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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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고 있노라면 어딘가 모르게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이었지 싶다. 그래서 마커스와 같이 울분을 토하게 된다. 황인숙의 <강>이라는 시에서처럼 아무도 없는 강에라도 가서 내 속에 쌓여있는 울분을 토해내고 싶다. 우리의 몸에 온갖 경로를 통해 쌓이는 중금속처럼 울분 또한 나의 삶을 좀 먹는다. 주기적으로 어떤 방법으로든 정화시키지 않으면 분노의 찌꺼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꽃다운 나이 스무살도 되지 않아 마커스는 삶이 제멋대로 부리는 조화로 생을 마감한다. 어쩌면 아버지의 말대로 조금 더 조심을 하며 살았더라면 그가 꿈꾸었던 변호사의 삶을 살다가 은퇴하며 두 부모를 모시고 노후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소하고 하찮은 선택의 순간들이 우리에게 내주는 삶이라는 길은 결코 녹녹치 않다.  

정육점을 하는 부모의 아들, 그 집을 떠나고 싶은 스무살, 막상 집에서 아주 먼 곳으로 도망쳐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의 문제들.. 자살을 시도했던 여자친구, 믿고 싶지 않은 신념을 강요하는 학교는 마커스의 생을 좀먹게 했다. 소설에는 기숙사에서 방을 계속 옮기는 모습이 나온다. 그는 왜 정착하는 곳마다 갈등을 일으키는 것인가. 한번도 분노하지 않고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온 그 인데 말이다. 오, 삶이며, 자네의 뜻대로 나를 어디론가 몰고 가려하는가. 그 보이지 않는 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수시로 내 안에 쌓인 울분을 없애는 것만이 예방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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