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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 - 독서의 즐거움
정제원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4월

  사실 이 책은 초반,중반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요즘 나오는 수많은 책소개하는 책들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고 실망중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책은 내가 읽은 것들이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 내가 거의 읽지 않은 책들이어서 좌절하곤 했는데... 반대로 내가 읽은 책들을 소개하니 별거 아니군 하는 얕보는(?) 마음까지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3장의 작가는 누구인가,에 대한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내가 이미 읽은 책일지언정 그 책을 과연 곱씹어 제대로 읽었는가 하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루이스 버즈비의 <노란 불빛의 서점>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서 나는 저자처럼 그렇게 큰 감동을 맛보진 못했던 것 같다. 다시 말해 내가 읽은 책을 남은 어떻게 생각하나를 알게되면서 그 책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또 책을 사랑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를 사랑하기 까지하는 저자의 독서에 대한 태도를 보며 나는 혹시 지적 허영을 위해, 아니면 시간 떼우기를 위한 소일거리로 독서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하게 된다.  

 몇몇가지 기억나는 독서법(?)을 떠올리면 머리말이 좋은 책을 읽는다부분에서 <반룬의 예술사>의 서문이 나오는데 당장 그 책이 읽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서문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장그르니에의 <섬>의 서문이 기억에 남는데 서문이 인상적인 책들을 모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저자처럼 서점의 직원과 친분을 맺으며 책을 추천해달라고 한 적은 없다. 대형서점을 주로 가다보니 그런 것 같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과학책과 시집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내가 겨울마다 종교에 관련된 책을 찾는 것처럼 말이다. 과학책은 어렵다는 편견 때문에 가까이 하지 않게 되는데 의식적으로라도 읽어야지 하는 마음을 갖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독서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고 기본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작가는 누구인가'에 대해 그리고 나아가 어떤 작가를 좋아하는가가 나 자신을 말해줄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작가를 사랑할 수 있을 정도로 독서를 하려면 깊고 곱씹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이 책에서 얻은 소득이었다.  

공대에 다니던 시절 한 대학원 선배가 '자신이 되고 싶은 과학자상'을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언제 어느 때고 실험실에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만나러 올 때 굳이 전화 연락을 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다. 과학자는 언제나 실험실에 '있는' 사람이고, 고전 연구가는 언제나 도서관 고서적 코너에 '있는' 사람이며, 서점을 아는 사람은 언제나 서점에 '있는' 사람이다. 그 이상일 필요도 없고, 오직 그만큼 이어야 하는 그런 사람이 바로 언제나 '있는' 사람이다. 무서운 사람이다.   (p.185) 

 우리가 어떤 작가를 사랑하는 일이란, 그 작가의 삶과 책의 가치가 우리가 지향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할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도리어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우리 것일 수밖에 없는 바가 책 속의 구절 속에 너울거릴 때, 그리고 그 너울거리는 구절이 붓으로 펜으로 씌어졌을 모습이 그리울 때, 우리는 그 구절을 쓴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누구의 붓이나 펜이었는가, 그 누구는 어떤 삶을 살았는가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말이다. 항상 문제는 우리 자신의 삶이며 마음이다.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