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 -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시 치유 에세이
전미정 지음 / 예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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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오랜만에 별 다섯개를 주고 싶은 책을 만나 행복했다. 시 하나하나가 정말 마음에 와서 콕콕 박혔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타인도 이 세상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마음 깊히 새겼다. 이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완전한 인생을 꿈꾼다. 그런데 그 완전한 순간이란 것이 과연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고민하는 순간 부터 힘들어진다. 이 책은 우리 인생이 완전하지 못한 순간들을 시를 통해 들여다보게 만든다. 칼 융이 말한대로 완전한 인생은 존재할 수 없고,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통합된 원만한 인생만이 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짧은 몇 줄의 시에서 인생의 통찰을 보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짧은 말들이 장황한 위로보다 상처입은 마음을 더 잘 어루만져 줄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누구든 살아 있는 자는 아름답다. 살아간다는 용기는 눈물겹도록 애틋하다.  

산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아름답게 여길 수 있길... 용기를 잃지 말길.. 나를 비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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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원 산책 -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의
오경아 지음, 임종기 사진 / 디자인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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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자체가 영국정원이 풍기는 이미지가 이럴까 생각할만큼 깔끔하고 단순하고 예쁘다. 영국의 수많은 정원에 관한 글을 읽다가 '정원'이라는 공간이 우리의 공간으로 생각하면 어딜까,를 생각하니 쉽게 매치가 되지 않는다. 공원 어디를 가도 우리의 정원(?)은 획일적이며 그렇다고 고궁, 뉘집 앞마당을 생각하기도 그렇다. 정원이라는 문화가 영국에서는 어떠한 공간인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자연을 모방하고, 빌려오는 공간으로서의 동양의 정원을 떠올린다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서양의 정원은 선과 선이 만나는 기하학적인 공간인 듯하다. 물론 전체적인 구조보다 그안에 어떤 식물로 어떤 색깔로 채워가는가에 따라 또 다른 분위기의 정원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어떤 정원은 겨울에 나무가지들의 선만으로 더 아름다운 곳도 있다고 한다.  

엄마는 몇년전부터 집 앞마당을 온갖 꽃들로 채워오고 있다. 그런 앞마당에 대한 정성이 엄마 인생의 어떤 일면을 말해주는 냥 나는 감상하곤 한다. 정원사라는 직업이 다소 생소하지만 정원에는 정원사의 꿈이 담겨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재밌게 읽었다. 
  

식물은 혼자서 빛나지는 못한다. 벽을 타고 오르는 덩굴식물은 든든한 벽이 없다면 그렇게 아름답기 힘들고, 늦가울 분홍 꽃을 피우는 네리네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 뒤를 받쳐주는 오래된 나무창이 없다면 허전하게 힘을 잃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삶 속에 우린 각자 주인공이 되어 살지만, 또 누군가의 배경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때론 다른 누군가의 배경으로 내가 눈부시게 아름다워지기도 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참 어렵고 힘들지만, 결국 서로에게 기꺼이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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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질

                                                          마종기


                      낚시질하다
                      찌를 보기도 졸리운 낮
                      문득 저 물속에서 물고기는 
                      왜 매일 사는 걸까.
 


                      물고기는 왜 사는가.
                      지렁이는 왜 사는가.
                      물고기는 평생을 헤엄만 치면서
                      왜 사는가.
 


                      낚시질하다
                      문득 온 몸이 끓어오르는 대낮,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고
                      중년의 흙바닥에 엎드려
                      물고기같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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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9-25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연이 제 마음을 끓어오르게 합니다.
스파피필름님 제가 오랜만이죠? 잘 지내시나요? ^^

스파피필름 2010-09-25 23:21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오랜만이어요.
추석은 잘 보내셨나요? 요즘 아침저녁으로 꽤 쌀쌀하지요?
스산한 마음에.. <상처가 꽃이 되는 순서>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마지막 연이 인용되어 있네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만은 없다,는 생각을 참 자주 하네요. ^^
 
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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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세의 이혼녀 릴라는 우연히 화분을 사게 되는데 이로 말미암아 이전의 삶과는 백팔십도 다른 삶을 경험하게 되는 로멘틱코메디 같은 소설이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사랑, 섹스, 모험, 지식, 권력, 마법, 재물, 자유, 불멸을 상징하는 아홉가지의 화초를 모으기 위해 혈투를 벌이는데 다소 초자연적인 요소들이 등장한다. 도시에서의 지친 삶을 떨쳐버리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밀림에 들어가서 흥미진진한 모험도 하고 사랑도 얻었으니 이만한 해피엔딩도 없겠다 싶다. 책장도 훌훌 넘어가고 식물 이야기도 재밌다. 그런데 식물이 그렇게 하도록 했다지만 섹스에 목매는 여주인공의 발광은 좀...   마지막 열번째 화초는 이름없는 '열정'의 화초였다. (아주 오래전에 읽으려다 말았던 수잔 올린의 <난초 도둑>을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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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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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는 <달과 6펜스>다. 주인공의 이름도 잊지 않고 있었다. 찰스 스트릭랜드. 아주 평범한 증권사직원으로서의 인생을 이어가고 있던 한 가장이 돌연 가정을 버리고 그림을 그리러 떠난다. 가족의 입장 특히 아내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배신이 따로 없다. 안정된 모든 것을 버리고 마흔이 넘은 나이에 그를 밖으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사실 소설에는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은 없는 것 같다. 뛰어난 재능이 있었는데 그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평범한 삶을 살다가 느닷없이 바람이 불어 떠났다는 흔한 이유조차 나와있지 않으니 말이다. 누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욕구가 유독 강한 사람이 있는데 아마도 그런 사람들이 예술의 길을 걸을 것이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바와 같이 예술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혹독한 일이다. 무엇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장 크다. 끼니조차 제대로 이어가기 힘들지만 그림에 대한 열정만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소설속에 등장하는 스트로브라는 인물은 스트릭랜드와 대조되는 사람이다. 그는 노력은 하지만 결코 뛰어난 걸작을 남길 수는 없는 삼류 화가다. 스트로브와 스트릭랜드를 대조해보면서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천재가 될 수 없는 이유는 삶의 에너지를 스트릭랜드처럼 한 곳에 쏟아부을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상황이 그렇게 만들수도 있지만 용기나 재능이 부족해서 일수도 있다. 삶의 여러 측면에서 평균을 유지할만한 수준의 에너지를 분산시켜며 범인들은 살아간다. 예전같으면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을 좇아 떠날 수 있는 스트릭랜드를 높게 평가했을 것이다. 하지만 천재 예술가는 광인과 같은 모습이라는 판에 박힌 전형을확인하는 것 같아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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