멈춰 있는 것도 속도의 일부라느니 하는 꽤 웃기는 농담들을 하며 티격태격 싸운다. 그러다 혼자 찾아 온 거북이를 맞이하는 고슴도치는 결국 달팽이 친구를 그리워하며 돌아가는 거북이를 보며 외로워한다.이 또한 고슴도치의 상상일터인데 그 외로움은 극에 달하는 것만 같다.
‘나는 이상해. 겁을 주고, 외롭고, 자신감이 없어. 내겐 가시는 있어. 그리고 누군가 나를 찾아와 주길 원하면서 또 누군가 오는 걸 원하지 않아... 나는 대체 어떤 동물이지!‘
마지막 이 문장들은 우리 인간들에게 던지는 질문! 혼자는 외로우면서도 먼저 다가가길 두려워하고 막상 누군가 곁에 있으면 부담스러워하는... 진짜 우리가 원하는 건 뭘까? 마지막 방문자인 다람쥐는 진짜일까 상상일까? 상상이 현실 같은 미스터리한 고슴도치의 심리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엿볼 수 있는 이 책, 외로움에 망설이는 고슴도치를 통해 외로운 누군가가 위로받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