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를 깨운다

 

                                                      황인숙

 


 

슬픔은 분명 과로하고 있다
소리없이 나를 흔들고 깨어나는 나를 지켜보는 슬픔은
공손히 읍하고 온종일 나를 떠나지 않는다
슬픔은 잠시 나를 그대로 누워 있게 하고
어제와 그제 그끄제 그 전날의 일들을 노래해준다
슬픔은 책을 펼쳐주고 전화를 받아주고 세숫물을 데워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식사를 하시지 않겠냐고 권한다
나는 슬픔이 해주는 밥을 먹고 싶지 않다
내가 외출을 할 때도 따라나서는 슬픔이
어느 결엔가 눈에 띄지 않기도 하지만
내 방을 향하여 한 발 한 발 돌아갈 때
나는 그곳에서 슬픔이
방 안 가득히 웅크리고 곱다랗게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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