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에고 발라스케스의 '시녀들'에 대한 글을 여기저기서 많이 봐서 인지 조금 식상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이 청소년문학이고 이 그림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해 글을 썼다는 것이 재밌다. 불굴의 환경을 딛고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기는 늘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 심한 기형으로 몸이 뒤틀린 바르톨로메가 개모습으로 분장을 한 뒤 인간개 흉내를 내야한다는 설정은 읽는 내내 나를 불편하게 한다. 제목에서처럼 바르톨로메의 겉모습이 비록 흉측할지언정 그는 어디까지나 인간이기 때문이다. 바르톨로메의 그림 스승인 발라스케스가 바르톨로메의 모습을 개를 흉내 낸 인간개가 아니라 한 마리의 늠름한 모습을 한 어엿한 개로 그렸을 때 조차도 바르톨로메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마드리드에서 가장 멋지고 용감한 개를 데려다 놓는다해도 그건 인간이 될 수 없다고 바르톨로메는 생각한다. 중요한 건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그 생각만이 바르톨로메를 끝까지 존엄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힘이었다. 바르톨로메가 글을 배울 때 전당포에서 빌려온 두꺼운 책은 <돈키호테>였다. 잠도 안자고 먹지도 않고 책을 읽어 뇌의 물기가 말라 미쳐버린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