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보는 그가 친구보다 더 중요한 이유 - 세상을 지배하는 사소한 관계
멜린다 블로우 & 캐런 핑거맨 지음, 조은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친구'라고 하면 보통은 학교 다닐 때 사귀었던 사람들이나, 정말 자신의 속마음까지 다 내보이고 진실되게 말할 수 있는 타인을 일컫는 말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렇게 솔직한 사람들보다 가끔 보는 이방인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책이 나왔다. 깜찍한 레고 인형 사진에 상당히 긴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세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또 그 사람들로 인해서 나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제목만 보면 친구보다는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 이 책의 내용을 읽어보면 그런 내용은 아니고, 그냥 무심코 지나쳤던 사람들이 나의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길을 지나가다보면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만나는 커피숍 직원이라든지, 문구점 주인, 경비원, 청소 아주머니 등등 사실 정기적으로 보기는 하지만, 나의 실제 인생에서는 크게 상관없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과의 소소한 관계들이 모여서 그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지속적으로 그 사회에 소속되고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이다. 사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학교를 다닐 때는 떨어지면 큰일날 듯이 붙어다니다가도, 졸업을 하게 되면 각자의 일상에 빠져서 만나기가 힘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서로를 잘 알고 있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주 보기가 힘들어서 그닥 서로의 삶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소소한 인연이지만 아침부터 만나는 사람끼리 좋은 얼굴로 인사를 하게 되면 그 날의 일들이 모두 잘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런 사소한 즐거움은 가끔 보는 이방인들과 흔히 나눌 수 있는 일들이다.

 

나도 이 전에는 주변에서 자주 스쳐 지나가지만 그닥 나와는 상관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는 그닥 친밀한 관계를 가져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참 많이 달라진 듯 하다. 그냥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는 않지만, 만약 조금이라도 친밀한 관계가 된다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고, 적어도 이런 관계들로 인해서 그 시간이 참 따뜻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또한 내가 경험하는 사회의 경계를 보다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계기도 되곤 한다. 이런 이론과 실제에 대한 사례들을 이 책 안에 잔뜩 실어 놓아서 이 책을 읽고 있자면 내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자칫 잘못 생각하면 좀 피곤하겠다 싶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만큼 내가 이 사회 안에서 많은 연결 고리들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서 사회적인 소속감이 높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소속감은 인간에게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한 상태를 유지시켜 준다고 한다.

 

옛날 우리나라 속담에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이 낫다'는 말이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뜻을 현대적인 실험과 해석, 사례들을 통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막연하게 느끼고는 있었을지라도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 그 근거는 잘 알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담과 실험들을 싣고 있으니, 궁금한 사람들을 한 번쯤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그동안 혼자가 편하다고 느꼈던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나면 완전히 혼자가 되는 것보다는 사소한 연결고리라도 맺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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