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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ㅣ 비채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선 9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15년 12월
평점 :
사실 하루키 소설을 몇차례 읽었지만 그동안 그닥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하루키 소설에는 뭔가 특별함이 있고 나아가 하루키에게도 뭔가가 있다는듯
소설을 읽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모임을 가지고 하길래 관심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었는데
소설이 아닌 여행을 담은 이런 에세이에서 그에게 매력을 느끼게 되었네요,
이 책 꽤 두꺼운데도 재미나게 읽히더라구요!ㅋㅋ
처음 두 남녀의 마라톤이야기로 서문을 여는 부분에서는 이사람들 이야기를 왜 하지 했는데
책의 마무리를 이 두 사람의 이야기로 하는걸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답니다.
그렇게 하루키는 특별취재단으로 23일간 시드니 올림픽을 관람하거나 호주를 관광하게 되는데
시종일관 올림픽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참 재미난것들을 많이 보는 사람이에요,
이 하루키라는 사람이!
10만앤이나 하는 올림픽 개막식도 지루하다는 이유로 도중에 빠져 나와 버리는가 하면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고 속도위반으로 딱지를 떼이기도 하는 인간적인 면모와
늘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도난당하고 다니지만 그에 대해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않으며
남이 가는대로는 가지 않고 남이 하는건 하지 말자는 원칙으로 살아가는 하루키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어디서 어떤 이야기가 튀어나올지 모를 자유분방함이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힌답니다.
올림픽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방식도 순전히 하루키 자신만의 방식인데
개막식 이벤트에서는 왜 말들이 똥을 싸지 않는지에 대한 갖가지 생각과
축구선수들은 왜 땀나는 셔츠를 바꿔 입는지, 여자축구선수는 왜 안그러는지,
포환던지는 선수들은 덩치에 비해 하는 행동이 진지하지 못하고 귀엽다느니
올림픽 취재라기 보다는 자신만의 올림픽과 그 주변의 이야기를 거침없이 들려주고 있어요.
그외 호주를 돌아다니며 구경한 코알라나 캥거루등의 특이한 동물들에 대한 생각과
산불이 났는데도, 줄을 서서도 느긋한 호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각종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질서없이 늘어놓는거 같은데도 재미나게 읽혀지구요,
그래도 아침엔 꼭 달리기를하고 어딜가나 서점엘 들러 책을 사고 음반을 사는등의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벗어나지 않는 규칙적이면서도 참 자유로운 영혼인거 같아요,
종종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하고 삼성이니 북한이니 하는 이야기도 하구요
올림픽으로 인한 밝은 불빛때문에 멀리 날아가지 못한 나방에 대한 이야기는 참 엉뚱하기 짝이 없어요,
짤막한 문장과 문장 말미에 '뭐 상관없지만'' '그러거나 말거나'식의 추임새가 책읽는 재미를 더하는
하루키의 시드니 올림픽과 호주 여행 이야기를 읽다보니
그를 따라 올림픽을 간다면 지루할 수 없는 올림픽 관람과 호주 여행이 될것만 같아요,
언제 어디서나 엉뚱하고 재미난 이야기를 찾아내는 하루키를 보니
하루키는 남이 재미를 주기를 기다리는게 아니라
스스로가 재미를 찾아가는사람인거 같아요,
참, 노빈손 시리즈로 유명한 이우일 만화가의 정감있는 삽화가
책읽는 재미를 한층 업시켜주기도 한답니다.
그러고보니 이번 하루키의 책이 좋은건 어쩌면
권남희 번역가의 문체와 이우일 만화가의 그림덕이 큰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