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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 개정판
크누트 함순 지음, 우종길 옮김 / 창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가난이라고 말하기 조차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는 어떤 상태일까. 그런 상태를 간접적이나마 체험하고 싶다면 이 소설을 읽으면 된다. 읽는 것 자체가 고통이 될 수 있음을 이 소설은 알려준다. 이 소설을 읽으며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과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이 떠올랐다. 하지만 극빈의 상태는 <굶주림>이 최고다.
어떻게 되는 일이 이렇게도 없을 수가 있나. 사흘을 굶으면 이성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고,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한다. 하늘을 원망하며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를 치고, 거짓말이 술술 나온다. 너무 배가 고파 대팻밥을 주워 먹는 지경에 이르는가하면, 너무 가난해 단추를 전당포에 맡기러 가보지만 거절당한다. 며칠 만에 음식을 겨우 구해 삼키면 극한의 굶주림에 익숙해진 몸은 이 아까운 것을 토해내 버린다. 아는 사람을 동원해 돈을 꾸어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야말로 고통이다. 그런 상황에서 글을 써야하는 주인공의 상태는 마치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도덕적이라고 해야 할지 양심이 있다고 해야 할지 잘못 받은 거스름돈을 다시 되돌려주지를 않나, 돈 꾸어달라는 말을 하는데도 극도의 죄책감을 느낀다. 아 답답하다. 결국 주인공은 배를 타고 떠난다. 그 길만이 살 길이었다.
내 인생에 이런 소설이 이렇게 내 가슴을 불타는 것처럼 아프게 하는 때가 다시는 오지 않기를 그저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