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4년 한국 출판계에서 처음으로 작품 세 권을 동시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린, 2008년 한국 출판계에서 처음으로 소설과 산문 두 분야에서 모두 판매 1위를 기록한, 지금까지 총 18권의 책으로 통권 7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독자 대중의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공지영.

매달 <월간 인물과사상>의 메인을 가꾸고 있는, 장하준·우석훈·신해철 등 대한민국 파워 인터뷰이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꾸준히 책으로 엮어온, 10년 동안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혼자서 묵묵히 인터뷰어의 길을 걸어온 어리석은(공지영씨의 표현) 전문 인터뷰어 지승호.

그러한 그가 그러한 그녀를 만났다. 그러한 그녀가 그러한 그에게 그녀의 이야기들을 솔솔 풀어낸다.


"확실히 공 선생님의 글은 비난받기 쉽게 되어 있다. 저울에 달면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을 것이다. 아예 공 선생님의 글이라곤 쳐다보지 않을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가슴 있는 자의 심장에 공 선생님의 글을 달아보면 심장이 터지고 마는 것을." - 어느 한 독자의 글

맞다. 가슴 있는 자의 심장을 터뜨리는 작가 공지영. 그녀의 글을 읽어봤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다소나마 아는 사람이라면 <괜찮다, 다 괜찮다>의 주요내용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금세 감 잡을 것이다. 아니, 그녀를 전혀 몰랐거나 이름만 들어본 사람이라도 그저 책표지를 찬찬히 살펴보는 것만으로 주요내용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책표지에 펼쳐진 단어들, 위로, 응원, 괜찮다, 다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는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제목들이 참 재밌다. 마지막 두 장을 제외하고는 ‘즐거운 나의 집’,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 각 장의 제목들이 공지영이 지금까지 써온 책의 이름들이다. 공지영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잔잔히 독서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흥미와 기대를 더해준다.

각 장들은 제목의 책에 얽힌 이야기와 그 책의 주제를 위주로 인터뷰가 시작된다. 그러나 결코 그 제목의 틀 안에 얽매이는 딱딱함이란 없다. 그와 그녀의 이야기는 한정됨없이 풍부한 삶의 이야기로 나아간다. 소설을 쓸 때의 뒷이야기들, 문학이란, 그녀의 유년 시절, 학창 시절, 그녀의 결혼과 이혼, 그녀의 딸과 두 아들 이야기, 결혼·사형 등의 사회제도, 각종 문화, 종교관 등등. 심지어는 이명박이란 이름도 몇 번이고 언급된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들이 맛있게, 푸짐하게 차려져있다.

 

“저자를 만나 한 5시간은 엉덩이도 안 떼고 수다를 떤 기분이다.”

“왠지 읽고 있노라면 공지영과 깊고 깊은 대화를 나눈 듯 하다.”

위는 <괜찮다, 다 괜찮다>를 읽은 독자들의 평이다. 이와 같이 <괜찮다, 다 괜찮다>는 다정다감한 온기가 평안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따뜻하고 평온한 느낌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장점이 아닌가 싶다. ‘기자가 취재를 위하여 특정한 사람과 가지는 회견’이라는 다소 딱딱뻣뻣하게 들리는, ‘인터뷰’의 사전적 의미를 넘어선 이 책을 ‘인터뷰집’이라기 보다는 ‘대화집’으로 칭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만 같다. 물론 책의 초점은 당연히 인터뷰이인 공지영에게만 집중되고 공지영의 삶의 이야기는 가득하되 지승호의 삶의 이야기는 들을 수 없기에 엄밀히 따지자면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적인 대화와는 다를 수 있다. 허나 그만큼 이 인터뷰가 전해주는 느낌이 자연스럽고 훈훈하다는 말이다.

이렇듯 이러한 느낌의 인터뷰가 가능했던 이유는 물론 공지영과 지승호란 사람이 각기 지닌 인간적 품성과 매력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렇지만 인터뷰라는 건 어디까지나 한 사람과 한 사람의 ‘만남’인 것. 공지영과 지승호, 그녀와 그가 품은 서로에 대한 진솔한 인정과 지지가 결국 이러한 따뜻한 인터뷰를 만들어 내지 않았을까. 물론 지금까지도 일반적으로 진솔하고 씩씩한 그녀, 겸손함이 깃든 깊이로 인터뷰이를 살려주는 그였지만 아무래도 <괜찮다, 다 괜찮다>에서는 그 맛이 한층, 한층 더하다. 그녀와 그의 인정과 지지를 느껴보자.

인터뷰할 때 성질 날 때가 있거든요. 말도 안 되는 질문하고.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사실 관계인데, 그게 어긋날 때는 짜증나거든요. 그런 것 전혀 없이 너무 성실하게 해줘서 고마웠어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지승호의 힘은 소같이 묵묵히 들이대는 물량의 힘일거야.” 그래서 “맞다, 정말 성실하게 조사를 해온다. 뒤늦게 꽃을 피워서 그렇지. 그게 정말 그 사람의 힘일 거야”라고 했어요. - 공지영

바쁜 스케줄 탓도 있겠지만, 인터뷰라는 형식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있지 않아 망설이던 공지영 작가는 출판사의 제안에 한 달 정도 고민한 끝에 승낙했다. 거기에는 인터뷰어 지승호에 대한 신뢰감도 약간은 포함되었던 것 같은데, 그 점에 감사한다.
인터뷰를 준비하기 위해 그녀의 책을 읽었던 시간,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같이 이야기 나눴던 시간, 인터뷰를 정리하기 위해 녹취를 푸는 시간, 모두 행복했다. - 지승호

 

나아가 그는 이야기한다. 농담 반 진담 반, 독자들에게 이 책이 <즐거운 나의 집>,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에 이어 ‘위로 3부작’이 되었으면 한다고. 첫 번째가 소설, 두 번째가 편지 형식이었다면 이 책은 공지영이 독자들에게 직접 들려주는. 나는 마지막 책장을 조용히 덮으며 내 책장에 자리잡고 있던 <즐거운 나의 집>과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의 옆 자리에 나란히 이 책 <괜찮다, 다 괜찮다>를 꽂는다. 공지영의 ‘위로 3부작’이 책장에 꽂힌 모습. 고로 나는 즐겁고, 응원 받고, 괜찮다, 다 괜찮다.

그녀의 속삭임이 있기에 미숙하나마 나는 '오늘'을, '나'를 살아간다. 그녀의 삶에 감사드리고 그의 성실함에 감사드린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08-09-07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입해서 지금 책상 위에 있어요~ 밀린 책들이 많아서 '소금꽃나무' 다 읽고 곧 읽어야지요.^^

Arm 2008-09-26 00:47   좋아요 0 | URL
즐겁게 읽으셨나요? ^^ 저 '소금꽃나무'도 다 봤어요! 아.. 어찌 그리 엄숙하고 진중할 수가!

순오기 2008-09-25 20:22   좋아요 0 | URL
아~ 아직도 소금꽃나무에서 헤어나지 못했어요. 너무 버거워서 많이 읽지 못해요. 하루에 한 두 챕터만...그래도 꿈속에서 고문당하고 쫒기고 있다니까요.ㅜㅜ 보다가 꼭 봐야할 책들이 자꾸 들이닥쳐서~~ 10월이 오기 전에 끝내야죠.^^

Arm 2008-09-26 00:49   좋아요 0 | URL
소금꽃나무의 그 느낌... 뭐랄까... 계속 노력은 해보는데 아직 딱 절절한 표현을 못찾고 있어요. 노동자들의 삶, 투쟁을 조금이나마라도 더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었네요. 다시금 감사드려요! ^^
 
괜찮다, 다 괜찮다 - 공지영이 당신에게 보내는 위로와 응원
공지영.지승호 지음 / 알마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승호의 다리놓기로 나눈 공지영과의 대화는 우리 마음을 꼬옥 안아준다 토닥여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 나~~ 이를 어쩌나!!

여러분들의 지혜를 빌려주십시오.

언제인가 북코아에서 중고도서를 완전 한 수레를 샀었답니다. 그런데 판매자의 선물인지 실수인지 알 수 없으나 추가로 딸려온 책이 있더라고요.

그 책은 바로... 이명박의 신화는 없다. 꽈광!!!!!!

덕분에 살짝 훑어도보고 결국엔 아이썅 쓰레기~ 하면서 짓이겨버리려다가 나름 의미있게(?) 알라딘 중고상품으로 내놓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짜잔~ 보시는 바와 같이 판매가격 1,810원.

1원단위까지는 계산이 안된다길래 1,818원으로 올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여튼 1,810원으로 나름 지식인답게(?) 고상하고 우아하게(?) 속마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었답니다.

책설명에 친절하게 '씹팔 씹 원'이란 부연설명도 달아뒀었는데...

이거 진짜 누군가가 구매신청을 해버리셨네요! 아... 이 찢어발기고 싶은 책. 이런 책을 정말 판다는 것도 양심에 반하는 일같은데. 어찌해야 할까요.... 어쩌면 좋을까요.

그냥 죄송하다 그러고 판매거부? 아니면 그냥 샥 팔아버릴까요?

혹은 이 글을 보고 1,810원의 경박함에 이마가 찌푸러진 분도 계실텐데요, 그런 분들이라면 이병박을 떠나 '내 양심에 반하는 판매행위를 해야하나?'에 대한 고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애초에 판매한다고 올린 것이 잘못인가! 그냥 판매중지로 해둘걸!

아 1,810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늘빵 2008-08-12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불온서적은 그냥 태워야되는데... -_- 이미 주문을 넣으셨다면 어쩔 수 없죠.

Arm 2008-08-17 23:42   좋아요 0 | URL
아, 역시나 저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사람인가봐요. 결국 결과적으로는 이런 썩은 책을 팔게되다니............

2008-08-17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m 2008-08-17 23:4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순오기 2008-08-18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구매자에게 배송했나요?
뉘신지 이 책이 궁금해서 구입하겠죠~ ^^

Arm 2008-08-2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휴~ 다행히도 판매 안하게 되었습니다~ ^^
이 책은 당분간 알라딘샵 내에서의 나름 자그마한 '저항'의 의미를 담아 놔둘거고요-
명박, 이 역겨운 인간이 지금은 활개를 치고 있지만
언젠간 진정 평범한 사람들 앞에 고개 숙일 날을 만들어야죠?
그 날에, 광장에 나가 사람들과 함께 이 책을 찢어 발기거나 태워버리는 퍼포먼스에 쓰겠어요.
 

(2008년 8월11일 한겨레 온라인뉴스)

정연주 사장 “이명박정권 오만 고발하겠다”

“해임권 있다면 그냥 하지 왜 권력 총동원했나

이 대통령 방송독립 파괴한 역사의 죄인 될 것”


» 정연주 사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제1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감사원의 해임 요구가 부당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정연주 KBS 사장은 11일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을 해임한 것에 대해 성명을 내 “임명권이 있으니 해임권도 있다는 주장은 해괴하고 천박한 논리”라며 “그렇게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다면 그냥 쉽게 ‘해임’하면 될 일을 왜 그동안 온갖 권력기관을 총동원하여 할 짓, 못할 짓을 다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 사장은 “앞으로 두 가지 싸움을 하겠다”며 “법적 투쟁을 통해서 해임 조치의 부당성과 이 과정에서 나타난 허위와 왜곡을 밝혀내고,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성과 반역사성, 그리고 초법적 행위를 함부로 저지르는 권력의 오만과 무지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 사장은 “이명박 정권의 이런 조치를 취하는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집단과 인사들에 대한 고발과 증언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정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역사에 방송독립을 파괴한 인물로, 공영방송을 ‘관영방송’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전락시킨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KBS 사원들에게 “일부 의견 차이와 분열, 대립을 극복하고, 힘을 모아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다음은 정연주 KBS 사장이 밝힌 ‘대통령의 해임’에 대한 성명 전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결국 저를 ‘해임’했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뿌리 째 흔들고 민주주의 가치를 내 팽개치는 일을 아무런 부끄러움도, 주저함도 없이 했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 보다 ‘국정 철학과 국정 기조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을 KBS 사장으로 앉힘으로써 KBS를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확보하는 일이 더 시급했던 것 같습니다. 공영방송, 언론의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천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해임’시키기 위해 동원된 논리, 즉 임명권이 있으니 해임권도 있다는 주장도 해괴하고 천박한 논리입니다.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방송법이 어떻게 개정되어 왔는지 조금이라도 공부를 했다면 이런 무리한 짓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대통령에게 ‘해임권’이 있다면 그냥 저를 쉽게 ‘해임’하면 될 일을 왜 그동안 온갖 권력기관을 총동원하여 할 짓, 못할 짓을 다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당당하지 못합니다.

저의 ‘해임’에 이르는 과정을 한번 보십시오. 감사원, 검찰, 국세청, 방송통신 위원회 등 권력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관들을 동원했습니다. 그랬는데도 ‘개인 비리’가 나오지 않자 무슨 ‘부실 경영’이네, ‘인사권 남용’이네 하면서 공영방송 독립성을 뿌리째 파손시키는 사장 ‘해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에게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이라는 저에 대한 해임 사유는 언젠가는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에게 무서운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입니다. 책임의 크기로 볼 때 KBS의 이른바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은 대한민국의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감사원이 내 놓은 부실 경영과 인사권 남용의 실체도 그동안 저와 KBS가 줄곧 밝혀왔듯이 허위와 왜곡과 자의적 해석으로 가득 찬 내용에 근거한 것입니다. 무리한 일을 조급하게 서둘다 보니, 곳곳에 상식을 뛰어 넘는 일들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은 역사가 반드시 심판을 할 것입니다. 허위와 왜곡과 자의적 해석을 감행한 감사원 직원들을 포함하여 저의 ‘해임’에 동원된 인물들은 역사가 그 죄를 엄중하게 물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의 한 가운데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이 역사에 방송독립을 파괴한 인물로, 공영방송을 ‘관영방송’ ‘정권의 홍보기관’으로 전락시킨 역사의 죄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런데 저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국정 철학과 국정 기조’를 실현시킬 수 있는 인물로 앉힘으로써 KBS를 정권과 권력의 홍보기관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는 엄청난 오산입니다. KBS 구성원들의 방송독립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민주적 성숙과 자부심을 지나치게 폄하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국민을 너무 우습게 아는 오만의 발로입니다.

게다가 이번 ‘해임’ 과정에서 정권과 정권의 하수인들이 KBS 구성원들의 자존심을 무참하게 짓밟고 유린했습니다. 특히 지난 8일 KBS 건물을 침탈하고 유린한 공권력의 야만행위는 앞으로 혹독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두 가지 싸움을 하겠습니다. 법적 투쟁을 통해서 공영방송 독립성을 파손시킨 이번 해임 조치의 부당성과 이 과정에서 나타난 허위와 왜곡을 밝혀내겠습니다. 이와 함께 공영방송 KBS 사장 해임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성과 반역사성을, 그리고 초법적 행위를 함부로 저지르는 권력의 오만과 무지를 고발하는 싸움을 하겠습니다. 또한 이명박 정권의 이런 조치를 취하는데 직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집단과 인사들에 대한 고발과 증언을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 우리사회와 역사 앞에 해야 할 당연한 책무입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 KBS 구성원들에게 당부를 드리겠습니다. 먼저 베이징에서 열리는 올림픽이 온 국민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그래서 이런 저런 일로 가슴이 무거운 국민들에게 시원한 청량제가 될 수 있도록 국가기간방송인 KBS가 지금처럼 중심적 역할을 잘 해주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KBS를 지키는 일은 이제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내부의 역량이 있다면 지켜낼 것이고, 그렇지 못하다면 무너지겠지요. 저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공영방송에 대한 그 뜨거운 열정과 헌신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 동안 저의 거취문제로 있었던 일부 의견 차이와 분열, 대립을 이제는 모두 극복하고, 힘을 모아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여러분의 자식들에게 떳떳한 아버지 어머니가 되기 위해 이 선한 싸움에서 여러분은 반드시 이겨낼 것입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rm 2008-08-1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언제나 더러운 탐욕 앞에서 무릎 고이 꿇고 침 질질 흘리고있는 역겨운 새끼들.
 

2008. 8. 9.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03158.html


올림픽과 국가주의의 ‘잘못된 만남’

베이징 올림픽 개막 1주일을 앞두고 이 글을 쓴다. 일본에서는 요즘 모든 미디어들이 유력선수 소개와 나라별 메달 획득경쟁에 관한 예상으로 떠들썩하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히노마루(일장기)를 등에 달고 싸운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국가대표라는 긍지와 책임감을 강조하는 말이다. 한국에서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 경기에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다. 그것은 힘든 훈련을 거친 선수들이 빼어난 체력과 정신력을 발휘하는 모습이 주는 보편적인 감동이다. 비유하자면 일류 무용이나 오페라에서 받는 감동과 같은 것이다. 그것을 어떤 민족이나 국가의 우수성이라는 신화로 바꿔 사람들을 국가주의에 동원하는 수단으로 이용해온 것이 근대 스포츠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나는 나의 이런 견해가 한국 독자들에게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약간 불안하기도 하다. 왜냐하면 2년간의 한국 체류 중에 스포츠 내셔널리즘에 무방비 상태인 사람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월드컵 축구대회 때의 ‘붉은 악마’ 열풍을 즐기는 듯한 지식인의 얘기는 내겐 당혹스러웠다. “한국인이라면 국가대표를 응원하는 건 당연지사”라는 얘기를 “아니 이 사람이?” 싶은 지식인이 입에 올렸다. 질려버린 건, 재일조선인에 대한 강연이나 강의를 할 때마다 꼭 같은 질문을 받은 것이다. “그럼, 한국 대표와 일본 대표가 경기를 한다면 선생은 어느 쪽을 응원할 건가요?”

잊을 수 없는 것은 1960년대 중반 무렵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멕시코 올림픽 축구예선 한-일전이다. ‘빗속의 결전’으로 불린 명승부였다. 그때 어린아이였던 나는 “한국팀 이겨라!” 하고 텔레비전 앞에서 외쳤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한국이란 국가를 향한 애국심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바로 그 무렵 한-일 협정이 체결됐는데, 일본은 끝내 식민지 지배 역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매한 조선 사람을 일깨워주었다는 오만한 얘기들이 일본 사회를 가득 채웠다. 우리 재일조선인들은 최저한의 인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무권리 상태에 방치돼 있었다. 그런 일본이 스포츠에서마저 승자가 돼 뻐기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내가 한국팀을 응원한 것은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 다수파와 소수파가 싸울 때는 항상 후자 편에 서고 싶다는 마이너리티로서의 의지(윤리라고 해도 좋다)의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

22살의 재일조선인 4세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다는 소박한 욕구에서 일본 국적으로 귀화했다. 정말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이처럼 ‘귀화’를 강제하는 보이지 않는 국가주의의 힘이고, 그런 강제로부터 눈을 돌리게 하는 스포츠 신화에 대한 무지몽매한 신앙이다.

이런 심리와 국가주의는 본래 다른 것이지만 그들 간에 일선을 긋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 두 가지를 묶어주는 게 가족주의적인 정서다. 축구선수 박지성은 “우리 아들”로 곧잘 불리는데 이건 위험한 비유다. 우리 아들이든 아니든 뛰어난 플레이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법이다. “아들이니까 응원하는 게 당연하다. 아들이니까 이겼으면 좋겠다”는 심리는 자식 사랑에 눈먼 부모의 심리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 대다수가 이런 ‘자식 사랑에 눈먼 부모’ 심리에 빠져 있는 모습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두렵기조차 하다.

더구나 실은 박지성은 그 부모의 아들이지 우리 아들이 아니다. 그것을 ‘우리 아들’에 비유하는 것은 본래 다양한 타자들로 구성되는 공공적인 사회를 ‘피를 나눈 가족’으로 구성되는 혈연공동체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사술(詐術)이다. 이 사술에 의해 소박한 서민의 심리가 국가주의에 흡수되는 것이다.

베이징 올림픽 축구 일본대표에 이충성이라는 선수가 들어 있다. 재일조선인 4세다. 올림픽 일본대표팀에 선발되려고 일본 국적으로 귀화했다. “올림픽이 없었다면 국적 변경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을 바꾸는 큰 결단이었다”고 본인은 얘기했다. 그는 베이징에서 “히노마루를 등에 달고 싸운다”는 결의를 요구받을 것이다. 예컨대 한-일전에서 이 선수가 활약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볼까? ‘민족의 배신자’일까, 아니면 ‘스포츠는 국경을 넘는 아름다운 신화’일까? 이와 같은 두 가지 시선은 어느 것이나 천박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뛰어난 스포츠 선수가 귀화 따위를 하지 않더라도 마음껏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것, 곧 스포츠를 국가주의로부터 해방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을 위한 첫걸음은 올림픽에서 국기와 국가를 추방하는 일이다.

22살의 재일조선인 4세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싶다는 소박한 욕구에서 일본 국적으로 귀화했다. 그것을 비판하기는 어렵지만, 내게 만일 그와 찬찬히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면 귀화해선 안 된다고 조언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용납할 수 없는 것은 이처럼 ‘귀화’를 강제하는 보이지 않는 국가주의의 힘이고, 그런 터무니없는 강제로부터 눈을 돌리게 하는 스포츠 신화에 대한 무지몽매한 신앙이다.

그러한 내가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봐 온 올림픽 중에서 가슴 깊이 감동한 장면이 하나 있다. 1968년 멕시코 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전. 고교생이었던 나는 그것을 흐릿한 흑백 텔레비전 중계로 보고 있었다. 미국의 스미스 선수가 우승하고, 같은 미국의 칼로스 선수가 3위에 입상했다. 시상대에 선 그들은 미국 국기가 게양될 때 검은 장갑을 낀 주먹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블랙파워 설루트’(blackpower salute). 공민권운동 중에 퍼져나간 인종차별 반대 의사표시다. 그것은 또한 베트남전 반전 의사표시이기도 했다. 그들은 국가를 등에 업고 싸운 것이 아니라 강대한 국가를 상대로 싸웠던 것이다. 얼마나 눈부신 장면이었던가!

스미스와 칼로스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를 받아 국가대표팀에서 제명·추방당했다. 귀국 뒤에도 그들은 예컨대 경기단체 임원이 된다든지, 유명팀 지도자가 되든지,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면 당연히 받을 수 있는 특권을 모두 박탈당했다. 그런 그들이 수십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들처럼, 고난에 차 있지만 긍지 높은 자세를 히노마루를 등에 단 이충성 선수에게 바라는 것은 가혹한 요구일까.

서경식/도쿄경제대학 교수
번역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rm 2008-08-11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서재에서 데리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