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ㅣ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평점 :
홀로 사는 즐거움에 소개되어있어서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걷기'라는 행위에 대한 예찬이다. 제목 그대로.
걷기가 몸에 좋으니 걸어라 내지는 이렇게 걸으면 좋다 가 아니라
걷기 라는 행위가 가지고 있는 의미, 문학속에서 찾아지는 걷기 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별한 목차 없이 조금 굵은 글씨로 작은 소제목이 달려 있고 그 아래에 그에 대한 예찬이
펼쳐진다. 걷기, 첫걸음, 침묵, 움직이지 않고 오래걷기, 사회를 빗겨가는 길, 듣기..
이런식으로 쭈욱 나열되어있다. 읽고 있노라면 마치 걷기 라는 행위 자체가 아주 신성한
종교의식 처럼 여겨지게 된다. 인간이라면 가장 기본적인 행위일텐데 이런 일에
그런 예찬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존경스럽고 경이스럽다.
이 책을 약 2주에 걸쳐 아주 천천히 읽었는데 그 때 이틀정도 학교 운동장까지 걸어간 적이 있다.
초겨울 바람에 땅을 꾹꾹 밟으며 내 숨소리를 들으며 내 생각을 그리며 걸어갔는데
정말 저 숨겨진 곳의 나를 만나는 듯 했다. 아마도 이런 기분으로 저자는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저자는 보통 사람은 잘 못해보는 여행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의도적으로 걷기 위한 여행을 사서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일상속에서 나마 혼자 걷는 시간을 많이 갖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 맞다 홀로 걷는 부분에서 나도 많이 동감 했던 것 같다.
걸을 때는 홀로 걸어야 한다 정말...
앞부분에서 문학작품에서 나오는 걷기에 대한 인용이 재미있다.
나는 이런 류의 다른 작품에서 비슷한 주제 상황들을 모아놓은 책들을 특히나 좋아하니까 ^^
두 다리가 멀쩡하고 걷기를 좋아하는 것에 잠시나마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
걷기는 몸속에 간직된 주름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지난날 리우 데 자네이루, 리스본,
혹은 로마의 거리들을 걸었듯이 오늘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캘커타 혹은 봄베이의 거리를
바지가 땀에 흠뻑 젖도록 끝없이 걷는다. 오직 한 가지 권태가 있다면 그것은 몸의 권태라기보다
어차피 다 채울 길 없는 호기심의 권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어떤 도시에 대한 참다운 인식은
오직 육체를 통해서만, 기분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거리를 걷는 걸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 터이다.
# 프루스트의 '갇힌 여자'나 쥘 로맹의 '선의의 사람들'에는 하루의 시간 시간마다
수없이 많은 장사꾼들이 독특한 소리로 외치고 다니면서 도시공간을 가득 채우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이 부분은 단순히 프루스트의 책이 나와서 적어보았다. 11권이 책꽂이에서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