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튈지 모를 천방지축 도쿄 도련님, 시골 학교 선생님되다.

도련님 ㅣ 꿈결 클래식 4
나쓰메 소세키 지음, 이병진 옮김, 남동훈 그림 / 꿈결 / 2015년 2월

어릴적 온갖 말썽이라는 말썽은 다 부리고 다니던 도련님! 부모조차도 거의 자식 취급하지 않던 도련님을 싸고 도는건 집안일을 맡아 하던 할머니 기요! 어머니도 아버지도 모두 돌아가시고 형에게서 얼마간의 돈을 받은 도련님은 물리학교에 들어가 3년간 공부를 마치면 뭐든 할 수 있을거란 생각에 어찌되었든 졸업을 하게 되는데 시코쿠 어느 시골 중학교 수학선생님으로 가게 된 도련님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어릴적부터 대쪽같은 성격이 어른이 된다고 달라지는 법은 없는듯, 도련님의 기질은 늘 자기멋대로인지라 학교가 있는 마을에 당도하면서부터 온갖 불만이 시작되고 학교에서 선생님들을 만나면서는 자기식으로 갖가지 별명을 갖다 붙여 이름보다는 별명으로 부르곤 한다.

교장은 너구리, 교감은 빨간 셔츠, 영서 선생은 끝물 호박, 수학은 아프리카 바늘두더지, 미술은 아첨꾼.

참 기가막힌 별명짓기다. 물론 그 별명이란 그 선생님의 생김새나 옷차림, 성격등에서 기인해 붙여진 별명이지만 끝물 호박이나 아프리카 바늘두더지 같은 별명은 일부러 붙일래도 몰라서 못붙일거 같은 별명이다. 아마도 늙은 호박이나 고슴도치쯤 되는 의미를 지닌 별명인듯 한데 작가의 어휘력이 참 남다르다는 생각이든다. 

도쿄의 도련님이 시골 촌구석으로 돈 몇푼 벌겠다고 와서는 모밀국수를 많이 먹었다고, 불량식품같은 당고를 먹었다고 아이들에게 놀림 당하고 급기야는 숙직을 서면서 메뚜기 떼의 습격을 당하는가 하면 기숙사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데 나아가서는 도련님을 도와줘야 할 선생님들에게까지 이용당하고 만다. 교감과 아첨꾼의 모함으로 호감을 가졌던 바늘두더지 선생님과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만 이런 저런 일들로 두 사람은 함께 학생들 폭력 사건에 휘말려 동지가 되어서는 급기야 두 사람을 곤란하게 만든 장본인에게 복수를 꿈꾸며 함께 일을 도모하기까지 한다. 

아무튼 이 도련님, 도쿄 도시남이라기보다는 좋게 말하면 순박한거고 좀 다르게 말하면 어딘지 철딱서니 없는 캐릭터라 생각하는거나 하는 행동이 참 우습기 그지 없다 . 그래도 자신이 뜻하는 바를 소신껏 밀어 붙이고 불의라 생각되는건 거부할 줄 하는 남들은 '예스'라고 할때 자신은 '노'라고 할줄 아는 그런 캐릭터다. 

책을 읽는 내내 도련님의 표현방식이 보통의 다른 책들과 달라 흥미진진했으며 도련님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를 인물인지라 책을 끝까지 붙잡고 읽게 된다. 한마디로 천방지축 도련님을 쫓아 다니다 끝나는 이야기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