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브 

                                                  신현림 

 

    이 가을에 마악 내리는

    눈으로 빚는 송편

    천사의 손톱같고 샤갈의 빠렡같은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건넬

    선물 속에

    보리빵보다 따스한 송편이 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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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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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만에 손에서 도저히 끝을 보기전에 놓을 수 없는 책을 읽었다. 공지영의 사생활이 거의 그대로 씌여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 역시 자신의 다른 글들과 같은 하나의 글일 뿐이라고 했다. 인생이 소설같다고 했는데 정말 그녀의 인생이 소설이 되었다. 객관적인 상황으로 보자면 어떻게 이렇게도 가족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 소설속의 인물들은 그 가족내에서 따뜻하고 말랑하게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었다. 엄마의 모습이 좀 철부지 같고 쿨해서 그런 것인지 대조적으로 첫째 위녕이 어른스럽게 느껴졌다. 엄마와 딸의 모습을 그리며 우리 엄마를 생각하고 또 내 자신을 생각했다.

 우리 집은 즐거운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소설에서 가족은 베이스캠프와 같다고 했다. 특별할 것 없지만 늘 뒤에 안전하게 있어서 탐험을 나가는 바탕이 되어주는 베이스캠프. 지치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위안인가. 사회가 바뀐 만큼 가족이란 개념도 다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보고 이 땅에 정상적이지 않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가족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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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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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방범을 지난 겨울 아니 지지난 겨울인가에 읽었다. 미야베미유키의 책이 처음이어서 엄청 놀라며 엄청 재밌게 읽었었다. <낙원>에는 그때 나왔던 여기자 시게코가 나온다. 모방범의 사건이후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모방범>에서 나왔던 시게코가 9년이란 세월을 잘 지내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웬지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우리사회에서도 그렇듯 아무리 잔혹한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진다. 언론에서 떠들어대지 않으면 결국 남겨진 피해자들만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게 된다. 작가는 <모방범>에서 등장시켰던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어 그간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조근조근 얘기해준다. (그렇다고 모방범을 반드시 읽어야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친언니를 죽인 자신의 부모를 이해해야하는 세이코가 아마도 이 소설의 핵심인물일 것이다. 부모로부터 어떤 구차한 변명도 듣지 못하는 세이코는 시게코와 도시코를 만나 자신의 고통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스스로 치유하기 시작한다. 따뜻한 마음씨의 도시코와 같은 인물을 등장시켜 이 사회는 아직 믿을 수 있는 진실된 사람이 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 미야베미유키 소설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미야베미유키는 항상 사건의 복선으로 숨길 수도 있는 부분을 늘 친절히 설명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같이 추리소설을 잘 못읽는 사람에겐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리하여, 세이코는 자신의 낙원을 찾았을까. 아무리 혈연관계일지라도 그 사람을 내 인생에서 제거하지 않으면 도저히 행복해 질 수 없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결단을 내릴까. 형제나 혹은 부모와 연을 끊는다는 것을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서그런지 그런 상황이 이해 가는 부분도 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그 누구도 자신의 인생이 불행해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어떤 고통앞에서 그 고통이 두려워 피하기 보다는 그 고통을 정면으로 파헤치는 과정을 거친다면 오히려 스스로를 더 잘 일으켜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낙원은 그 누구에 의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다양한 분야(가족관계, 사랑, 일, 건강 등과 같은)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언지 정하고 그 이외의 부분에서 채울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이 소설에서 나는 그런 용기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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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어라 - 눈 푸른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이 던지는 인생의 화두
현각.무량 외 지음, 청아.류시화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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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사람은 이 세상이라는 '현실'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속에 살고 있다는 말을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 이것봐라 한문장을 쓰면서도 생각이라는 말을 또 하고 있다. ㅋ)

 외국인 출가 수행자들의 법문을 모은 이 책을 소중히 들고 다니면서 아껴 읽었다. 만난 친구에게 이 책 너무 좋아라고 외쳤다. 너무 오버하다가 <공부하다 죽어라>를 <죽도록 공부해라>로 바꿔 말하기까지.

 그런데 말이지. 이런 역설은 정말 처음이다. 우리는 자라면서 내 자신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교육받는다. 특별히 그런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기중심적이된다. 즉, 이기적이 된다는 말이다. 자기가 소중하다는 생각은 자기존중감을 키워주고 자신감을 길러주며 생활의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자기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때문에 모든 고통이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만이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게 되고 나아가 해를 입히기도 한다. 평범하고 일시적인 행복에 집착하게 되면서 갈망을 키우게 되고 그 갈망을 채우지 못해 더욱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바로 이 생각부터 없애야 한다고 한다. 자아가 공함을 깨닫는 지혜, 스스로의 구체적인 존재가 실제로는 비존재임을 깨닫는 일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러한 수행을 거듭하다보면 나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 최우선이 아니라 타인의 행복을 생각하게 되고, 자비심을 기르게 되어 궁극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장난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의 고통이 찾아올 때 마다 고통을 받는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문을 외웠다. (사실 이 방법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_-) 고통의 원인을 제거할 것이 아니라, 고통을 받고 있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나의 업을 정화시키는 수행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고통이 조금이라도 완화되었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역시 이 표정(-_-)을 지을 것이다. 그러나, 삶에 힘든 순간이 찾아올 때마다 나는 밑줄이 여기저기 쳐진 이 책을 조용히 꺼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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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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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영옥의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를 읽었다면, 작가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많이 중복되어서 나온 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잡지사 기자인 서른 한살 서정이의 직장 생활 분투기 정도 되려나? 옷! 내가 좋아하는 서른 한살 오은수와도 동갑이다. (아니지, 달콤한 나의 도시가 나온게 몇년 전이니까 은수는 이제 서른세살쯤 되었으려나 ㅋ)

 그런데, 어쩐지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설정들에 별 신선함을 못 느끼겠다. 은수의 이야기가 처음이라 신선했다면 서정이의 이야기는 이미 접한 듯한 착각을.. 게다가 중간에 주방에서 일하게 되는 설정은 <앗, 뜨거워>와 <혀>가 연상되었다. 방금 인터넷에서 따끈하게 올라온 것 같은 문체는! 세시간정도 킬링타임용으로 부담없이 읽기에 딱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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