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예. 그녀의 나이 50이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머리속에 맴돌기만 하던 옛날 노래를 이 책에서 찾게 되다니...
막 입학한 고등학교는 이제 막 지어진 건물에
갓졸업한 신입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었다.
새 건물에서 공부하는 기분이야 최고였지만
체육시간 돌줍기는 의무!
사실 중학교도 1회 졸업생이다보니 워낙 단련된 일이어서
그리 불만스럽지는 않았지만
더 불평을 할 수 없었던건 체육선생님때문이다.
지금도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 선생님 이름이 '남완규' 였던가?
불혹의 나이를 넘기고 보니 내 기억도 믿을만한게 못된다는 생각이 든다.
키도 훤칠하신 선생님이 얼굴도 말상인데다
목소리가 참 좋았는데
첫수업시간 개구진 동무들이 노래를 시킨다.
그런데 벌개진 얼굴로 그가 부른 노래가 아직도 내 기억에 남아 있는데
'광활한 황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어디서 헤매고 있느냐~!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돈도 사랑도 명예도 다싫다.'
라는 가사도 또렷이 기억한다.
물론 가사는 정확한지 모르지만...ㅠㅠ
목소리도 가수 뺨치던 선생님의 노래는
우리 소녀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는데
그당시는 그 노래가 누구의 무슨 노래인지 몰라
내내 저 두소절의 가사만 기억하고 음만 읇조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만난 권지예의 [퍼즐] 마지막 단편 '딥블루블랙'편에서
나는 그 수수께끼를 드이어 풀었다.
그것은 극작가인 김우진을 사랑한 가수 윤심덕의 노래로
가사 첫 구절을 보자마자 '앗 이노래는?'하며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들어본 그녀의 목소리를 떨림 그자체다.
워낙은 성악가가 되어야했던 그녀가 그 당시에는 대중가수가 될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얼까?
그만큼 그시대의 우리 사회는 너무 격조높은 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 있었던 탓?
나는 가끔 이렇게 책을 통해 옛시절 수수께끼처럼 내 뇌리에 남아 있던
기억들을 해결할때가 종종 있다.
그럴땐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지금 이 [퍼즐]이라는 책의 이야기처럼 하나의 마지막 퍼즐조각이
딱 맞추어지는
그런 느낌!
언젠가 김점선과 박인환의 꽃밭이란 책에서도
이런 쌀쌀한 가을만 되면 흥얼거리게 되는 슬픈 노래가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이란 노래란 사실을 알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물론 그렇다고 그걸 지금까지 내내 잘 기억하고 있는것도 아니다.
그러니 내 기억을 믿을수 없는게 당연!
아무튼 그 멋쟁이 체육선생님께서 불러주시던 그노래!
김우진이라는 극작가를 너무 사랑해 현해탄에서 서로 껴안고 죽었다는
비운의 여가수의 [사의 찬미]
정말이지 너무 구슬프다.
지금쯤 삶의 연륜을 어느정도 쌓은 체육 선생님도
이 노래를 다시 흥얼거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에 가는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것 설움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것 설움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았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에 것은 너에게 험니 너 죽으면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이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것 설움
---- p233
정말이지 구슬프고 처량맞고 애절하다.
왜 난 그때 그시절 이런 풍의 노래가 좋았을까?
노래 가사는 안중에 없고 아마도 그 때 소녀시절의 감성이
그 사춘기적 감성이 그 멜로디에 젖었던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