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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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강의 소설은 처음이다. 이 소설의 스토리나 결론은 매우 통속적이고 전형적이다. 하지만 저자가 작품해설에서 말한 것처럼 마지막에는 독자의 머릿속에 빨간불이 켜진다. 띠용띠용 사이렌 소리라도 들리게 하려는 것처럼 경고용 메시지가 깜빡거리는 것이 아닌가! 시덥잖게 읽어가다가 아뿔사,하게 된다는 말씀이다. 소설의 수많은 문장이나 말들은 어디선가 들었거나 읽었을 법하게 전형적이다. 너 없이는 못살아,류의.. 하하. 그저 웃음이 나올 뿐이다. 이 소설은 사강이 스물다섯이었을 때 쓴 소설이다. 그 나이에 서른아홉의 사랑은 아마도 그러했을 것이라고 사강은 짐작했는가 보다. 폴이 열서너살 아래의 연하남 시몽과 불같은 연애를 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이중적인 모습은 너무나 전형적이다 못해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폴은 그런 사랑이 노인이 되었을 때나 가능한 사랑의 정점에 다다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한다. 심한 감정의 기복에는 이제 나이가 들어 초탈해가는 시점에서 한참의 연하남(그것도 엄청 잘생긴)으로부터 듣는 연애의 초기에나 있을 법한 질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설레이지 않기란 힘들다. 반면 중년남자 로제의 무미건조한 연애짓은 상상만해도 **없다. 저자가 말했듯 사랑을 믿는 다기 보다 열정을 믿는 다는 말이 더 맞는지도 모르겠다. 덧없고 변하기 쉬우며 불안정하고 미묘한 사람 사이의 감정이란 것.. 그것을 그려낸다는 것은 사강 스스로가 말했듯 무정형적인 현실이라는 삶보다  형식적인 문학이란 틀에서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여튼 이 소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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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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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난이라고 말하기 조차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는 어떤 상태일까. 그런 상태를 간접적이나마 체험하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 된다. 읽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이 소설은 알려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극빈의 상태는 <굶주림>이 최고다.

 어떻게 되는 일이 이렇게도 없을 수가 있나. 사흘을 굶으면 이성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고,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하늘을 원망하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를 치고,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 너무 배가 고파 대팻밥을 주워 먹는 지경에 이르는가하면, 너무 가난해 단추를 전당포에 맡기러 가보지만 거절당한다. 며칠 만에 음식을 겨우 구해 삼키면 극한의 굶주림에 익숙해진 몸은 이 아까운 것을 토해내 버린다. 아는 사람을 동원해 돈을 꾸어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고통이다. 그런 상황에서 글을 써야하는 주인공의 상태는 마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도덕적이라고 해야 할지 양심이 있다고 해야 할지 잘못 받은 거스름돈을 다시 되돌려주지를 않나, 돈 꾸어달라는 말을 하는데도 극도의 죄책감을 느낀다. 아 답답하다. 결국 주인공은 배를 타고 떠난다. 그 길만이 살 길이었다.

 내 인생에 이런 소설이 이렇게 내 가슴을 불타는 것처럼 아프게 하는 때가 다시는 오지 않기를 그저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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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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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은 싱글맘이면서 중학교 여교사인 모리구치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모리구치의 딸아이가 그녀의 반 아이 둘에 의해 살해되는데 이 사건을 놓고 여러 인물들이 자신의 관점에서 서술한 고백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다시점 형식으로 서술된 책은 이미 많이 읽어서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이와 같은 서술방식은 같은 사건이 여러 사람의 관점에서 어떤 식으로 다르게 구조화되는지를 살펴보는 재미를 준다. 그러나 이 소설이 다른 소설들과 다른 점이라면 피해자가 범죄자들에게 끝까지 복수를 했다는 것이다. 처음에 냉정할 정도로 침착하게 범죄자를 용서해 준 것처럼 그려진 것이 약간의 충격이라면 이런 식으로도 복수할 수 있구나 또한 충격을 더한다. 교사로서의 윤리관과 자식을 잃은 부모로서의 갈등사이에서 작가는 후자를 택한 샘이다. 다만 모리구치의 남편인 사쿠라노미야라는 인물로서 이 점을 상쇄시키려 노력한다. 어쩌면 교사라는 직업은 도덕성이라는 일종의 윤리적 굴레를 어느 정도는 짊어져야 한다. 물론 이런 것에 별로 구애받지 않는 교사들이 요즘에는 더 많은 실정이지만.. 그런 점에 있어서 이러한 설정을 소설로 그려본 것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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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사계절 1318 문고 36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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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에고 발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한 글을 여기저기서 많이 봐서 인지 조금 식상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이 청소년문학이고 이 그림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해 글을 썼다는 것이 재밌다. 불굴의 환경을 딛고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기는 늘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심한 기형으로 몸이 뒤틀린 바르톨로메가 개모습으로 분장을 한 뒤 인간개 흉내를 내야한다는 설정은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한다. 제목에서처럼 바르톨로메의 겉모습이 비록 흉측할지언정 그는 어디까지나 인간이기 때문이다. 바르톨로메의 그림 스승인 발라스케스가 바르톨로메의 모습을 개를 흉내 낸 인간개가 아니라 한 마리의 늠름한 모습을 한 어엿한 개로 그렸을 때 조차도 바르톨로메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멋지고 용감한 개를 데려다 놓는다해도 그건 인간이 될 수 없다고 바르톨로메는 생각한다. 중요한 건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 생각만이 바르톨로메를 끝까지 존엄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힘이었다. 바르톨로메가 글을 배울 때 전당포에서 빌려온 두꺼운 책은 <돈키호테>였다.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책을 읽어 뇌의 물기가 말라 미쳐버린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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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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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혀 기대하지 않고 읽기 시작하다가 혼자 낄낄거리기 시작했다. ‘항구 도시 레스토랑’이라는 기획 하에 배로 여행하면서 그 지역의 유명한 식당에서 맛난 것들을 먹는 그야말로 식도락 여행기라니.. 부럽기 그지없다. 음식에 관한 에세이라면 예전에 읽은 성석제의 책이 떠올랐는데 그 책이 음식자체에 대한 현란한 묘사로 군침을 뚝뚝 떠올리게 했다면 오쿠다 히데오의 이 책은 진정 유쾌한(사실 그의 소설들로 인해 그가 굉장히 재밌는 사람일 것이라고 상상한 것일 뿐이지만) 오쿠다 히데오라는 작가의 체면차리지 않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속마음을 홑따옴표로 속삭이는 엉큼한 이 아저씨의 속내를 보시라.. 몇장만 넘겨도 키득키득거리게 될테니 말이다. 여행지 중에 우리나라 부산도 끼어있었는데 확실히 우리나라의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예의없이 군다는 것이 일본사람인 저자에게 눈엣가시였나 보다. 음식을 먹으면서 살찌는 걱정, 칼로리 걱정을 하시는 이 소설가 너무 재밌다. 홋카이도 레분도의 맹추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무언가에 ‘크크크~’ 하고 싶으신 분을 위해 강추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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