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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뮈리엘 바르베리의 소설 '맛'을 작년에 매우 감명깊게 읽었었다. 아마도 이 책이 내가 읽은 이 작가의 첫 책이었다면 나는 아마 다소 실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맛'에서도 그랬듯이 특별한 줄거리는 없지만 철학적 사유가 녹아든 한문장 한문장을 음미하며 이 소설을 좋게 읽었다. 좋게 읽었다는 것은 물론 재밌게 읽었다는 것과는 다르다. ㅋ
나는 우아하다라는 형용사를 좋아한다. 우아한, 기품있는 삶을 지향하는지라 (물론 실생활은 우아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이 작가가 말하는 삶의 우아함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한때는 우아한 건 흰 커피잔에 커피를 담아, 꽃무늬 식탁보가 깔린 탁자에서 책을 보며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친구들과는 지적인 대화를 나누고 문화, 예술, 철학을 넘나드는 대화를 하되 돈이나 재테크와 같은 속물적인 대화는 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2,3년 사이에 나는 우아함의 정의를 다시 내리게 되었다.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으되, 유치하고 장난스러운 농담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커피마시기를 좋아하지만, 감자탕, 막창도 맛있게 먹고, 부나 학력과 상관없이 마음으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삶이야 말로 우아한 것이라고 말이다. 우아함의 정의를 다시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다르게 보였고, 더 많은 사람들의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아파트 수위아줌마와 12살 짜리 꼬마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광경은 흔치 않을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꼬마가 수위아줌마를 만나 인생이 조금 변화된다는 별 것 아닌 내용이지만, 나는 이 책에서 내 인생의 우아함을 유지하기 위해 가져야할 태도들에 대해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고슴도치는 되고 싶지 않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시를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보다는 들에 핀 꽃처럼 여려보이지만 강인함 생명력을 가진 그런 따뜻한 존재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