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평소에 그림이 가득한 책을 보면 환장하는 나에게
그리고, 신화에 대한 이야기라면 솔깃하는 나에게
잘 정리한 책이라면 급 관심을 보이는 나에게
이렇게 솥발같이 탄탄한 책이 등장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미솔로지카 (MYTHOLOGICA)
짧은 어휘 구사력이지만, 한국어 제목과 영어제목이 뿜어내는 제목의 내공이 차이 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이다.
고고한 갈색의 표지, 크기만 해도 만만치 않을 저 모습
무엇보다 다른 것에 눈돌리기 전에 이번 주말에는 반드시 서점을 찾아가 실물의 모습을 확인하고야
말겠다는 강한 부추김을 준 것은 책 소개에 나오는 이런 구절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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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박물관과 미술관, 개인 소장품까지 총망라한 800여 장의 희귀 도판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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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이시여. 어찌하여 이런 책을 지금 시점에 제 눈에 띄게 하셨나이까.
연말이 되면 근근히 벌어먹고 사는 직장인에게는 돈 쓸 곳이 너무 많아 문화생활을 즐기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한국사회가 아니옵니까?
MB정부에서는 4대강 예산에만 몇 조를 쏟아 붓는다고 하던데
내게는 몇조가 아니라 몇 만원이란 금액조차 부담스럽다.
게다가 이 책의 가격은 OH.... MY....
9만 5천원.. 10% 할인이 들어가도 8만5천 5백원이라는 지갑을 심하게 압박하는 가격이다.
게다가 이건 두권짜리 !!! (젠장) 20만원을 육박하는 가격..
이 가격이면 최근 광풍이 이는 '아이폰'과 비견되는 그 가격이 아니던가.
그러나 이 책은. 800여장의 희귀 도판 자료라지 않는가?
표지에도 전쟁의 신 마르스의 노곤하게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인다.
좌측에는 아프로디테(비너스)가 바라보고 있을테고.
희귀 도판 800여장도 있지만 서양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아우르는 신화의 집대성이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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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신화의 모든 것을 집대성한, 신화에 관한 우리 시대 최고의 완결본이라 할 만한 대작이다. 번역에서부터 출간까지 6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책은 일반인들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시작으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등 각 지역별로 전해지는 세계 모든 신화를 총망라하여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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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지르고 싶어도 지를 수 없는,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책을 내책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마음으로 바라만 보게 된다.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 내 손에 인센티브(보너스)라는 것이 쥐어진다면
내 바로 그대를 우리집에 들이리이다.
이번 주말엔 설레는 마음으로 서점에 가봐야겠다.
[2009.12.28] 서점에서 직접 만난 미솔로지카
이런 비싸고 거대한 소장용(?) 책은 작은 서점에서 구경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잠실 교보문고를 방문해 책을 구경하기로 했다.
동네마다 작은 서점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심정적인 동의를 하면서도
작은 서점의 한계를 잘 알기에 큰 서점을 더 자주 찾게되는 현실적인 선택은
역시 이번에도 맞는 방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검색하여 서가를 찾아봤지만 없는 서가번호.
왜그런지 혼자서 10여분을 헤매다가 결국 직원의 힘을 빌기로 했다.
서가번호를 알려주자 직원의 말
"이건 창고 번호인데요"
그리고선 5분여정도의 기다림 끝에 직원이 땀을 흘리며 거대한 책 두권을 들고 나타났다.
책 내용을 보고 싶었던 것인데. 쩝.
직원이 가져다 준 책은 투명한 비닐포장이 되어 있는 새책
그 책을 뜯기에 미안해 어쩔 줄 몰라했다.
정말 마음에 들어도 덥썩 지르기에 책 가격은 너무 무시무시했다.
직원은 흔쾌히 비닐을 뜯어서 보여준다.
커다란 책을 펼치니 제일 먼저 나를 자극하는 것은
시원하게 배치된 그림들과 강한 새책의 냄새.
어느 기자의 이야이가 생각났다.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취재하느라 몸이 피곤해서 이 생활 그만두려고 하는데
새로운 신문을 받아들고 쫙 펼칠때 나는 잉크냄새가 완전 마약이야.
그 냄새를 맡으면 중독자처럼 다시 일을 하게 된다니까"
냄새를 맡으며 취하는 모습까지 생생하게 보여주던 그 모습이 겹치면서
나 역시 새 책냄새에 흠뻑 빠져들었다.
책 내용 훌륭했다. 그림과 도판들 시원스레 들어가 있다.
냄새까지 황홀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가격. 커다란 몸집만큼이나 육중한 가격.
날 위해 힘들게 찾아준 직원의 눈치를 살피며 책 구경 잘 하고
슬며시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젠장. 원전 수출로 대통령이 나서서 기자회견하던 어제.
그 수출대금의 일부 혜택이라도 내가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모를까
이 책을 집에서 보기엔 아무래도 꽤나 기다려야 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