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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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어딘가 모르게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이었지 싶다. 그래서 마커스와 같이 울분을 토하게 된다. 황인숙의 <강>이라는 시에서처럼 아무도 없는 강에라도 가서 내 속에 쌓여있는 울분을 토해내고 싶다. 우리의 몸에 온갖 경로를 통해 쌓이는 중금속처럼 울분 또한 나의 삶을 좀 먹는다. 주기적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정화시키지 않으면 분노의 찌꺼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꽃다운 나이 스무살도 되지 않아 마커스는 삶이 제멋대로 부리는 조화로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아버지의 말대로 조금 더 조심을 하며 살았더라면 그가 꿈꾸었던 변호사의 삶을 살다가 은퇴하며 두 부모를 모시고 노후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소하고 하찮은 선택의 순간들이 우리에게 내주는 삶이라는 길은 결코 녹녹치 않다.  

정육점을 하는 부모의 아들, 그 집을 떠나고 싶은 스무살, 막상 집에서 아주 먼 곳으로 도망쳐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의 문제들.. 자살을 시도했던 여자친구, 믿고 싶지 않은 신념을 강요하는 학교는 마커스의 생을 좀먹게 했다. 소설에는 기숙사에서 방을 계속 옮기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왜 정착하는 곳마다 갈등을 일으키는 것인가. 한번도 분노하지 않고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온 그 인데 말이다. 오, 삶이며, 자네의 뜻대로 나를 어디론가 몰고 가려하는가. 그 보이지 않는 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수시로 내 안에 쌓인 울분을 없애는 것만이 예방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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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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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학드라마라고 하면 기본적인 재미를 보장해준다. 생명을 다루는 일만큼 중요한 일도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소설에 나오는 기류같은 완벽한 외과의사는 기본으로 나오고 그 사이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도 그렇고.. 물론 이 소설에는 그런 로맨스는 없다. 기류와 대비되는 코믹스러운 이미지의 다구치와 로지컬 몬스터라 불리우는 탐정(?) 시라토리의 이야기가 주가 된다. 범인은 일곱명 중 하나인데.. 과연 누구일까. 사실 시라토리가 등장하기 전까지 다구치가 이 사건의 해결을 맡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갑작스리 등장하는 시라토리가 모든 일을 샤샤샥 해결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재밌었다. 대학병원 의료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도 알 수 있고, 다구치처럼 병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러 환자가 왔을때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따뜻한 의사가 있다는 희망을 조금쯤 가져볼 수 있었으니까. 시라토리가 마지막으로 다구치에게 조언했던 말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이처럼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것이 없다. 나쁜 일이든 좋은 일이든 우리들은 극단으로 과장해서 보는 경향이 있으니까. 시라토리의 활약이 펼쳐지는 다른 책들이 또 있다고 하니 이 어찌 아니 반가울쏘냐. 당장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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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11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읽었어요!! 근데 다른 이야기는 너무 큰 기대는 말고 쪼콤만 기대하세요ㅋ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요^^;

스파피필름 2011-04-11 22:32   좋아요 0 | URL
그렇지 않아도 나이팅게일의 침묵은 평이 별로 더라구요.. -_- 그래도 시리즈는 다 읽어야한다는 강박때문에;;;
 
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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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내 수첩의 첫장에는 알 수 없는 것을 생각할 것인가, 알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것인가,라는 문구를 적어놓았었다. 아마도 노래가사였지 싶은데.. 이 소설에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애덤,마고,보른의 이야기에서 친구 소설가의 이야기로, 애덤과 그윈의 이야기로, 세실과 보른의 이야기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더니 동시대를 꽤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며 살아가지만 누구나의 인생은 다르게 그려진다. 진실도 알 수 없다. 애덤과 그윈의 근친상간은 사실인가? 보른은 흑인 소년을 정말 죽인 것인가. 보른은 비밀첩보요원인가..  

폴 오스터는 제목 그대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최대한 보이게 하고자 노력한 것 같다.(독자들이 무엇을 보았는가는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의 다른 소설들에서처럼 시점의 변화를 통해 관점을 달리하며 서술하는 노련함을 보이면서.. 얇은 책 속에 한 사람의 일대기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세부적인 심리묘사 또한 맘에 든다. 나는 폴 오스터의 소설들에 나오는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언제나 끌리는 법이니까.. 그러다가 이런 문장을 만나면 내가 왜 그의 소설을 계속 찾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 후 3일 동안 그는 착실하게 침묵을 지켰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점차 고독 속에서 다소 강해져 가는 자기 자신을 느끼기 시작했고, 마치 스스로에게 부과한 이런 단련이 어떤 면에서 자신을 고상하게 만들어 한때 희망했던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게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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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객 을유세계문학전집 20
헤르만 헤세 지음, 김현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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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으로 난 길은 좌로도 우로도 나 있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 속으로 나 있다. 그곳에만 신이 있으며, 그곳에만 평화가 있다.-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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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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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사회적 지위, 체면을 버리고 엉뚱한 행동 나아가 악한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할 것이다. 내가 일관되게 나라고 보여지는 그 모든 허울을 벗어던질수만 있다면, 이런 답답한 삶을 살지는 하지는 않을텐데.. 라고.. 말이다. 지킬박사는 그래서 하이드로 변할 수 있는 약을 만들었다. 하지만 하이드로 변해 악한 행동을 하고 나서도 지킬박사의 양심은 없어지지 않았다. 죄책감과 악한 행동의 매혹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은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나의 일관된 자아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어쩌면 사회적인 통념이 아닐까. 누구나의 마음속에는 천의 모습이 있으니 말이다.  

오늘 아침에 페이퍼로 법구경의 구절을 옮기면서 내가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순간 내 마음속의 하이드가 튀어나와 나를 힘들게 만들테니 말이다. 하지만 마음 속의 하이드를 없애야만 한다는 것도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될까. 소설은 의혹심을 증폭시키면서 아주 흥미롭게 서술되고 있다. 인간의 이중성이야말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아닐까. 그럼에도, 그런 흉악한 하이드일지라도 그런 내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보살펴야 할 사람이 나 뿐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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