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웃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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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쎄 내 기억에 정한아의 <달의 바다>는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의 기억으로 있었나 보다. 이 책속의 단편들을 읽고는 전작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한편 한편 읽어가다 보니 어느새 빙그레 웃고 있는 나를 보았다. 그 웃음이 나를 위한 웃음인지, 내가 나를 위해 웃는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해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이 책의 마지막 단편인 <휴일의 음악>에서는 허밍을 하며 지나간 기억속으로 빠져드는 병에 걸린 할머니가 나온다. 자신의 기억을 찾을 때 마다 삶의 주름이 하나씩 펴지는 것 같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아주 높은 곳에 있는 구름처럼 자신의 온 생애를 들여다 보는 느낌. 이 문장에 꽂힌 건 오늘 굉장한 구름을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 나는 평소에도 하늘을 꽤나 자주 들여다 보는 편이니까 말이다. 적란운같은 위아래로 높고 어두운 회색 구름이 있었고 그 뒤로는 해가 숨어있어 밝은 광선을 뿜어내고 있는 저녁무렵이었다. 무언가 삶이 힘들어지는 지점에서 나는 이렇게 멈추어 하늘을 바라보고 바람을 느끼고 꽃을 들여다 보았다. 그럴 때면 생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내는 듯 했다. 착각인지도 모르겠지만 남들은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나에게만 특별한 무언가를 알게 되는 기분이었다. 그런 시간을 거칠 때면 나는 조금 더 자란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이 단편들속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나온다. 아니 외롭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어디에서고 외롭다는 표현은 나오지 않으니까. 소통하지 못하지만 그로인해 분노하는 사람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것을 체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누군가의 인생의 한 시점의 작은 단면일지도 모를 그것들을 들여다보며 나는 인생의 이치를, 생의 비밀을 발견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 책은 나에게 꽤나 흡족스럽다.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는.. 음 그래, 마테의 맛! 같은.. 개인적으로는 나를 위해 웃다, 마테의 맛, 휴일의 음악 순으로 좋았다. (마테 차는 정말이지 마셔보고 싶다. 그리고 정한아 작가의 웃는 사진은 몇번이나 다시 볼 정도로 근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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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 - 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르는
구희연.이은주 지음 / 거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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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다닐때 생활화학?이란 교양시간에 화장품에 대해 배운 적이 있었다. 교수님은 화장품연구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었는데 순한 화장품은 농도를 옅게 해서 만든 것이라고 어차피 성분은 다 똑같다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어디로 가고 나 역시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스킨-로션-세럼-크림의 순서대로 매일 화장품을 발라대곤 했었다. 하지만 아이크림도 낮용과 밤용을 구분해서 쓰는 친구들을 따라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이 책들을 읽자 이 책을 추천해 주고 싶은 많은 친구들이 떠올랐다.  

 이 책의 요지는 이렇다. 어차피 저 순서대로 정성껏 발라야 피부위에서 다 섞이고.. (무슨 지층누중의 법칙도 아니고 당연하지 않은가.) 따라서 자기 피부에 맞는 종류만 바르면 된다는 것이다. 뭐니 해도 가장 충격적인 아이크림얘기.. -_-;;; 눈가는 영양을 그렇게 많이 공급받아야 하는 부분이 아니란다. 따라서 그렇게 발라대면 오히려 처진단다. 건조함이 느껴질 경우에만 바르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안을 꼼꼼히 제대로 해야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화장품회사들의 이윤추구가 맞닿아 있다. 또 남들하면 다 하고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리도 있고. 나 역시 그러했다.  

 같은 업계에 있어 이런 사실을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이런 책은 정말 널리널리 읽혀져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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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야 사바랭의 미식 예찬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6
장 앙텔므 브리야 사바랭 지음, 홍서연 옮김 / 르네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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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만 보고는 세상의 온갖 진미에 대한 책이라고 생각했으나 그런 것은 아니고, 음식문화 전반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역사적으로 음식문화사를 훑었다고는 할 수 없으니 지극히 저자의 개인적인 음식에 대한 사유랄까.. 뭐 그런 내용이었다. 앗, 그런데 이 책은 1825년에 나온 <미각의 생리학>이란 책을 번역한 것이란다. 당연히 요즘의 내용과는 다른 것도 있고, 그래서 우끼고 재밌게 읽은 것도 있었다.  

 가령 커피는 정력적인 음료라서 너무 많이 마시면 바보가 되거나 죽을 수 있다고 한다. ㅋㅋ 그러니까 정력에 좋은 것이 아니라 정력을 소모시키는 음료인것이다. 커피를 마시고 한숨도 못자 40시간을 눈뜨고 지냈다는 일화가 나온다. 지금은 이 정도의 사람은 없으니 사람의 유전자가 진화된 것인가. 재밌다.  

 우울할때는 '상심한 자를 위한 초콜렛'을 마시면 나도 기분을 좋게 할 수 있을까. 초콜릿 반 킬로그램에 용영향 72알의 비율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갑자기 뜨거운 코코아가 먹고 싶어진다.  

 비만과 몸이 여위는 것에 대해서도 나오는데 비만이야 그렇다 치고, 살찌게 하는 방법을 읽다가 웃었다. 요즘 여자들은 마른 몸을 원하는데 이때는 몸이 마른 것은 보기 싫은 것이었나보다. 하루 식단이 엄청나다. 이대로만 먹는 다면 살찔 것은 바로 보장될 듯하다. (p328) 식사가 소화되지 못해 그 이전에 먹은 식사의 소화를 방해하면 먹은 것이 살로 가지 않으므로 출출해지고 나서야 다음 식사를 해야한다고 한다. 주구장창 먹는게 더 살찌지 않을까. 이 저자 참 귀엽다는 생각이.. 읽을수록.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서술된 책이라기 보다는 저자가 살고 있던 시대의 음식에 대한 문화나 생각들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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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 Normal - 평범함 속에 숨격진 감동 슈퍼노멀
재스퍼 모리슨. 후카사와 나오토 지음, 박영춘 옮김 / 안그라픽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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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익숙해서 혹은 너무나 평범해서 저 물건이 왜 저렇게 생겼을까에 대한 아무런 의구심조차 일으키지 않는 물건들이 이 책 속에는 나온다. 사진과 함께 간략한 설명이 곁들여있는데 설명을 읽으며 목욕탕의 의자, 재떨이, 펜, 종이클립이 왜 그렇게 생겨야 하는지 새삼스럽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한번도 목욕탕 슬리퍼를 자세히 들여다 본 적이 없다. 더군다나 플라스틱 바구니나 마트에서 볼 수 있는 물건 넣는 바구니도! 자세히 들여다 보는 순간 세상은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 않았는가. 들여다보는 순간 그 평범한 물건들이 말을 걸기 시작한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해서 저자가 하는 말들이 꿈보다 해몽아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디자인의 의도가 먼저인지, 아니면 기능성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레 그런 디자인이 나왔는지 구분하는 것은 닭이냐 달걀이냐를 논하는 일이 될수도 있겠다. 어쨌든 평범한 것이 아름답고 우리의 삶을 간소하게 해준다.  

 슈퍼노멀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미 알고 있던 것을 새롭게 자각하는 것, 어떤 물건에서 좋다고 생각했던 것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한 신조로 디자이너는 새로운 물건을 디자인 할때 기존의 원형을 늘 확인한다고 한다. 이 책은 '들여다보기'의 한 단면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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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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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운 여름에 이 책을 읽었다. 신기하게도 더위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번 잡는 순간 뒷부분이 궁금해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읽는 내내 숨이 차는 느낌, 산소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평소에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사람들의 기사를 접하면 저 사람들은 왜 일부러 저런 고생을 하며 오르고 싶어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목숨을 담보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시도처럼 보였다. 가정이 있는 사람은 저렇게 해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궁금증이 많이 해소 되었다.
 돈을 내면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이런 경우가 많아져 등반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더불어 북적대는 사람들로 환경오염과 같은 문제들이 생기거나, 안전한 등반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한다. 저자를 포함하여 여섯 명의 고객을 데리고 등반을 시도한 홀의 팀과 다른 등반대들의 일화가 긴박하게 전개되어 도저히 책을 놓을 수가 없었다. 어이없게도 가장 경험이 많고 노련한 등반대인 홀의 팀에서 두 명만 빼고 정상부근에서 숨졌다는 것은 놀랍고 충격적이었다. 자연의 힘 아래서 노련한 기술, 등반 경험 따위는 아무런 이점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사소한 공명심이나 판단 착오는 한치의 관용도 없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두 번째로 에베레스트를 올라 정상에 도달하고자 했던 더그의 의지를 알기에 홀은 그가 하산할 시간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되돌릴 수 없었던 것을 이해한다. 결국 둘은 함께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저자는 고객들로 이루어진 등반대는 같은 배를 탄 팀원이라기보다는 정상에 오르겠다는 개개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집합일 뿐이었다고 말한다. 물론 오랜 시간을 동고동락했기에 우정을 나누기는 했으나 등반이 외로웠던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홀의 팀이 조난당했을 때 다른 등반대나 세르파가 도움을 주는 장면에서는 뜨거운 인간애를 느꼈다. 반대로 자신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가이드나 세르파로 인해 사람들(고객)이 입을 수 있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죽었던 것으로 여겨졌던 벡이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부분에서는 인간의 생명력에 대해 경외심까지 느껴졌다.
 이 책에서 사람들이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는 이유는 진지하고 모두 다 달랐다. 하지만 그것은 뜨거운 열정과 의지만 가지고는 이루기 힘든 것이었다. 사소한 실수조차 허용치 않았으니 말이다. 저자는 생존자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책의 말미에 토로했다. 이 일이 있고나서 10년도 더 지났으니 저자의 삶이 지금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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