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 2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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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방범을 지난 겨울 아니 지지난 겨울인가에 읽었다. 미야베미유키의 책이 처음이어서 엄청 놀라며 엄청 재밌게 읽었었다. <낙원>에는 그때 나왔던 여기자 시게코가 나온다. 모방범의 사건이후 9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모방범>에서 나왔던 시게코가 9년이란 세월을 잘 지내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웬지 나도 모르게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우리사회에서도 그렇듯 아무리 잔혹한 사건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진다. 언론에서 떠들어대지 않으면 결국 남겨진 피해자들만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게 된다. 작가는 <모방범>에서 등장시켰던 인물들을 다시 불러내어 그간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조근조근 얘기해준다. (그렇다고 모방범을 반드시 읽어야만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친언니를 죽인 자신의 부모를 이해해야하는 세이코가 아마도 이 소설의 핵심인물일 것이다. 부모로부터 어떤 구차한 변명도 듣지 못하는 세이코는 시게코와 도시코를 만나 자신의 고통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스스로 치유하기 시작한다. 따뜻한 마음씨의 도시코와 같은 인물을 등장시켜 이 사회는 아직 믿을 수 있는 진실된 사람이 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이 미야베미유키 소설의 특징이 아닐까 싶다. 또, 어떻게 생각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는데 미야베미유키는 항상 사건의 복선으로 숨길 수도 있는 부분을 늘 친절히 설명해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나같이 추리소설을 잘 못읽는 사람에겐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리하여, 세이코는 자신의 낙원을 찾았을까. 아무리 혈연관계일지라도 그 사람을 내 인생에서 제거하지 않으면 도저히 행복해 질 수 없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결단을 내릴까. 형제나 혹은 부모와 연을 끊는다는 것을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도 나이가 들어서그런지 그런 상황이 이해 가는 부분도 있다.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다. 그 누구도 자신의 인생이 불행해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어떤 고통앞에서 그 고통이 두려워 피하기 보다는 그 고통을 정면으로 파헤치는 과정을 거친다면 오히려 스스로를 더 잘 일으켜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낙원은 그 누구에 의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삶의 다양한 분야(가족관계, 사랑, 일, 건강 등과 같은)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언지 정하고 그 이외의 부분에서 채울 수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이 소설에서 나는 그런 용기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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