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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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을 읽기 위해 오래전에 읽었던 <노인의 전쟁>을 다시 읽었다. <유령여단>은 전편의 주인공이었던 존 페리가 아니라 제인이 주인공이다. 전편에 아내를 닮아 깜짝놀랐다가 알고보니 죽은 아내의 DNA로 만들어졌던 제인 말이다. 이야기는 상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데 인류를 배신(?)한 샤를 부탱이란 자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소설은 선택의 문제에 대해 말한다. 인간이 정말 육체와 영혼(정신)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부탱의 의식을 이식시키기 위해 디랙이라는 육체가 만들어진다. 아무런 경험이 없이 태어나는 육체는 처음에는 뚜렷한 성격이 나오지 않지만 경험이 축적되고, 기억을 끌어내는 단서들을 조금씩 경험하자 부탱의 의식이 서서히 깨어나게 된다. 디랙은 선택했다. 자신이 비록 인류를 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태어났지만 그런 노예의 삶을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한다.

 물론 이 책에서 나오는 선택이 실존주의자들이 말하는 적극적인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어차피 노예의 삶을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그 노예의 삶을 기꺼이, 할 수 있는 한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의미를 부여하겠다는 정도로 이해된다. 뒷 이야기는 이 재밌는 소설책을 읽어보길 권하며 마지막 3부에서 존, 제인, 조이가 어떻게 만나 해피엔딩이 될지는 읽어봐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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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일리치의 죽음 펭귄클래식 28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은정 옮김, 앤서니 브릭스 서문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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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혹시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그는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들을 하면서 살았을 뿐인데 어떻게 잘못 살 수가 있지?' 그는 이렇게 스스로 반문했고, 삶과 죽음이라는 수수께끼에 대한 유일한 해답인 이 생각을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간단히 결론지으며 그 자리에서 떨쳐 내고 말았다. p.131

이 소설에는 평범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그려져있다. 아니 평범하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훌륭한 점이 많은 사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명예를 얻었고 누구나 꿈꾸는 완벽한 직장생활을 한다. 공과 사를 사려깊게 구분하고 예의바르며 명랑하고 철두철미하다. 그런 그에게 불행한 결혼생활이 찾아온다. 아마 이 불행도 누구나의 결혼생활에서 있을 수 있는 삐걱거림일 것이다. 가정에서 행복을 찾지 못한 이반은 일에 더 열의를 쏟는다. 그리고 병에 걸린다.

 스스로를 누구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자존감 높은 이반은 자신의 병도 예상되는 죽음도 부정한다. 그리고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고 자조한다. 절친했던 동료들 조차도 그의 죽음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내가 잘못 산 것은 아닐까,라는 저 말이 내 가슴을 후벼판다. 잘못 산다는 것이 있을 때는 잘 산다는 것이 있다는 가정이 있어야 한다. 잘 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인생의 중간점검을 해보아야 할 시기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우리 누구나의 죽음과 일맥상통한다. 인간의 보편적인 생이라는 큰 범주안에 나라는 유일성을 어떻게 규정지을 것인가. 인생은 이 물음의 답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과정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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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학시절에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초판이 나왔던 거 같다. 허랑방탕(?)하게 도서관에서 책 읽는 것이 유일한 일거리였던 황금같던 그 시기에 스밀라는 나만 좋아하는 소설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라딘에 와보니 페터 회의 팬이 나만있었던게 아니었다;;; 그렇게 20대 초반의 내 기억속에 그 책은 그런 모습으로 기록되어 있다. 얼마전 알라딘 50퍼센트 세일할 때 왕창 사두었던 책들 중 이책을 새해 들어 읽었는데..  기대를 해서인지 별로다.

 

절대청각을 가지고 있는 광대 카스퍼와 염력(마음?)으로 세상을 움직일수 있다고 믿는 아이들의 이야기인데.. 뭔가 서술이 붕붕 뛰는게 읽기가 편치 않았다. 그런 것이 또 페터 회 소설의 매력이랄수도 있지만 아이들 행동의 동기에 공감이 안되었다.

 

박찬일의 노포 이야기다. 맛집을 찾아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이런 이야기를 읽는 것은 참 좋아한다. 오래되고 소문난 식당의 공통점 직원들이 아주 오래도록 일한다는 것.. 이 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뜨거운 한 입>도 사두었는데 조금 묵혔다가 읽어야겠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 이렇게 재밌어도 되는 겁니까? ㅠㅠ (노벨문학상은 작가에게 주는 상이니 수상작이라 말하는 것이 맞지 않는 것이겠지?)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찾아가는 이야기..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정말로 거리 이름이네.. 다 읽고 나서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고 싶었던 소설이다.

 

 

 

 

 

 

 

 

요즘 아침마다 한 꼭지씩 정성들여 읽고 있다. 수첩에 베껴적으며 헤세는 언제나 좋구나,라며 감탄한다. 이렇게 맑고 곧은 글이 정신적인 충족감을 줄 때, 독서하면서 참으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함정임의 식도락(?)에세이다. 읽는 내내 유럽여행가고 싶어 근질근질. 마음이 싱숭생숭할 정도로 좋다. 여행도 누구나 할 수 있고, 맛있는 것 누구나 먹을 수 있지만 이것들을 버무려 잘 써내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면에서 아주 부럽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음의 길을 갈 때,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는 쪽을 택할 때,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꿈이 좌절됐다는 것을 깨달았으면서도 꿈에 대해서 한번 더 말할 때, 우는 얼굴로 어둠 속에 서서 뭔가 다른 좋은 생각을 하며 억지로 미소를 지을 때, 바로 그때 이 우주가 달라진다는 말. p.256

 

소설 작법에 대한 글인데 소설을 쓰지 않아도 도움이 될 만한 말이 많이 나온다. 나도 작가를 따라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기필코 읽겠다고 포스트잇으로 매일 읽을 분량표시를 해두었지만 1월 22일인 지금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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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 -하 을유세계문학전집 2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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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산>을 세 달여에 걸쳐 읽었다는데 우선 후련함이 느껴진다. 재미없는 것은 아니었는데 늘 그렇듯이 읽고 싶은 신간들이 중간에 끼어들어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해를 넘기지 않으려 했으나 2015년이 밝은지 삼일이 지났다. 숫자라는게 무어그리 작년과 올해라는 시간을 구분짓는 것인지..

사실 이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한스 크리스토프라는 젊은이가 마의 산에 위치한 한 요양원에 사촌을 만나기위해 우연히 들렀다가 우연히도 결핵을 발견하고 어찌어찌 머물다 보니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요양원에서의 무료한 시간들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하고 산 아래 세상과 점점 단절하게 만든다. 요양원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법, 아픈 사람들의 일상이 집요하게도 묘사되는데 한스의 하루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산 아래 살고 있는 나조차도 그 세계에 살고 있는 양 현실 감각을 잃게 되는 묘함이 느껴진다. 하권까지 합해 사분의 일 정도를 남겨두고 사촌 요아힘도 세상을 뜨고 한스의 스승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도 자살등으로 떠나고.. 요양원의 사람들은 하나둘 제정신이 아니게 되는데.. 그 와중에 전쟁이 나서 산 아래로 내려오는 한스의 운명이란.. 책의 말미에는 한스를 두고 인생의 걱정거리 녀석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한스에게 발견된 새로운 병은 어찌 치료할 것인가. 아픈 몸으로 전쟁에 나간다고.. 그야말로 한스의 생사를 우리는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다. 그것마치 우리네 인생처럼 말이다. 공기가 희박한듯 설원이 펼쳐져있는 배경 속의 요양원을 떠올리며 나는 담요 하나만 덮고 한데에서 안정요양을 하는 사람들을 그려본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사실 끝까지 이해는 안되었지만 그저 가련한 우리 인간들, 내 한치 운명도 내다볼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픈 마음이 든다. 새해벽두부터 조금 우울한 결론이겠으나 전쟁에 나간 한스가 흥얼거렸던 노래

가지에 새겨 놓았노라,

수많은 사랑의 말을-

그저 읊조린 그의 노래에서 아주 조그만 희망이라도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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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철학적인 순간 - 자전거 타기에서 첫 키스까지, 학교에서 이사까지 내 인생의 20가지 통과의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남경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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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에는 살면서 겪게 되는 20가지의 통과의례가 나온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20가지가 아니라 18가지가 될 수도 있다. 인상적으로 느껴진 것은 요즘 수능시험이 치러져서 그런지 시험이라는 꼭지와 이제 나도 중년에 접어들고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중년의 위기 부분이었다. 재밌게 보았던 <꽃보다 누나>라는 프로그램에서 윤여정씨가 나도 68세는 처음이라고 말한 부분이 생각난다. 보편적으로 보면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생물의 한 예일 뿐이다. 누구나 태어나서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대게는 비슷한 통과의례들을 거치며 죽음에 이른다. 다양한 감정에 휩쓸리면서도 중심을 잡고 소중한 의미들을 발견해내려는 노력들이 살면서 더욱 중요하게 느껴진다. 그 의미를 내가 발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철학자의 도움을 받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몸은 노화하여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그 반대로 얻어지는 소중한 것들이 더욱 많기를... 지혜로워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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