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의 간주곡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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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야 했다. 삶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 모든 것에. 그런데 무엇을 위해? 그러니까, 더는 척하지 않기 위해, 삶의 주체가 되기 위해,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강해지기 위해, 잊기 위해. 마침내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두 눈의 물기는 말라 있었다. p.159

 

르 클레지오의 책 중 첫번째 읽은 이 책. 아름다운 문장들에 빨리 읽을 수가 없었다. 르 클레지오가 이런 작가였다니.. 나는 이제서야 안 것이다. 가정 불화, 책임감없는 아버지. 그렇게 특이하달것 없는 유년시절의 고통을 안겨다주는 다소(?)보편적인 설정이다. 물론 다른 요인들도 에텔이 어른으로 자라나는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 부분에 내가 몰입되는 건 나의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어른이 되면 척하지 않고,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가.. 그런데 어른이 되고 보니 오히려 더 척해야 하고, 더 삶의 주체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중요한 사람이 되는 건.. 글쎄 내 주위의 몇 사람에게만 중요한 사람이면 되는 것 같다. 강해지고 싶은가? 이건 맞는 것 같다. 감정적으로 강해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텔의 말처럼 모든 것을 쉽게 잊고 새출발할 수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다른 르 클레지오 작품의 총망라라고 하는 이 작품을 작가는 한국에서 썼다고 한다. 소설의 첫부분에 허기에 대한 묘사가 등장한다. 그 허기의 경험이 우리네 부모들이 경험했을 법한 것 같아 뼈속 하나하나 느껴가며 읽었다.

이 책은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억척스럽게 유년기를 지나 어른으로 도약하는 에텔의 성장과정을 보며 나의 성장과 비추어 보고 내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과 견주어봤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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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hug! 아프리카
김영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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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희PD의 이미지 때문인지 착한 사람의 착한 책같다는 생각이 든다. 2009년도에 휴식차 아프리카에 갔다온 짤막한 글들의 모음이다. 사진 곳곳에는 본인의 모습이 인심좋은 아저씨 마냥 들어가있다.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그저 우리와는 너무 먼 나라라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기아나 낙후된 생활터전, 천혜의 자연환경 정도가 떠오른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에서도 동양인 여행객에게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뜯어낼까 혈안이 되어있는 아프리카인들의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 책이 재밌는 건 그의 그림과 예쁜 글씨가 한몫을 하기 때문인데 그 수준이 삽화가를 해도 될 정도다. 게다가 기록하는 꼼꼼함이 그의 직업을 말해주는 듯하다.

사하라 사막의 곱고도 붉은 모래를 가져와 아버지의 제사에 쓰이는 향을 꽂는 모습에 조금 짠해지기도 했다. 나도 사막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사막이라면 사하라 정도는 가줘야할텐데... 아프리카로 떠나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어쨌든 이 책은 재밌었고 나에게 검은 대륙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미지는 선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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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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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읽기를 먹는 것에 비유하자면 이 책을 읽은 것은 거친 음식을 꼭꼭 씹어먹듯 읽었다 함이 맞을 듯하다. 이 소설에 비교하여 다른 소설을 읽은 것들은 마치 소화되기 좋도록 어느 정도 다져져 별로 힘들이지 않고 꿀떡꿀떡 읽었다고 해야할까. 이 소설의 첫만남은 그렇게 서걱서걱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 탄력을 받으니 문장의 맛, 리듬이 되살아나 사람들의 대화를 속으로 중얼거리게까지 하였다. 태어나 자라난 고향 마을의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이야기를 전한다. 이야기 하나는 곧 인물 한 명인 샘이다. 특징적인 인물들이 눈앞에 그려질 정도로 리얼한 삶의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재밌고 아련하다. <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이런 디자인의 시리즈들.. 범생이와 같은 외모에 읽을 구미는 별로 안주지만 하나씩 도전해봐야겠다. 이인성의 소설이 다음으로 눈에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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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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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고 이토록 지리멸렬한 삶을 바꾸고 싶은가. 이 책의 제목대로라면 이러한 욕망을 가진 자들이 이 책을 집어들 것이다. 하지만 근 십년 넘게 책을 열심히 읽어온 내가 내린 결론은 책이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해주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오히려 삶은 그 상태로 늘 그자리에 있어왔고 그 삶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변했다고 할 수 있겠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을 내식대로 표현한다면 인생의 사사건건의 의미를 알게 해줬다는 것이다. 그렇다. 인생은 늘 있어왔다. 중고등학교를 다닐때도. 이팔청춘일때도. 생의 의미를 하나둘씩 깨달아가는 삼십대의 지금에도.. 여기에 그 의미를 알고 내 삶에 고마워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데는 책의 역할이 지대했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인생이 집약적으로 묘사되는 어느 책 한권에서 나는 사르트르가 말한 '인간의 대표자'가 되어 이야기속의 삶이 곧 내 삶 일수도 있겠구나라는 일치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이란 고질병"을 앓고 있는 우리이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인간의 대표자"라는 사르트르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렇기에 내가 겪었던 실패, 좌절, 수치스러움이 나만 겪는 치명적인 상처가 아니라 인간이기에 보편적으로 겪는 경험이라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가 만약 책 한권을 쓴다면 나는 이 책과 같은 글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읽은 책의 문장이 우리의 삶의 한 단편들과 연결되는 그런 희열을 한번 맛보고 싶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의 저자에게 시기어린 눈빛을 보냈지만 또 내가 모르던 책들을 연결시켜주었으니 이 보다 고맙기도 어려운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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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책을 사는 속도가 책을 읽는 속도를 앞지르곤 하지만, 요즘이 정말 최고인 것 같다.

일단 요즘에 동시에 읽고 있는 책들을 늘어놓아보자면

<관촌수필>, <마크트웨인 자서전>

망구엘 <책 읽는 사람들>, 고미숙의 <동의보감>,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읽기>

 

그리고 대기중인 책들도 10권은 되는 듯.. ㅠㅠ

각각이 모두 재밌는 책이나 조금씩 이책저책 읽다보니 진도도 안나가고 정신 없기 일수다.

 

책을 사는 이유는 언제나 늘 다양했지만 요즘은 마치 나 자신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지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4,5천원짜리 커피도 거리낌없이 사먹는데 책 한권 정도 하는 것 쯤이야.. 그러니까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변명(?)

연말이고 날도 춥고 웬지 모를 센치함이...

사람들을 멀리 하고 싶은 연말증세(?)를 느끼며 책 속으로 도피하고자..

해야 할일들을 당장 하기 싫어서 이 책 저책에 집적대기..

한 때 한번 읽었던 책들을 문득 다시 읽고 싶고, 또 소장하고싶은 욕구가 스믈스믈... (한때는 가지고 있던 책들을 버리려는 욕구가 일더니만...)

 

등등.

음미하며 읽기는 커녕 무슨 일인냥 독서를 하고 있는 요즘의 넋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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