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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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안하는 삶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풍성한지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삶이 얼마나 즐겁고, 얼마나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지 당신에게 알려 줄 수만 있다면······. 그건 정말 끝없는 즐거움이고, 말로 형언하기 힘든 행복이야. 그것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어. 바로 홀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때의 기분이지. 높디높은 저 위에서, 사방이 온통 무한한 공간뿐인 곳에서 날고 있을 때 말이야. 그럼 끝없는 공간에 취하게 돼. 그때 느끼는 흥분이란, 세상 그 어떤 권력과 영예를 준다해도 바꾸고 싶지 않지. 얼마전에 데카르트를 읽었어. 그 평온함, 풍격, 명석함이란!"-125쪽

'그럼 4년 동안 책을 읽었단 말입니까? 그래서 무엇을 얻었습니까?'
'아무 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4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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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매 열린책들 세계문학 63
대실 해밋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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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타의 매>라는 제목이 정말 궁금했다. 몰타의 매가 무엇인고 하면... 1523년에 예루살렘의 성 요한 병원 기사단이 술레이만 대제에 의해 로도스 섬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크레타섬으로 간 그들은 카를 황제를 설득해서 몰타, 고조, 트리폴리를 달라고 한다. 이 때 조건이 있었으니 몰타가 아직도 스페인의 지배 아래 있다는 표시로 해마다 황제에게 매 한마리를 공물로 바치는 거였다. 부를 주체못한 기사들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진짜 새가 아닌 머리에서 발끝까지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보석을 박아 넣은 황금 새를 보내겠다는 멋진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때 만들어진 매 중 하나가 밖으로 유출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일당들이 이 매를 손에 넣기 위해 계략을 짜고 일을 벌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매를 손에 넣고 보니 허무하게도 그건 납으로 만든 가짜매였다는... 어우.. 급하게 재밌게 읽어가다가 조금 허무 했다.  

 저자의 이력이 독특한데 1920년대 미국에서 실제로 탐정으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탐정이란 직업을 소설속에서만 봤지 실제로 본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가슴떨린다. 사실 이 소설은 심리묘사가 거의 없어서 주인공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오쇼네시 처럼 주구장창 거짓말을 하는 인물의 경우는 성격이 좀 파탄인가,하는 생각까지 하게 한다. 속마음을 전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래서 좀 촌스러운것 같지만, 재밌게 읽힌다. 줄거리도 더할나위 없이 단순하고..오쇼네시와 사랑이 싹트는 것 같다가 스페이드는 역시 냉철하게 살인죄로 오쇼네시를 경찰에 넘긴다. 자신은 사랑에 넘어가는 얼간이!가 아니라며.. ㅋㅋ 플릿크래프트가 공사 현장에서 떨어지는 철제 빔에 맞아 죽을 뻔한 경험을 하고 일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제2의 삶을 선택하는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정서적 애착의 끈을 냉혹하게 끊고 이루어낸 제2의 인생에서 그는 행복했을까.. 사소한 인연이라는 허상에 이끌리지 않고 단호하게 일을 처리해내는 스페이드가 멋지다. 물론 탐정사무실의 조수 에피를 나의 천사라고 부를 때는 너무 느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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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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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를 이제서야 읽다니.. 300페이지 정도는 조금씩 읽다가 오늘 200페이지를 확 읽어버렸다.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이 1800년대에 씌여진 것이라니, 배경만 바꾸면 이건 요즘이야기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과거와 현재를 뒤바꾸어보는 즐거움은 고전이 주는 재미다. 줄거리로만 보자면 한 여인이 간통을 하다 빚지고 죽는 이야기로 이것보다 통속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엠마의 격정적인 심리를 뒤쫓다 보면 이 여자 이리 답답할 수가 있나 하다가, 한번쯤 속절없는(?) 사랑에 몸을 던져보고 싶은 심리에 공감을 하기도 한다. 결혼의 달콤함을 꿈꾸었던 한 여인이 시골 생활과 골이 타분한 남편에게 실증을 느끼고 사치와 열애에 눈이 멀어 망하는 이야기라.. 참.. 놀라운 것은 무려 세명정도의 남자와 열애를 한다는 것. 주체할 수 없는 엠마의 마음은 일종의 광기로 느껴지기 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의 행실을 비난 할 수만 없는 것은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욕망이 있으나 단지 실행을 못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사치로 빚을 지고 어음으로 막다가 결국엔 집안의 재산이 차압당하는 지경에 이르러도 엠마는 거짓말과 사랑에 눈이 멀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이처럼 답답한 것도 없다. 게다가 그 사랑은 결국 지루함과 권태로 이어진다. 간통을 하면서도 결국 결혼생활의 진부함을 맛보게 되는 아이러니.. 그로인해 느끼는 실망.. 그러나 엠마는 지치지 않고 다음 사랑을 꿈꾼다. 

 소설은 대부분이 엠마의 심리묘사에 치중한다. 남편인 보바리 즉 샤를르는 정말 바보스럽게 나온다. 초반과 엠마의 장례식 이후에 잠깐 나오다가 결국 어이없이 죽어버리기 까지 한다. 소설은 마지막에 약사 오메의 수단좋은 인생행로에 대해 묘사하며 여운을 준다. 엠마가 죽고 사람들은 샤를르에게 달려들어 남은 모든 것을 빨아먹어버린다. 한집안의 몰락 앞에 도덕성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어디로 돌려할지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그 밖에 공진회라던가 마을사람들에 대한 묘사, 엠마의 밀회를 묘사하는 문장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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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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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스타는 이제는 제법 대중화된 음식이다. 어디를 가도 파스타 맛있는 집을 찾기가 쉽고, 특히 젊은 여성들이 이탈리아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데 파스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 얇은 책을 통해서 기본적인 상식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아주 간단한 요리법에 다양한 음식 사진들까지.. 아... ㅋㅋ 일단 놀라운 것은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우리나라의 것처럼 소스가 흥건하도록 먹지 않는다고 한다. 면에 겨우 소스칠한 정도로.. 그리고 우리 입맛에는 매우 짜고 우리가 마치 김치처럼 먹는 피클은 이탈리아에서는 안먹는단다. 생크림으로 만드는 까르보나라는 우리나라에만 있고 실제 까르보나라는 달걀노른자로 만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가운 이름에 이를 시키면 거의 다 실망한다고 한다. 아침을 간단히 두번 먹고 점심은 빨라야 1시에 먹으며 저녁은 8시 이후에나 먹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처럼 한번에 갖은 양념들이 어우러져 맛을 내기 보다는 메인재료의 맛이 잘 드러나도록 최대한 단순하고 요리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국물이 맑은 만두국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파스타의 다양한 모양은 또 얼마나 재밌는가. 정말 단순한 요리들도 많았는데 정말 초간단해보이는 것 하나. 참치통조림의 참치에 마요네즈를 섞어 믹서에 간 뒤에 후추를 좀 넣고 삶은 스파게티와 섞어준다. 이것이 바로 걸인풍의 참치 파스타.. 맛은 있겠으나 기름기 많은 설거지는 하기 싫을 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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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 열화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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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어머니를 어느 도시에서 만난다.

죽은 사람들은 자신이 머물 수 있는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데 어머니가 선택한 곳이 리스본이었다.
리스본이란 도시는 <세익스피어 베케이션>과 <리스본행 야간열차>에서 만났던 도시인데
그곳이 어떤 곳인지 마구마구 상상이 된다.

리스본이 눈에 보이는 세계와 관계를 맺는 법은 다른 어떤 도시와도 다르다. 이곳은 게임을 한다. 이곳의 광장과 거리는 흰 돌과 색 돌로 무늬를 넣었기 때문에 길이라기보다는 천장 같아 보인다. 벽은 안팎을 막론하고 전부 그 유명한 아줄레조스 타일로 덮여 있다. 그리고 이 타일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멋진 것들에 대한 얘기를 담고 있다. 피리 부는 원숭이, 포도 따는 아낙, 기도하는 성자, 바다의 고래들, 배를 타고 가는 십자군, 바실리카 양식의 교회당, 하늘을 나는 까치, 포옹하는 연인들, 길들여진 사자, 표범 무늬 곰치. 이 도시의 타일은 가시적인 세계, 볼 수 있는 것들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리스본 사람들은 감정이나 기분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하는데, 여기 말로 사우다드(슬픔과 애수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깃든 포르투갈의 독특한 정서)라고 하는 이 말은 보통 향수로 번역되지만 그건 정확하지 않다. 향수는 편안함, 심지어 나태의 뉘앙스를 품고 있는데, 리스본은 한번도 그걸 누려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향수의 중심지는 베니스다. 향수에 빠지기에 이 도시는 너무나 많은 바람에 시달려 왔고, 지금도 그렇다.

엄마는 다음에는 이 도시의 어디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하고 사라진다.
죽은 사람을 너무 그리운 사람을 이런 식으로 만날 수 있다면.... 존 버거의 상상력에 가슴이 애틋해진다.

글쎄다. 이 책은 그냥 읽고 느끼고... 말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그리고 이 문장들..

존,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각자가 정해야 해. 다른 사람의 선을 대신 그어 줄 수는 없어. 물론 시도는 해 볼 수 있지만, 그래 봐야 소용없는 일이야. 다른 사람이 정해 놓은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삶을 존중하는 건 같지 않아. 그리고 삶을 존중하려면 선을 그어야 해.   p.16

 

인생이라는 건 정말로 모든 일에 있어서 선을 긋는다는 아주 단순하지만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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