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
클라우스 베르너 로보 지음, 송소민 옮김 / 알마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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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달로 클릭 몇 번이면 물건을 살 수 있다. 한창 불경기인 탓에 사람들은 저렴하고 질 좋은 제품들을 사기 위해 손품을 파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한 물건들 중에는 대부분이 국내 생산이 아니라 외국에서 제조된 물건들이 많다. 비교적 인건비가 싸고 원료가 저렴한 국가에서 제작하여 수입하는 편이 국내에서 제조된 물건보다 원가가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물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 중의 하나인데,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아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무조건 싸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고 있는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장기적으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은 지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책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대기업의 횡포와 욕심, 그리고 대기업 체제 아래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른 뿐만이 아니라 청소년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쓰여져 있어서 전체적으로 책을 읽는데 전혀 어려움은 없다. 알기 쉽게 쓰여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아래 우리가 생활해왔는지 깨닫게해준다. 몇 년 전부터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패스트 패션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디자인의 옷을 입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런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 제 3국에서는 어린 아이들마저 옷을 만드는 일에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하는 충격적인 이면이 자리잡고 있었다. 예전에 이런 사실이 TV에 방송된 이후로 아이들의 노동시간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부유한 아이들의 옷을 만드는 가난한 아이들이 존재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은 모든 지구인이 다 쓸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데, 부가 한 쪽으로 편중되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도 그리 많은 것을 가지지 않았지만,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많은 것을 가졌다. 물건을 많이 가진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각종 매스컴에서는 물건을 통해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끊임없이 광고를 한다. 어릴 때부터 그런 광고의 홍수 속에서 살아온 우리들은 본능적으로 물질 만능주의에 빠지게 된다. 보다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돈을 벌고, 물건을 구입하는데 그 돈을 쓰는 것이다. 이런 생활 패턴은 이미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의 배를 불려주는데 한 몫을 한다.

 

대기업들의 사업으로 인해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이 책에서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에 많이 알려지기도 했지만, 공정무역으로 거래된 상품을 구입하거나 외국에서 제조된 상품이 아닌 내가 살고 있는 근처에서 생산된 상품을 사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공정무역 상품은 아직까지 많은 편은 아니라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이 한정되어 있지만, 그만큼 인력 착취가 심한 상품 분야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흔히 마시는 커피와 초콜렛이 대표적인 상품이라고 한다. 맛은 달콤하지만, 그 원료를 재배하는 사람들은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제대로 보수를 받지 못한다. 반면에 공정무역을 통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그에 합당한 가격을 받고 거래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생산자가 이득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중고 물품들을 많이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즘에 나온 물건들은 워낙 튼튼하게 잘 만들어져서 왠만하면 잘 부서지거나 헤지지 않는다. 단순히 싫증났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물건을 버리고 새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이 다른 사람에게는 필요한 물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라는 곳에서는 사람들이 기증한 물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함으로서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기도 하다. 외국에서도 옥스팜이나 기타 유명한 중고 물품 가게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더이상 중고품을 사고 파는 것은 어색한 일이 아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는 소품류를 판다면 각 지역의 재활용 센터에서는 큰 가구들을 주로 거래하고 있으니, 필요한 것이 있다면 한 번 방문해서 구입하는 것도 환경 뿐만이 아니라 지구인들을 구하는 방법을 몸소 실천하는 결과가 된다.

 

 이 책을 읽고나서 물건을 구입할 때는 환경 뿐만이 아니라 물건을 만들기 위해서 동원된 사람들도 생각을 해야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싸다고 막 구입할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이 어디에서 왔는지, 그리고 그 물건을 만든 기업의 도덕성은 투명한지 등을 체크해보고 구입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현명한 소비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고 한다. 지금이라도 무분별한 소비 생활을 멈추고 자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만 합리적으로 구입하는 습관을 들인다면 그것은 지구 환경과 인류를 구하는 한 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특히 무작정 대기업 제품이라면 좋다고 썼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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