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부터 너무 친근한 이야기가 펼쳐질거 같은 기대감이 드는 이 책은
우리가 오래전에 사용했던 옛 식도구와 식도구의 사용법, 혹은 식도구에 대한 갖가지 이야기들이 펼쳐지고 있다.
때로는 식기를 사용하던 옛 할머니의 목소리도 들린다.
사투리가 어찌나 정겨운지 글을 읽고 있으면 할머니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든다.
식기장이라고 해서 처음엔 그릇이나 식도구를 올려두는 찬장을 떠올렸다.
그런데 이 책은 그야말로 한권의 식기장 같은 책이다.
절구, 옹이, 맷돌, 신선로, 뒤주, 체, 가마솥등등 지금은 좀 생소하게 들릴지도 모를
옛 식도구들을 가득 모아 놓고 하나둘 꺼내어 추억을 더듬듯 그렇게 이야기를 풀어 낸다.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삼시세끼라는 프로를 보면
커피 원두를 맷돌에 갈아서 아메리카노도 만들고 라떼도 만든다.
어쩐지 참 안 어울릴거 같은 조합인데 한번 두번 보고 나니 이제는 정겨운 생각이 들고
왠지 맷돌에 갈아서 만든 원두커피가 더 맛날거 같은 그런 생각마저 든다.
멍석하나만 깔면 따로이 독립된 공간이 생기고
겨우내 멍석하나 만들기가 쉽지 않다는걸 알게 되었으며
그래서 온 동네가 멍석을 공용으로 쓰기도 했다고 한다.
멍석을 많이 가진 집일수록 그만큼 널어 놓을 곡식이 많다는 의미로 부를 상징하기도 했던 멍석!
이제는 박물관이나 민속촌에나 가야 볼수 있다는 사실이 참 아쉽기만 하다.
또한 바가지 하면 왜 마누라 잔소리가 먼저 떠올라야 하는건지,,,ㅋㅋ
무엇이든 퍼담기좋은 바가지의 쓰임새가 정말 다양하기도 하고 종류도 많다.
곡식을 저장하기도 했고 화장품을 담아 놓기도 했는가 하면
거지들의 밥통이 되기도 했고 똥바가지가 되기도 하는등의 이야기가 참 흥미진진하다.
콩나물 시루에 자주 물을 줘야한다는 엄마의 신신당부라던지
전쟁통에 자기 몹집보다 큰 항아리를 들고 피난간 이야기라던지
밤에 몰래 술을 담그시는 할머니의 이야기라던지
드문 드문 작은 에피소드가 그시대에 살지도 않았는데도 그때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는 느낌이다.
부엌이 이제는 주방이 되어 절구나 맷돌 같은 옛식기들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어머니의 손맛을 더해주는건 바로 옛식도구들이었다는 생각을 하니
식도구들의 이야기가 마치 우리 엄마의 이야기같기만 해서 더더욱 귀기울여지는 책이다.
아무리 뭐든 빨리 만들어 먹는 지금 시대의 기계들이 편하고 좋다고 하지만
어머니의 손맛이 들어가고 정성이 가득한 음식맛을 따를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