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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평점 :
<마담 보바리>를 이제서야 읽다니.. 300페이지 정도는 조금씩 읽다가 오늘 200페이지를 확 읽어버렸다. 도저히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이 소설이 1800년대에 씌여진 것이라니, 배경만 바꾸면 이건 요즘이야기라 해도... 손색이 없겠다. 과거와 현재를 뒤바꾸어보는 즐거움은 고전이 주는 재미다. 줄거리로만 보자면 한 여인이 간통을 하다 빚지고 죽는 이야기로 이것보다 통속적인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엠마의 격정적인 심리를 뒤쫓다 보면 이 여자 이리 답답할 수가 있나 하다가, 한번쯤 속절없는(?) 사랑에 몸을 던져보고 싶은 심리에 공감을 하기도 한다. 결혼의 달콤함을 꿈꾸었던 한 여인이 시골 생활과 골이 타분한 남편에게 실증을 느끼고 사치와 열애에 눈이 멀어 망하는 이야기라.. 참.. 놀라운 것은 무려 세명정도의 남자와 열애를 한다는 것. 주체할 수 없는 엠마의 마음은 일종의 광기로 느껴지기 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의 행실을 비난 할 수만 없는 것은 우리의 마음 한구석에는 그런 욕망이 있으나 단지 실행을 못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사치로 빚을 지고 어음으로 막다가 결국엔 집안의 재산이 차압당하는 지경에 이르러도 엠마는 거짓말과 사랑에 눈이 멀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 이처럼 답답한 것도 없다. 게다가 그 사랑은 결국 지루함과 권태로 이어진다. 간통을 하면서도 결국 결혼생활의 진부함을 맛보게 되는 아이러니.. 그로인해 느끼는 실망.. 그러나 엠마는 지치지 않고 다음 사랑을 꿈꾼다.
소설은 대부분이 엠마의 심리묘사에 치중한다. 남편인 보바리 즉 샤를르는 정말 바보스럽게 나온다. 초반과 엠마의 장례식 이후에 잠깐 나오다가 결국 어이없이 죽어버리기 까지 한다. 소설은 마지막에 약사 오메의 수단좋은 인생행로에 대해 묘사하며 여운을 준다. 엠마가 죽고 사람들은 샤를르에게 달려들어 남은 모든 것을 빨아먹어버린다. 한집안의 몰락 앞에 도덕성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어디로 돌려할지는 독자의 몫일 것이다. 그 밖에 공진회라던가 마을사람들에 대한 묘사, 엠마의 밀회를 묘사하는 문장들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