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구판절판


개들의 공부가 여기서 다 끝나는 것은 아니야. 개 노릇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아. 여기까지는 기초에 불과해. 더 중요한 공부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무엇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무엇이 사람들을 괴롭히는지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야. 아주 어려운 공부지. 말하자면 눈치가 빠르고, 눈치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야.

신바람은 개의 몸의 바탕이고 눈치는 개의 마음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 사람들은 남의 눈치를 잘 보는 사람을 치사하고 비겁하게 여기지만 그건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해. 사람들도 개처럼 남의 눈치를 잘 살펴야 해. 남들이 슬퍼하고 있는지 분해하고 있는지 배고파하고 있는 외로워하고 있는지 사랑받고 싶어하는지 지겨워하고 있는지를 한눈에 척 보고 알아차릴 수 있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말이야.

마음이 재빠르고 정확해야 해. 그래야 남의 눈치를 잘 살필수가 있어. 남의 얼굴빛과 남의 마음의 빛깔을 살필 수 있는 내 마음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부드러운 마음이 힘센 마음인 거야.-27쪽

나에게는 현재의 주인이 영원한 주인이다. 주인이 가끔 바뀔 수가 있는데, 어떻게 지금의 주인이 영원한 주인일 수가 있겠느냐고 묻는 사람들은 개의 마음을 모르는 바보들이다. 개에게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현재일 뿐이다. 그래서 주인이 바뀌어도, 지금의 주인이 영원한 주인이라는 말은 개들의 나라에서는 맞는 말이다.
'영원'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인데, 개들의 나라에서 '영원'이라는 말은 한 주인 곁에 끝까지 눌어붙어 있다는 뜻이 아니라, 사람인 주인을 향한 마음이 '영원'하다는 뜻이다.-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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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림의 싱글맘 스토리
신현림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신현림시인의 신간이다. 혼자 아이를 키우며 어려웠던 그 간의 고통과 마음씀씀이가 나와있다. 나는 결혼도 않했으니 그냥 아직은 마음만 싱글인 자 이다. 읽는 내내 그녀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런 말이 나온다. 착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관계를 빨리 접을 수록 좋다고. 지금의 내 심정과 매우 통하는 말인지라 한참을 생각했다. 아름답지도 게다가 착하지도 않을 바에는 서로에게 무엇보다도 나에게 해가 되는 일을 터이다. 짧은 인생 사랑하고 따뜻한 맘으로 살기에도 벅찬데 서로에게 해를 주는 관계는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머리로는 똑똑하게 생각하다가도 가슴은 늘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 같다.

늘 무언가를 배우는 시인 그리고 늘 깨어있으라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다니라고 시인은 내게 말한다. 그녀의 책들을 접할 때마다 나는 참 많은 자극과 위로를 얻는다. 그녀가 딸 서윤이가 부디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 가까이 있다면 그녀가 일할 때 내가 서윤이를 봐줘도 좋으련만 ^^

마음이 싱글인자, 그리고 착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관계에 힘들어하고 있는 자, 그리고 홀로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사람들이 읽으면 참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사생활일수도 있는 일을 책으로 공개한다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 박수는 어쩌면 나를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자, 툭툭 털고 일어나서 씩씩하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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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6-05-0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착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관계를 빨리 접을 수록 좋다는 말. 저도 읽으면서 공감했어요.
신현림 시인 많이 좋아하시나봐요. "가까이 있다면 그녀가 일할 때 내가 서윤이를 봐줘도 좋으련만 ^^" 님의 마음만으로 큰 힘이 될꺼예요.^^

스파피필름 2006-05-07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수선님 반가워요.. ^^ 신현림시인 글들이 다 그렇잖아요.. 씩씩하게 열심히 살아라.. 제가 늘 그러고 싶거든요.. 수선님 글들 늘 잘 읽고 있어요.
 

기운

정현종

내가 기운 없어 보일 때는
기운이 없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기운을 내지 않는 거라고
나는 옆에 있는 사람한테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낼 필요가 있을 때는
무슨 기운이든 기운을 냈다)
듣는 사람은 의아해했으나
정령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호랑이들도 만족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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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바다 이야기
마르틴 발저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조원규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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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이다. 예전에 책그림책이라는 책을 먼저보고 그림들이 참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던 작가였다.

살면서 홀로 외로이 자신과만 대화할 수 있는 그런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생활에 파묻혀 자의이건 타의이건 그것이 좋건 나쁘건 사람이란 타인들에 의해 둘러싸여 있게 마련이다. '자신'에 대해 '자아'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것조차 잊고 살아가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

책속에서 나는 해변을 달리는 사람을 본다. 석양에 달리는 사람의 그림자에서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내 자신과 온전히 만나는 일, 혹은 내 자신을 실험하는 일. 끊임없이 탐구하고 한편의 영화로 한편의 소설로 만들어지는 일. 그 모든 일이 너무 값지다. 이 책은 그런 것을 한번쯤 생각해보도록 한다. 고요하게 말을 걸어온다. 내가 빨리 읽고 오늘 집에와서 엄마 에게 이 책을 한번 보라고 했다. 그림이 많고 글자도 적은 책을 한쪽 펼쳐보고 엄마가 계속 소리내어 읽으신다. 근데 이게 무슨 소리지. 엄마는 잘 이해가 안가는데 라고 아이같은 말씀을 하신다. 엄마 나도 실은 잘 이해가 안가. 그냥 자기 마음대로 상상하는 거야. 원래 책읽기란. 가끔 엄마가 소녀 아니 아이같이 느껴질때가 있다.

그래, 이런 책이 이해가 안되어도 뭐가 문제랴. 생활이 삶이고 체험이고 숨소리이면 되는 것을.

앗! 이 서평은 앞뒤가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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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만필
황인숙 지음 / 마음산책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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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숙만필을 읽는 내내 나는 내가 아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다 읽고 나서 생각했다. 아 다행이야. 황인숙의 나이에도 이렇게 세상살이가 재밌는데 나는 그 나이가 되려면 15년도 더 남았잖아!

표지의 황인숙의 사진은 긴 머리에 조금만 부스스한 듯한 퍼머머리이다. 어딘가를 넋놓고 응시하는 듯한 이 표정이 나는 너무나 맘에 들어 읽는 내내 자주자주 쳐다보았다. 정말 작가 같은 생김새와 왠지 보고만 있어도 그녀의 시에서 읽었던 톡톡 튀는 생생한 단어들이 보이는 듯 했다.

책 뒷 부분에 친구인 고종석의 글이 또한 예술이어서 아, 정말 끼리끼리 노는 거 맞잖아! 했다.
그렇다 기품있는 사람들끼리는 기품있는 친구가 되나 보다.

아, 나도 기품있게 살고 싶다.
가난이 스스로를 남루하게 만들지 않는 그렇다고 그것에 자부심을 갖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무관심한 그런 인간이 세상이 어디 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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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주위 사람들에게 발견한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의 몇 가지 공통점.
겨울에 태어났다는 것, 유소년 시절을 복되게 보내지 못했다는 것, 성질이 온순하다는 것,
의지가 박약하다는 것, 샛길로 잘 빠진다는 것, 참을성이 없다는 것, 옷을 두텁게 입지 못한다는 것......


나도 추위를 굉장히 잘타는 데 이제는 한술더떠 더위까지 잘 타는 것 같다.
딴 건 잘 모르겠고 성질이 온순하고 유년시절이 복되지 않았다는 건 맞는 것 같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정말 싸구려 천으로 만든 교복때문에 얼마나 추웠던지. 아 생각만 해도 너무 추웠다. 내 다리가 이렇게 두꺼워진 이유는 너무 추워서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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