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오기 전에는 우울했다. 한동안 비가 계속 내릴 것을 생각하니.. 딱히 활동적이지도 않은데 무언가 거대한 시즌(?)을 앞두고 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나보다. 막상 비가 시작되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비는 오락가락 하루종일 내린다.

 이런 날들에 나는 새 책을 못 읽겠는 병에 걸려버렸다. 읽었던 책만 읽고 있다. 물론 도서관에서 계속 빌리고는 있다. 반도 못 읽고 반납 중이지만...

 

언제적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냔 말인가. 작년에 나는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사인본까지 챙겼더랬지. 그래서 가지게 된 새 책 다른 사람에게 수없이 선물한 이 책을 수년만에 다시 읽으니..

 

어떤 인생의 정수만을 모아놓은 예스럽고 깊은 사유에 절로 겸손해지는 문장들이었다니.

 

 

 

 

 

 

이 책은 2010년도에 읽었던 책인데, 그 때 힘든 시절에 참 좋은 기억이 있어 다시 읽었다. 그 때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역시 좋구나. 시를 다시 읽고 싶은 마음이 인다.

 

 

 

 

 

 

 

작년에 나를 우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던 <싱글맨>과 얼마전 도서관에서 우연히 득템한 김경의 책.

<싱글맨>은 왜 평점이 낮은지 모르겠다. 다시 읽어도 이렇게 좋은데.. 아마도 고독의 감성을 모르는 사람들일게야 괜한 자부심(?)을 가져본다.

김경의 글에선 나는 왜 가난한 남자들에게 끌리는가,라는 문장이 재밌었다. 가난하면 돈으로 해결되는 것들로 자신을 치장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오롯이 나의 스타일로만 나를 표현할 수 있기에.. 나의 스타일, 취향은 나와 맞는 사람을 감지하도록 해준다. 아직 내가 감지가 안되는 것은 나만의 스타일을 정립(?)하지 못했기 때문? 여튼 이 책, 꼼꼼히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재밌었다.

 

나는 함정임의 에세이와 뭔가 코드가 맞는 것 같다. <파티의 기술>은 제목이 왜 이런지 모르겠지만 후반부에 여행에 관련된 글들이 좋았다. <소설가의 여행법>은 시종일관 좋다. 책들이 계속 등장하기에..

 

 

 

 

 

 

 

 

 

요즘처럼 아무 생각없고, 잠만 자고 싶고, 복잡한 건 엄두도 안나는 무기력한 때 나는 이런 나의 라이프를 심플함이라고 애써 변명한다. 그리하여 발견하게 된 이 책! 제목처럼 심플하고 문장도 깔끔하고, 깊은 여운까지 준다. 의외로 집중해서 읽고 있다.

 

 

 

 

 

 

 

언니의 죽음 후에 1일 1독서라는 프로젝트로 그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다. 삶의 규율로서 독서하고, 이 독서는 도피가 아니라 삶으로 돌아가기 위한 단언이라는 저자의 결심에서 삶에의 의지를 본다. 일상에 대한 묘사가 많아 중간중간 건너뛰며 책제목을 메모하며 읽고 있는데 언젠가 내가 꿈꾸었던 1일 1독을 해내는 저자의 의지에 감탄. 지금쯤 그 아픔 많이 치유되었길..

 

 

 

 

 

 한 여름의 감기라니 일주일째 고생하고 있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말... 감기를 핑계삼아 무기력하게 오늘도 보내고 꿈나라로 가야겠다. ㅠㅠ 그나저나 하루키의 신간은 사야한단 말인가. 잠시 고민.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3-07-08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님, 눅눅한 날에 여름감기로 고생하고 계시군요. 잘 쉬고 나으시기 바랍니다. 책 안 사야되는데 몇몇 책이 또 눈에 드는데 소설가의 여행법,이 가장 끌리네요. 읽은책 다시읽기, 좋은점이 많지요. 실은 하기 쉽지 않지만요. 하루키의 신작소설은 저도 사두고 아직 시작은 안 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

스파피필름 2013-07-08 22:15   좋아요 0 | URL
우힝, 프레이야님 잘 지내시지요? <소설가의 여행법> 좋으니 꼭 읽어보세요. 다른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 좋았어요. <파티의 기술>은 알라딘 평점이 낮더라구요. 전 그래도 별네개 정도는 주고 싶어요. 곧 더워질 여름 건강하게 뜻깊게 보내시구요. 그냥 알라딘에 프레이야님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든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소

 

                                             김 기 택

 

 

소의 커다란 눈은 무언가 말하고 있는 듯한데

나에겐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없다.

소가 가진 말은 다 눈에 들어 있는 것 같다.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수천만 년 말을 가두어 두고

그저 끔벅거리고만 있는

, 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도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인시공 - 책 읽는 사람의 시간과 공간
정수복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떠나온 곳에는 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던 도서관이라는 장소들이 존재한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의 공간들.. 나는 그곳이 참 편안했다. 눈은 책에 고정하고 잠시 생각을 책 속으로 이동시키면 상상만으로도 나는 공간을 바꾸어 이동할 수 있다. 주인공을 내 곁으로 불러오는 것도 가능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고도 나는 불온한 생각을 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지만 사적인 대화가 필요하지도 않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참 사랑했다.

 독서에 관한 에세이치고는 그저 무난한 편이지만 나는 글쓴이의 글에서 오랫동안 공부하고 도서관을 전전한 사람의 묵직한 향내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으로 나는 이 책에서 만족스러움을 느낀다. 장마가 이제 곧 시작이라는데.. 그래서 인지 몸도 마음도 무겁다. 장마가 지나고 나면 땡볕을 무릅쓰고 도서관 순례를 시작해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 - 지구상에서 가장 무모한 남자의 9가지 기발한 인생 실험
A. J. 제이콥스 지음, 이수정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나도 궁금한 것은 많은 편이지만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시도는 고작 네이버에 여쭤보는 것뿐. 그마저도 필요에 의해 검색해 보는 것이지... 하다못해 길도 익숙한 길만 가고 카페도 익숙한 카페만 간다. 서점은 영풍만 가고 물건도 남들이 가장 많이 사는 무난한 것을 고르는 편.

그런데 이 작가는 자신이 궁금한 것들을 실제로 실행해 옮겨보고자 한다. 이 책 외에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통째로 읽어내거나 건강해지기 위해 갖은 수고를 아끼지 않는 노력들은 다른 책들에 나온다. 이 책에서 내가 제일 흥미롭게 읽은 것은 획기적으로 정직해보기를 실천해보는 것과 한가지 일에만 집중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있는 그대로를 상대방에게 말하는 것은 생각과 말의 간극에서 오는 차이를 줄이고자 말을 선별하는데 드는 로드를 줄여준다. 한마디로 대화하는데 있어 거리낄 것이 없는 것인데 상대방이 나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말한다면... 멘탈이 강해야 버텨낼 수 있을 것 같다.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집중하기 위해 이일에서 저일로 전환하는 노력을 줄여준단다. 사실은 인간이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해낸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이일에서 저일로 뇌가 끊임없이 전환중인것... 이 사실을 알았다면 다음부터는 한가지 일에만 집중하도록 노력하자.

마음 먹은대로 실천하려는 것.. 사실 이것이 가장 대단한 것 같다. 귀찮아서 대부분은 생각으로 그치고 마는 법이니까. 조금만 부지런해지고 경험하려 노력하고.. 이것이 나이먹지 않고 늘 신선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선셋 파크의 한 폐가에 여러 가지 이유로 자리를 잡게 되는 영혼들의 이야기다. 설정은 살짝 일본소설의 가벼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만 이 소설을 폴 오스터가 썼기 때문에 좀더 건조하고 서늘하거나 섬세하게 느껴지곤 했다. 젊은이들은 물론 몇달 동안 숙식을 해결하기 위해 몰래 잠입해 살고 있던 집에서 쫓겨났다. 당연한 결과였다. 달라진 것이라면 그런 힘든 인생의 산을 넘어서면서 마음은 좀더 단단해졌다는 것. 인생에 목표점이 없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돌아 가더라도 모든 길에는 의미가 있으므로 앞만 보고 달리지 않아도 된다. 하나의 산을 넘으면 다른 산이 나오기도 한다. 산의 높이도 제각각. 돌이 많은 산도 있고 평탄한 산도 있다.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그렇게 마음이 단단해져가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고 있으므로.

덧) 모리스 헬러 이야기에서 2인칭으로 서술한 부분은 자꾸 신경숙의 엄마.. 소설이 생각났다. 그 소설의 영향이 강했는지 이런 식의 서술을 보이는 소설은 바로 신경숙의 소설이 떠오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