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무리
법정(法頂) 지음 / 문학의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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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법정스님의 책은 한결같이 흰표지에 정갈함이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글의 내용 또한 그렇다. 유려한 글발을 자랑하는 글이 아니라 묵묵히 수행, 정진하는 자의 고집, 신념등이 묻어있는 글이다. 그래서, 나는 법정스님의 책을 좋아한다. 스님도 확실히 나이가 드셔서 인지 생의 마지막을 생각하시는 듯하다. 병원에도 입원하셨던 것 같다. 이 책에서 세상사람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은 타인에게 베풀며 살라는 것이다. 친절하고, 주는 사랑을 하라고 하신다. 결국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것인가. 하지만 스님의 말씀이 홀로 자기자신을 마주하는 시간을 갖으면서도 동시에 타인에게는 친절하라는 말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도 조용한 산속에서 새벽에 깨어 차한잔을 마시며 심금을 울리는 옛성인들의 책을 읽고 싶다. 아주 오랫동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고, 그래서 시끄러웠고, 많이 지쳤나보다.   

얼음을 깨어 차를 다리고, 청소를 수행이라 생각하신다는 말씀에 그 모습이 그려지는 듯하다. 또한 현재를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순간이 모여 생을 이루는 것이므로 지금을 수행하는 자세로 잘 살아야 한다고 하신다. 어떤 사람의 존재만으로 위안이 되는 때가 있다. 대의를 생각하고 몸으로 직접 보여주는 생을 사는 종교인들이 그렇다. 모쪼록 스님이 건강하셔서 좋은 글들을 많이 내주시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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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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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강이란 작가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작품은 처음 읽는다. 어디선가 들었는지 <몽고반점>이란 작품은 익숙하다. 이 책에 나오는 세편의 단편은 서로 얽혀있는 연작소설이다. <채식주의자>에서는 이상한 꿈을 꾼뒤 채식을 하게 되는 영혜의 이야기다. 보통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동기가 있기 마련인데 영혜는 그 이유가 분명치 않다. 온전한 가정의 주부역할을 하는 영혜가 단지 채식을 한다는 이유로 그녀의 가정은 파괴된다. 처갓집 식구들까지 총동원되어 영혜의 채식을  질타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정말 질린다는 생각을 한다. 첫번째 단편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영혜의 행동은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두번째 단편인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의 이야기다. 예술혼을 불태우기 위해 처제인 영혜를 이용하고, 결국 그녀의 가정은 파괴되기에 이른다. 그의 행동을 인간 본능에 대한 욕구라고 한다면 그의 행위는 정당화되는 것일까? 형부와 처제의 성적 행위가 꽤 자세히 묘사되어 나는 좀 거부감이 일었다. 세번째 단편인 <나무 불꽃>은 그 형부의 아내, 즉 영혜의 언니인 인혜의 이야기다. 결국 영혜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남편은 종적을 감추어버린다. 어쩔 수 없이 동생을 품어야만 하는 인혜의 일상이 세세히 그려진다. 누구보다 성실했던 그녀에게 인생의 무게는 가혹할 정도이다. 거의 거식증 수준에 이르러 죽음을 앞에 두게되는 영혜의 고통은 원인을 알 수 없어 그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어렴풋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바가 이해되기는 하나 나의 취향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책장은 정말 빨리 넘어가고, 세편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일관된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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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영화를 별로 보지 않았다. 극장에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갔고, 그렇다고 집에서 본 것도 아니었다. 겨울쯤 부터 올해는 영화를 좀 많이 봐야겠다는 생각에.. 요즘 본 영화들을 기억에서 끄집어내 본다. 

  

예스맨  - 우와, 난 짐캐리를 예전부터 좋아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또 쏙 반하는 연기를 선물할 줄이야. 조조로 나혼자 극장가서 본 영화고, 너무 좋았다. 흠, 예스맨이 되기 위해 모인 그 집회는 다소 삼성을 연상시켰지만.. 또, 매사에 예스예스만 연발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는 좋았다. 특히, 뭔가 새로운 것들을 배우는 장면들은 나의 생각과 같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려는 생각들이 이 영화를 보고나서 스물스물 올라왔다. '청주날씨 어때요?' 이거 너무 우꼈다. 한국어로 꽤 오랜시간 연기를 하다니 이런 정보를 하나도 모르고 봤는데 정말 재밌었다.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 이 영화를 보기 위해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피츠제럴드의 단편집을 읽고 극장으로 달려갔다. 와, 단편과는 많이 다르지만 나는 영화가 더 좋은 것 같다. 적절히 주제를 잘 뽑아냈다. 노인이 노인으로 사는 것은 노인의 자세가 몸에 뱄기 때문이다. 그 자세 하나로 중년이 노년이 결정된다. 나는 어떤 자세로 살아갈 것인가. 이 영화를 보고 너무 감동이어서 친한 친구가 안봤다길래 나 한번 더 볼꺼라고 같이 극장에 갔다가 한시간도 넘게 잤다. 음하하... 내가 그렇지 뭐...  

멋진 하루 - 하정우는 정말이지, 정말 배우로구나. 추격자에서도 그랬지만 이 능청스러운 연기는 정말이지... 처음에 이 뺀질이 건달 짜증났지만 막판에 그 여자(이혼녀 마트직원?)의 태도 때문에 정말 반전이라고 느껴질정도로 머리털이 쭈뼛섰다. 심지어 하정우와 같은 태도로 살아가는데 어찌보면 부러운 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 꼭 보라고 널리널리 알리고 싶다.   

말리와 나 - 몇년전 책을 읽고 울었기 때문에 실망할까봐 보기가 그랬으나, 봐버렸다. 천둥을 무서워하는 장면, 해변에서 놀던 장면, 목걸이를 삼켜버린 장면...들이 책에서 읽었던게 하나하나 기억에 떠올랐다. 하지만 역시 책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대사는... 그로건이 쓴 기사에 대해 상사가 평하는 장면이었다. 기자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우리는 사실과 의견을 얼마나 혼동하는가. 사실에 가치를 부여하여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편견을 만드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어떤 것에 대해 받아들이는 것도 표현하는 것도 사실과 의견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한다.  

워낭소리 - 간만에 엄마랑 본 영화. 워낙 흥행해서 인지 cgv에서 재상영까지 하던데.. 나는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닥 감동은 못 느꼈다. ㅋㅋ 엄마역시.. 초반에 소 목의 방울소리가 좀 거슬렸던거 같고, 발이 아픈데 자꾸 걸어서 안타까웠다. 음,, 소는 정말이지 여느 동물과는 다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동물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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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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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으로 재밌다는 사실을 잔뜩 기대하고 접한 소설.. 정말 재미있었다! 다 읽을 때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힘은 아마도 소설의 진행이 아무런 설명도 없는 그둘만의 말(이메일)이었기 때문인것 같다. 에미에 감정이입을 했다가 레오에 감정이입을 했다가 제 삼자가 되어 둘의 말을 평가하기도 하면서 오오,, 끝까지 다가갔는데 덜커덩 아무런 결론도 나지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이 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는지 모른다.  

나는 이 소설을 남녀의 사랑보다는 처지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말하고 싶다. '완벽하게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는 여자에 대한 속내, 그런 가정있는 여자에 대한 적절한 태도를 유지하는 남자의 처지, 도중에 등장하는 에미의 친구 미아의 이야기 역시 그렇다. 친구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 그 만남이 편했다고 말하는 모순의 감정을 발견하고는 뜨끔했다.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에미가 왜 레오와 같은 외부세계에 관심을 보이게 됐을까,가 사실은 이해가 좀 가지 않는데 그건 향후 내가 그런 상황이 되면 이해가 잘 되었을까. 적절한 시점(?)에 등장해준 완벽한 에미의 남편은 약간 반전이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에미가 마지막에 레오를 만나러 나가지 않은 것은 진부한 결말이라고 좀 실망했지만 그에 대한 답신이 너무 신선했기에(!!) 마무리는 좋았다고 생각된다. 누군가의 상황이 어떻다고 해서 넘겨 짐작하는 것은 좋지 않다. 누군가를 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것도 좋지 않다. 하지만, 세단계 네단계까지 넘겨 집는 것이 버릇이 된 나의 이런 버릇은 어찌 고치지?  

그래, 올해는 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새벽에도 상관없고, 더울 때 부는 바람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정말 읽는 내내 가슴이 설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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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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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코엘료의 책은 <연금술사>와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었었다. 두 작품 다 감동을 받지 못했었다. <연금술사>는 엄청난 베스트셀러였고 그 시절에 회사선배에게 생일선물로 받았던게 기억난다.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주지 않느냐..는게 그 책의 핵심.. 이 말때문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간절히 무언가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같은 맥락이다. 기적을 믿습니까? (믿쉽니까? 이 분위기다.) 자신안의 영혼을 믿습니까? 우리는 네 라고 대답해야 하며 포기하거나 중도에 그만두어서도 안된다. 현재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고 코엘료는 말하고 있다. 꽤 많은 이야기들이 아주 짧게 아니면 서너페이지에 걸쳐 소개된다. 그중 마누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자신이 바빠야 스스로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뭔가 바쁘지 않으면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 자괴감에 시달리곤 했다. 마누엘 역시 그렇다. 자유롭지만 우울증에 걸리기 일보 직전이다. 마누엘의 인생은 어떻게 평가되는가. 코엘료는 마누엘이 살면서 삶의 의미를 묻지는 않았으나 부양해야할 가족이 있고, 자신의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살았으므로 죽는 순간 구원을 얻었다고 말한다. 가족과 일을 사랑했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은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족할 수 있고, 이책의 제목처럼 그저 흐르는 강물처럼 살아지는게 또 인생일수 있다는 말일까.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살라는 말일 것이다.  

어쩌면 나는 코엘료의 메세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 순수함을 많이 잃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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